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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2-09-21

C형간염 치료제 개발 가능성 열어 선후배 교수의 융합연구 성공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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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철 교수와는 96년도에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 연을 이어오고 있는 관계입니다. 선후배지만 동료처럼, 때론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죠. 가끔 서로 만나더라도 나오는 이야깃거리가 연구소재이다보니, 이번 연구도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KAIST 바이오뇌공학과 최철희 교수의 말이다. 최 교수는 KAIST 의과학대학원 신의철 교수와 함께 최근 C형 간염 바이러스의 간 손상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융합연구의 개가였다.

▲ 융합연구로 C형간염 간 손상 메커니즘 규명에 성공한 최철희 교수(좌)와 신의철 교수(우) ⓒScienceTimes

최철희 교수는 “일반적으로 ‘융합’이라고 하면 전혀 다른 분야 간의 접목만을 생각하지만, 같은 분야에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비록 연구 분야는 다르지만 두 해결책을 효과적으로 조화시키는 것”이라고 전했다.

세포는 안 죽이고 간을 파괴해… 

C형간염 바이러스(HCV, Hepatitis C virus)는 혈액 및 체액을 통해 전염된다.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많은 경우에 간에 염증과 손상이 지속되는 만성 간염을 유발한다.

연구팀은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간 손상에 대한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에서 세계적 학술지로 손꼽히는 '헤파톨로지' 9월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신 교수는 “C형간염 바이러스가 간 세포에 감염되면 해당 세포는 바로 괴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포가 바로 죽지 않으니 많은 연구자들이 이 부분을 굉장히 미스터리하게 여겼다는 것. 이 의문을 두 명의 KAIST 교수가 규명했다. 

"세포신호 전달체계를 알아본 결과 C형간염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하면 몸의 면역반응이 가동돼 특정 단백질이 나오게 되고, 이 단백질에 의해 간 세포가 사멸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시킨 무한증식 세포주를 이용, 면역담당 세포에 의해 분비되는 단백질인 종양괴사인자(TNF-α)에 의해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의 사멸이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HCV에 감염되면 종양괴사인자(TNF-α)의 분비가 늘어늘고, 이는 세포 생존을 담당하는 NF-κB 쪽 신호전달 경로만 선택적으로 억제해 균형이 깨지면서 간에 손상이 일어나게 된다. ⓒKAIST

TNF-α(종양괴사인자)는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에 의해 분비되는 단백질로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해 체내의 면역작용이 활발해지고 TNF-α의 분비도 늘어난다.

간의 손상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TNF-α가 분비될 때 두 가지 신호전달을 활성화 시킨다. 하나는 세포 생존을 담당하는 신호전달(NF-κB)이며 다른 하나는 세포의 죽음을 담당하는 신호 전달(JNK)이다.

융합연구로 불치병 치료제 가능성 열어

그런데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세포의 생존을 담당하는 신호전달(NF-κB) 경로를 억제해 TNF-α는 세포가 죽는 방향으로 균형이 기울게 된다.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해 분비된 TNF-α가 오히려 간세포를 죽이게 되는 것으로 이는 곧 간이 손상되는 것을 의미한다.

최 교수는“C형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TNF-α가 증가하지만 세포 생존을 담당하는 신호전달을 억제하고 세포죽음을 담당하는 신호만 전달돼 결국 간세포가 파괴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간은 파괴되는 세포로 인해 스스로 복구하고자 면역기능을 계속 가동시키게 되고, 그럴수록 세포죽음을 담당하는 신호전달이 강력해져 결국 악순환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로 HCV 감염에 대한 치료제의 후보군이 확대됐다. 기존에는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춘 치료연구가 주를 이뤘지만 최철희·신의철 연구팀의 연구 결과로 인해 새로운 방법의 약 개발이 가능해진 것이다.

신 교수는 “C형간염에 감염된 사람의 혈액을 다른 사람에게 수혈하면 바이러스가 옮겨가기 때문에 감염이 일어나는 것은 매우 자명한데, 과거에는 실험실 세포 증식 단계에서 계속 실패해 그동안 C형간염 연구의 난항이 많았다.

이번 연구는 인체 내에서 감염되는 것과 같은 시스템을 시험관 내에서 구현해 세포 내 신호전달을 적용해 봤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간이 왜 손상되는지 알았으므로 신호전달을 조절하는 약을 개발하는 등의 방법으로 치료약 개발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 약 개발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약과, 바이러스가 있다 하더라도 세포가 죽지 않도록 하는 약을 동시에 적용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C형 간염은 국가에 따라 대략 1~2%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억7천만명이 감염돼 있다.  그러나 원인 규명이 어려워 치료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두 교수의 융합연구로 치료제 개발에 돌파구를 찾게 됐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2-09-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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