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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심재율 객원기자
2017-08-10

최초의 ‘혁명적인 소통’은 글쓰기 과학서평 / 호모 사피엔스와 과학적 사고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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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어떻게 해서 탄생했을까? 인공지능에 빅데이터 같이 낯선 용어들이 사람의 삶을 끌고 다니기 시작한 때는 불과 몇 년 전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인터넷이라는 소통의 과학기술적 성취가 있다.

인류 역사에서 지금 우리가 누리는 소통혁명에 필적할 만한 것을 꼽으라면 아마도 글쓰기가 들어갈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와 과학적 사고의 역사’(THE UPRIGHT THINKERS : The Human Journey from Living in Trees to Understanding the Cosmos)는 과학적 발견과 과학자를 통해 본 문명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인류의 탄생에서부터 양자역학에 이르는 긴 역사를 체계적으로 글솜씨를 발휘해가며 설명하는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글쓰기 없으면 도시발전 못 해    

이 책은 글쓰기의 중요성에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최초의 그리고 가장 혁명적인 소통기술은 글쓰기’라고 주장한다. 물론, 저자가 촉망받는 물리학자에서 글쓰는 작가로 전향한 레오나르드 믈라디노프(Leonard Mladinov)여서 그랬을지 모른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글쓰기가 없다면 과연 과학이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을까? 절대 아닐 것이다.

쓰기가 없었다면 도시문명은 있을 수 없다. 도시생활의 특징은 복잡한 공생관계에 있는데 쓰기가 없다면 이런 관계를 만들고 유지할 수 없다. 수메르에서 처음 발견된 점토에 기록된 문자는 회계에 대한 것이었다. 후에 영어 알파벳으로 발전한 페니키아 글자가 글쓰기 역사에서 매우 중요하다.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조현욱 옮김 / 까치 값 20,000원 ⓒ ScienceTimes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조현욱 옮김 / 까치 값 20,000원

그렇지만 인도인들이 0이라는 글자를 만들고 십진법을 도입하면서 비로소 수학은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집트에서 발전한 기하학이 숫자로 표현되지 않은 부분을 메웠다.

도시 경제를 관리하려면, 글쓰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을 가르칠 기관인 학교가 필요해서 저절로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교육이 시작됐다.

그러니 만약 수를 표시하거나 사람의 말을 남기는 글쓰기가 없었다면, 그리고 그 글쓰기를 가능하게 하는 ‘문자’가 없었다면 과연 과학이 발전할 수 있을까? 수학과 물리학과 화학의 모든 기초를 이루는 공식이나 네이처 사이언스 같은 저명한 논문집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자의 발명이 과학사에서 크게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나 중요하고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는 혜택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서양과학사에서 가장 중심에 선 과학자는 갈릴레오(그리고 코페르니쿠스)와 아이작 뉴튼이다. 그러나 뉴튼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는 예화는 ‘과학적으로 해가 된다’고 해석한다. 아무리 위대한 발견과 혁명적인 변화도 오래 동안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법이다.

“나는 삶에서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했다. 그것이 내가 성공한 이유이다”라고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흑인 프로선수로 꼽힌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의 말처럼, 만유인력의 법칙은 최소한 3년 동안의 사고실험과 메모와 집중과 탐구의 결과가 쌓여서 나왔다.

뉴튼이 중년에 고립된 상태에서 연금술이나 종말론 연구에 빠져든 것은 위험신호였다. 그 상태로 일생을 마쳤다면, 뉴튼은 다재다능한 과학자 중 한 명으로 남았을 것이다.

이 위험에서 탈출하게 도움을 준 친구로 저자는 핼리를 들었다. 핼리혜성을 발견한 그 에드먼드 핼리는 행성의 운행에 대한 역제곱법칙(inverse square law)을 증명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1684년 뉴튼을 방문했다. 처음에 9쪽짜리 논문을 썼던 뉴튼은 “논문을 발표하자”는 제안을 받고는 다시 쓰기 시작했다.

18개월 동안 뉴튼은 식당가서도 선 채로 한 두 입 먹고 잽싸게 연구실로 들어가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3권짜리 ‘프린키피아’를 썼다. 저자가 성경 빼고 가장 위대한 책이라고 칭송한 그 책이다.

과학사에서 수많은 영웅들이 일어나서 인류문명에 횃불을 비췄지만, 철학적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저자는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의 등장을 중요하게 꼽았다. 기존의 고전역학(classic mechanics)에 대비하는 용어를 사용할 만큼 양자역학은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바꿨으며, 지금 우리가 누리는 다양한 통신혁명의 근본을 이뤘다.

“이론물리학은 철학이다.”    

양자역학은 철학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인간에게 힘을 주면서 동시에 겸손함을 가르친다. ‘우리의 경험을 벗어나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이해하고 조작할 수 있어서 힘을 주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는 제한이 있음을 알려주기 때문에 겸손을 가르친’고 설명한다.

막스 보른이 “이론물리학은 실제로 철학이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렇다면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의 관계는 어떤 것일까?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거시세계에서는 고전역학이, 그것으로 설명이 안되는 미시세계에서는 양자역학의 원리대로 움직인다고 해석했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7-08-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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