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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6-07-26

바퀴벌레가 인류 식량난 해결? 새끼 키우는 모유에 놀라운 영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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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 (Snowpiercer)’를 보면 여러 가지 끔찍한 장면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잊지 못할 장면은 바퀴벌레로 만든 양갱을 먹는 장면이다. 이 장면이 끔찍한 것은 바퀴벌레에 대한 선입관 때문이다.

바퀴벌레는 집 주변 음침한 곳에 숨어서 살고 있는 불결한 곤충이다. 더러운 곳에 살면서 더러운 물질을 먹고 사는 만큼 40여 종의 병원균을 옮기는 매개체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곤충이 놀라운 번식력으로 그 수를 불려나간다는 것이다.

바퀴벌레 한 마리가 1년 동안 번식시킬 수 있는 새끼 수가 10만 마리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그동안 이 불쾌한 곤충을 먹겠다고 나선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이 바퀴벌레 속에 들어 있는 영양분을 식량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바퀴벌레 모유 , 유전자 분석 시작해

25일 과학매체 ‘사이언스 얼럿(Science Alert)’ 지에 따르면 인도의 '줄기세포생물학·재생의료 연구소(Institutive of Stem Cell Biology and Regenerative Medicine)‘는 다국적 연구팀을 구성하고 바퀴벌레 속에 들어 있는 단백질 유전자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몸 속에서 새끼를 키우는 특이한 바퀴벌레 종  '디플롭테라 푼타타'.  이 곤충 속의 모유 성분을 유전자 분석해 고농축 영양소가 함유된 식품을 만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몸 속에서 새끼를 키우는 특이한 바퀴벌레 종 '디플롭테라 푼타타'. 이 곤충 속의 모유 성분을 유전자 분석해 고농축 영양소가 함유된 식품을 만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 http://cookislands.bishopmuseum.org

바퀴벌레 중장(中腸) 속에서 새끼를 키우기 위해 생성하고 있는 모유의 성분(단백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 바퀴벌레 모유는 소에서 나오는 우유(cow's milk)와 비교해 4배 이상의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유전자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는 바퀴벌레는 ‘디플롭테라 푼타타(Diploptera punctata)’란 종이다. 바퀴목은 전 세계적으로 8과 3500종 이상이 서식하고 있지만 이 종은 다른 바퀴벌레와 달리 매우 특이한 번식을 하는 종이다.

모든 바퀴는 암컷이 만드는 난협이라 불리는 알주머니에 의해서 번식한다. 알 속에는 새끼가 부화해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영양분이 들어 있어 어미는 많은 수의 알을 낳아 곳곳에 뿌려놓는다. 그리고 무수한 새끼들이 부화하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디플롭테라 푼타타’는 매우 특이한 번식을 한다. 이 놀라운 곤충은 알 속에 새끼 혼자서 번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하지 않는다. 대신 임신 기간 중에 암컷의 배 속에서 새끼들에게 모유를 먹이듯이 특별한 영양분을 공급한다.

이 모유는 미지에 싸인 단백질 결정체를 포함하고 있다. 연구팀에서 분석하고 있는 것은 이 결정체다. 그 안에는 ‘드플롭테라 푼타타’ 모유만의 비밀이 들어 있는데 유전자 분석을 통해 그 비밀을 밝혀내 인류의 미래 식량난을 해결해보자는 것이다.

유전자 분석 끝나면 인공 결정체 제조 

‘디플롭테라 푼타타’와 관련된 이번 연구의 상세한 진행 상황은 최근 결정체를 연구하는 세계 과학자들의 모임 ‘국제 결정학 연합회의( International Union of Crystallography)’ 학회지에 실렸다.

산차리 바네르지(Sanchari Banerjee) 연구원은 “이 모유가 사람들이 먹는 음식과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진행하고 있는 유전자 분석이 끝나면 이 정보를 토대로 인공 결정체를 만드는 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에서 궁금해 하는 것은 이 결정체가 소화기관 내에서 지속적으로 다량의 영양소를 공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수수께끼를 밝혀낼 경우 적은 양의 음식으로도 훨씬 더 많은 영양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디플롭테라 푼타타’의 모유가 비만을 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소량의 섭취로 많은 음식을 먹은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품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현재 연구진은 유전자분석과 함께 재조합 단백질을 생산하기 위한 효모를 얻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특수 효모를 통해 ‘디플롭테라 푼타타’ 속에 들어 있는 단백질 결정체를 대량 복제 생산해 고농축 식품을 만드는데 활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디플롭테라 푼타타’는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곤충이다. 해부하기가 쉽고 또한 그 안에서 생성되는 내분비물들이 다른 동물들과 비교해 탁월한 성분을 지니고 있어 다양한 부문에서 연구 대상이 돼왔다.

인도 줄기세포생물학·재생의료 연구소의 바네르지 연구원은 “단백질 결정체에 대한 유전자 분석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분석 결과가 인류의 미래 식량난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6-07-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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