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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7-06-08

가장 오래된 현생 인류 화석 발견 모로코에서 30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 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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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고대 유적지에서 현생 인류의 조상인 30만년 전의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화석이 발견됐다. 이 화석은 지금까지 발견된 호모 사피엔스 화석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이번 발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8일자에 두 개의 논문으로 발표됐다. 이 고고학적 성과에 따라 인류의 연원은 10만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게 됐다.

모로코의 제벨 이루드(Jebel Irhoud)에서 이루어진 발굴작업에서는 돌 도구와 동물 뼈도 발견됐다. 이 지역에서는 1990년대 초반에 여러 호미니드(인류의 조상) 화석을 찾아냈었다. 이번 발굴 연구에는 새로 발견된 화석과 이전에 미국 뉴욕대 샤라 베일리(Shara Bailey) 교수(인류학)가 발견한 화석의 치아 크기와 형태에 대한 분석도 포함됐다.

모로코 제벨 이루드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30만년 전의 여러 호모 사피엔스 화석에 대한 미세 전산단층촬영 자료를 기반으로 복합 재구성한 두개골 모습. . Credit: Philipp Gunz, MPI EVA Leipzig (License: CC-BY-SA 2.0).
모로코 제벨 이루드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30만년 전의 여러 호모 사피엔스 화석에 대한 미세 전산단층촬영 자료를 기반으로 복합 재구성한 두개골 모습. . Credit: Philipp Gunz, MPI EVA Leipzig (License: CC-BY-SA 2.0).

호모 사피엔스, 30만년 전 아프리카 전대륙에 퍼져”

오늘날의 현생인류와 화석의 유전 자료 분석 결과는 우리 자신인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했음을 밝혀주고 있다.

발굴을 주도한 독일 라이프찌히 막스 플랑크 진화 인류학 연구소 진-자크 후블린(Jean-Jacques Hublin) 교수(고인류학)와 모로코 라바트의 국립 고고학 및 유적 연구소 압델루아헤드 벤-나카(Abdelouahed Ben-Ncer) 박사는 화석들이 아프리카 전 대륙이 포함된 인류의 복잡한 진화사를 나타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후블린 교수는 “우리는 20만년 전에 동아프리카에 인류의 발상 요람이 있었다고 생각했으나 이번의 새로운 자료들을 보면 약 30만년 전에 아프리카 전 대륙에 호모 사피엔스가 퍼져 있었다”고 말했다.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널리 퍼져 나가기 오래 전에 이미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이전에 가장 오래된 것으로 밝혀졌던 호모 사피엔스 화석은 에티오피아 오모 키비쉬(Omo Kibish)와 헤르토(Herto)에서 발견된 것들로 각각 19만5000년 전과 16만년 전 것이었다. 이 같은 발굴 결과에 따라 많은 연구자들은 오늘날 살아있는 모든 인류는 20만년 전 동아프리카에 살았던 인류 조상의 후손이라고 믿어 왔었다.

모로코 제벨 이루드 유적지는 1960년대부터 초기 인류 화석과 중석기시대 유물이 발견된 곳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발굴된 초기 인류 화석은 지질학적 연대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오랫 동안 혼선이 빚어졌었다. 그러다 2004년에 새로운 발굴 프로젝트가 시작돼 호모 사피엔스 화석이 6개에서 22개로 늘어났다.

이번 발견으로 제벨 이루드가 초기 인류의 모습이 기록된 가장 오래되고 풍부한 유적을 가진 아프리카 중석기시대 초기 인류종 유적지로서의 중요성을 더하게 됐다.

30만년 전 초기의 호모 사피엔스는 현대인과 유사한 얼굴 모습을 가지고 있다. 청색의 두개골은 호모 사피엔스 혈통 내에서 뇌 형태와 뇌 기능이 진화돼 왔음을 나타낸다. Credit: Philipp Gunz, MPI EVA Leipzig (License: CC-BY-SA 2.0).
30만년 전 초기의 호모 사피엔스는 현대인과 유사한 얼굴 모습을 가지고 있다. 청색의 두개골은 호모 사피엔스 혈통 내에서 뇌 형태와 뇌 기능이 진화돼 왔음을 나타낸다. Credit: Philipp Gunz, MPI EVA Leipzig (License: CC-BY-SA 2.0).

첨단 열발광 측정법으로 연대 정확히 계산

제벨 이루드에서 발굴한 화석은 최소 5명 이상의 개인 두개골과 치아 및 긴 뼈로 구성돼 있다. 연구팀은 이 발굴물의 정확한 연대를 측정하기 위해 같은 퇴적층에서 발견된 부싯돌에 대해 열발광(thermoluminescence) 연대측정법을 적용했다. 그 결과 사람이 다듬어 만든 이 부싯돌은 약 30만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고, 이에 따라 인류의 기원이 10만년 더 거슬러 올라가게 됐다.

논문 저자인 다니엘 리히터(Daniel Richter) 막스 플랑크 연구소 지질연대 전문가(현재는 프라이버그 인스트루먼트사)는 “이 시대 유적지는 아프리카에서 매우 드문데, 제벨 이루드에서는 다행히 손으로 다듬은 많은 부싯돌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는 부싯돌 발굴물을 열발광 연대측정법으로 측정해 새로운 인류 화석과 그 위를 덮고 있던 지질층이 동일한 연대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팀은 1960년대에 발견된 제벨 이루드3 하악골의 연대를 재계산했다. 이 하악골은 전에 전자스핀 공명 연대측정법을 사용해 16만년 전의 것으로 계산됐었다. 측정법을  개선해 퇴적물 방사능을 새로 측정한 결과 새로 계산된 연대는 열발광 측정치와 일치했고, 이전의 계산보다 훨씬 오래된 것으로 판명됐다. 리히터 박사는 “연대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최첨단 측정법을 적용했고, 가장 보수적인 접근법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제벨 이루드에서 발견된 30만년 전 중석기 시대 돌 도구들.  Credit : Wikipedia Commons / Mohammed Kamal, MPI EVA Leipzig
제벨 이루드에서 발견된 30만년 전 중석기 시대 돌 도구들. Credit : Wikipedia Commons / Mohammed Kamal, MPI EVA Leipzig

현대인의 얼굴 모양 인류종 초기에 확립돼

현대인의 두개골은 화석 인류 조상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조그마하고 선이 부드러운 얼굴과 둥근 두개골이 그것이다. 제벨 이루드의 화석은 현대적으로 보이는 얼굴과 치아가 있고, 두개골은 좀더 크고 고대인류처럼 보인다.

막스 플랑크 진화 인류학 연구소 인류학자인 필립 군츠(Philipp Gunz) 박사는 “두개골 안의 모습은 뇌의 모양을 반영한다”며, “이번 발견은 현대인의 얼굴 형태가 인류종이 나타났던 초기에 확립되었고, 뇌 모양과 뇌 기능도 호모 사피엔스 혈통 안에서 진화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뉴욕대 베일리 교수는 “최근의 발굴에서 발견된 화석들이 주요 발굴 성과물들에 포함됨으로써 두개골과 치아 유골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며, “제벨 이루드에서 나온 모든 데이터는 현대 인간 형태의 몇몇 측면들이 이미 30만년 전에 시작되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최근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에게서 추출한 고대 DNA를 현대인의 DNA와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뇌와 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두개골의 진화적인 형태 변화는 호모 사피엔스와 멸종된 인류종 조상 및 친척을 구별짓는 두뇌의 연결성과 조직,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유전적 변화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발견으로 아프리카 중석기시대 초기 인류종 유적지로 각광을 받게 된 모로코 서부의 제벨 이루드 지역(아래 그림 삼각형) Credit : Wikimedia Commons
이번 발견으로 아프리카 중석기시대 초기 인류종 유적지로 각광을 받게 된 모로코 서부의 제벨 이루드 지역(아래 그림 삼각형) Credit : Wikimedia Commons

인류,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진화”

제벨 이루드의 화석 형태와 연대는 남아프리카 플로리스바드에서 일부가 발견된 초기 호모 사피엔스를 대표하는 수수께끼 두개골의 해석에도 도움을 준다. 가장 초기의 호모 사피엔스 화석은 이제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서 발견된다. 모로코의 제벨 이루드(30만년 전)와 남아공(26만년 전), 에티오피아 오모 키비쉬(19만5000년 전) 등. 이것은 아프리카 전 대륙을 포함해 인류종이 복잡한 진화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압델루아헤드 벤-나카 박사는 “북아프리카는 인류종의 기원을 둘러싼 논의에서 오랫 동안 소홀히 다뤄져 왔으나 이번 제벨 이루드에서의 놀라운 발견은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했을 당시 아프리카 북서부 마그레브 지역과 그외 아프리카 대륙과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제벨 이루드 화석에는 퇴적물에서 발견된 동물 뼈도 포함돼 있다. 이는 당시 인류가 가장 흔한 종인 가젤 영양 등을 사냥했다는 증거가 된다. 제벨 이루드에는 이전 발굴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구인 돌로 만든 손도끼가 없다. 이곳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수공 조립물들이 현재 아프리카 전역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호모 사피엔스가 대륙을 가로질러 퍼져나갔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고고학자 샤논 멕페론(Shannon McPherron) 박사는 “제벨 이루드의 돌 유물은 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의 유사한 연대의 퇴적물에서 나온 것들과 매우 비슷하다”며, “아프리카 중석기 시대의 기술 혁신은 호모 사피엔스 출현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벨 이루드의 새로운 발견은 우리 인류종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진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약 30만년 동안 아프리카 전 대륙에 호모 사피엔스가 퍼져나간 것은 생물학적 면과 함께 행동 면에서의 변화 결과라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7-06-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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