2015년 UN총회에서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결의한 의제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에서는 SDGs 실현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과 동향을 살펴보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모두를 위한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유지되어야 하는가.
최근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교육에도 위기가 닥쳤고, 지금까지의 교육이 모두를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았다는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 말 그대로 교육의 기본 이념이 위기를 맞은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에 대한 위기론은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등장해 왔다. 시대는 변하고 따라서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이 달라지면서 기존의 교육제도에 대한 효용성을 의심하게 되면 위기론은 부상한다. 그렇다 보니 교육 시스템 자체의 변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고 이런 당위성 외에도 주기적 관례처럼 ‘교육 개혁’이 추진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질문은 남는다.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있는 교육이 담보하는 한계에 대한 것이다. 양질의 교육, 모두를 위한 교육의 실현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실현될 수 있는가.
본지는 [지속가능성과 과학기술] 시리즈 두 번째로, SDGs 4번째 목표인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교육’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기존의 교육이 놓치고 있던 교육의 가치, 질적 교육으로의 전환 필요
SDGs 4번 목표는 Quality Education, 모두를 위한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 보장 및 평생학습 기회 증진에 대한 것이다.
‘포용적이고 공평한’이라는 개념은 SDGs 전체에서 강조되는 기본 정신이다. 반면 ‘양질의 교육’은 기존의 교육이 양적 확대, 삶의 질 향상에 목표를 두고 직진한 결과 교육의 본질적 가치, 질적 확장에 소홀했다는 반성에 따라 새롭게 강조되는 개념이다.
양질의 교육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토대이다.
유네스코가 발간한 ‘2020 세계 교육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17%에 해당하는 약 2억 5,800만 명의 학령기 아동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주로 65개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에서 극빈층과 부유층 아동의 교육과정 이수율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각한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진 결과다.
때문에 SDGs 4번의 목표가 개발도상국에 한정된 것으로 오해받기 쉽지만, 실제로 교육은 모든 나라와 모든 사회에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다. 또한, 개발도상국이 아니더라도 교육의 불평등은 사회에 도사리고 있는 그림자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다각적인 목표 이행 노력이 필요하다. 과학기술도 역시 그 몫을 해야 한다.

양질의 교육 목표 달성을 위한 과학기술
SDGs에서 과학기술에 거는 기대가 크다. 2020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지에 따르면 과학기술, 특히 AI 기술은 SDGs 세부목표 169개 중 79%에 해당하는 134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ICT는 ‘SDGs 4’의 모든 세부 목표에 적용가능한 크로스 커팅(cross-cutting) 전략이자 방법론으로써 강조되고 있다. 교육 분야에 ICT를 활용하면 많은 사람에게 광범위하게 교육을 제공할 수 있고, 기술을 응용하여 학생들을 위한 보다 효과적인 교육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SDGs 4 목표 달성을 위해 ICT가 필요한 영역을 다음과 같이 공표했다. ▲학습을 위한 ICT 활동 ▲ICT를 통한 증거기반 정책 결정 및 대국민 서비스 ▲교육 평등 및 교육기회 확대를 위한 ICT ▲전 세계의 연결을 위한 ICT ▲평생학습 사회를 위한 ICT 등이 그것.
교육과 ICT의 결합은 더 이상 낯선 분야가 아니다. 기존에 이러닝, 스마트러닝으로 불리던 개념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상황에서 실시간 화상 강의 서비스, 학습 관리 서비스 등 수요가 급증하며 ‘에듀테크’로 발전·확산했기 때문이다.

에듀테크는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교육에 ICT를 접목한 교육 서비스를 뜻한다. 주로 AR·VR, AI가 교육 분야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로보틱스와 블록체인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렇게 교육 분야의 새로운 학습모델이 등장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가속화함에 따라 정규 교육 이외에도 직업교육, 재교육 등의 목적으로 에듀테크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미 세계 교육 시장에서 에듀테크는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전통적인 교육 서비스 시장의 위축과는 다른 동향을 나타낸다.
국내 에듀테크는 이러닝 산업에서 출발한 비중이 높지만, 세계시장의 기술 분포와 유사하게 AR·VR, AI,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가 급증하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학습 데이터 분석 플랫폼이 고도화되는 추세다.
한편 국내 2020년 교육기술 분류(ISO 기준) 특허 현황에 따르면, 에듀테크 콘텐츠 관련 기술의 특허 수는 2,165건으로 전체 70.2%를 차지했다. 주요 기술은 온라인 콘텐츠 표현 및 전달 기술, 교육용 전자책 표현 기술, 실감형 콘텐츠 제작·표현 및 상호작용 기술이 포함된다. 이외에도 IoT와 클라우드, 로봇, 개인 맞춤형 기술 특허가 236건으로 7.7%를 차지했고, 문제은행 및 온라인 평가 기술이 119건(3.9%)으로 그 뒤를 이었다. 에듀테크 관련 기술과 시장은 2019년 이후 연평균 16.3% 성장세를 보이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커다란 기회의 시기이기도 하다. 많은 개발 과제에 대처하는 데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 …(중략)… 교육에 대한 소년 소녀들의 접근성은 크게 증가하였다. 정보통신기술의 확산과 글로벌 상호연결은 과학 기술혁신이 의학과 에너지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그렇듯이 인류의 진보를 가속화하고,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며, 지식사회를 발전시킬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SDGs 서문, ‘오늘의 우리 세상’ 중 15번)
ICT를 접목한 에듀테크가 SDG가 목표하는 ‘양질의 교육’에 충분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만들어 가는 데 필요한 조건임은 부인할 수 없기에 이들 기술의 발전과 시장 확장을 통한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은 의미가 깊다. 사회적 위기에 당면했을 때 과학기술이 보여주었던 잠재력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양질의 교육’에서도 발휘할 것을 기대한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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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2-12-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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