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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5-10-02

아기들은 왜 웃을까 로봇 활용 ‘아기 미소’의 배경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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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은 부모들과 접촉할 때 왜 웃을까. 아기들의 웃음에는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일까.

로봇이 이제 이런 인간의 심리 연구에까지 활용되는 시대가 열렸다. 컴퓨터 과학자와 로봇 과학자, 발달심리학자가 협동연구를 통해 많은 부모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사실을 확인했다. 즉, 아기들은 접촉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웃어주도록 하기 위해 웃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아기들은 코미디언들이 청중의 반응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타이밍에 맞춰 조크를 하듯이, 정교한 타이밍에 맞춰 웃음을 짓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데 여기에는 좀 색다른 점이 있다. 아기들은 가능한 한 잘 웃지 않으면서 그런 타이밍을 맞추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과학저널 ‘플로스 원’(PLOS ONE) 9월 23일자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여러 과학자들의 지식을 최대로 집약하기 위해 전에는 시도된 적이 없는 발달심리학자와 컴퓨터 과학자 그리고 로봇연구자가 함께 협업 연구를 수행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과학재단이 로봇을 활용해 인간의 발달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를 돕기 위해 지원한 연구의 하나다. 연구진은 발달심리학자들이 자폐증 환자와 같이 말을 못 하거나 안 하는 어린이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로봇을 주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UC샌디에이고대학 연구원들은 갓난 아기 로봇인 ‘디에고-샌’을 이용해 연구의 타당성을 확인했다. ⓒ UC San Diego
미국 UC샌디에이고대학 연구원들은 갓난 아기 로봇인 ‘디에고-샌’을 이용해 연구의 타당성을 확인했다. ⓒ UC San Diego

갓난 아기 13명 중 11명이 의도적으로 웃어”

이번에 발견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로봇이 연구 대상 어린이들과 같이 행동하도록 프로그래밍을 한 후 대학생들과 접촉하도록 했다. 그러자 로봇 자신은 가능한 한 적게 웃는 반면에 대학생들은 많이 웃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의 공저자이자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대학 기계인지연구소 하비에르 마블런(Javier Movellan) 박사는 “아기들과 접촉할 때 이들이 웃으면 뭔가 원하는 게 있지 않을까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아기들은 거저 웃는 게 아니다”라며, “그러나 이것을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아기들이 실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로봇에 자주 사용되는 도구인 최적 제어이론(optimal control theory)에 주목했다. 이 방법으로 로봇이 특정 목표를 바탕으로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디자인하고 프로그래밍 했다. 그리고 아기들의 목표가 그들의 행동을 통해 표현되도록 역설계 했다.

실제 엄마와 아기 관련 자료로는 넉 달 미만 아기들과 엄마 13쌍을 대상으로 이들이 언제 얼마나 자주 웃는가를 포함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접촉했을 때의 선행 관찰 연구를 활용했다. UC 샌디에이고 제이콥공대를 졸업하고 올린 공대(Olin College of Engineering )에 재직 중인 폴 루볼로(Paul Ruvolo) 교수는 “역제어 이론 알고리즘을 통해 데이타를 처리한 후 연구원들은 그 결과를 보고 놀랐다”며, “우리는 아기들이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웃거나 서로 쳐다보며 웃음을 주고 받는 것이려니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블런 연구원은 표본의 크기가 비록 작기는 하지만 이번 연구는 통계적으로 매우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제어이론 분석에 따르면 연구대상인 13명의 아기 중 11명이 의도적으로 웃음을 짓는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나타났다. 마블런 연구원팀은 여러 해 동안 인간과 매우 가까운 로봇을 프로그래밍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루볼로 교수는 “우리는 사회성 있는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인간 발달 정보를 주입하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넉 달 안 된 아기도 행동 목표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연구원들은 아기들의 행동을 모방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를 마블런팀이 과거에 비슷한 연구를 위해 활용한 적이 있는 아기 로봇 ‘디에고 샌’에 이식했다. 그리고 디에고 샌이 개별적으로 32명의 대학생들과 3분 동안 접촉하도록 했다. 이 3분 동안 로봇은 네 가지 다른 행동 중 한 가지를 나타내도록 돼 있었다. 한 예로 로봇은 대학생들이 웃을 때마다 따라서 웃어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 됐다. 디에로 샌이 아기처럼 행동할 때 대학생들은 이 로봇이 많이 웃지 않을 때도 많이 웃는 엄마처럼 행동하도록 지침을 받았다.

논문의 공저자인 마이애미 대학의 댄 메싱어(Dan Messinger) 박사는 연구자료에 기초해 엄마와 아기의 상호 접촉 때 생기는 짧은 침묵기에 대한 아기들의 반응을 모델링했다. 그는 “이번 연구가 독창적인 것은 이전의 아기-엄마 상호관계에 대한 연구에 비해 기본적으로 다양한 패턴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라며, “엄마와 아기가 서로의 상호 접촉에서 무엇을 얻으려고 했는지 말할 수는 없으나, 아기들은 비록 생후 넉 달이 안 됐어도 엄마와의 상호 접촉에서 원하는 목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5-10-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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