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량이 많은 출·퇴근길 도로는 교통 체증이 빈번히 발생한다. 이용자들은 교통 체증이 발생한 장소를 우회해서 지나가는 등 더 빠른 이동을 위한 방법을 고민한다. 세포 내에서 물질을 수송하는 소포(vesicle) 역시 우리의 삶처럼 교통 체증을 겪고, 빠른 이동을 위한 나름의 전략을 세운다는 것이 밝혀졌다. 국내 연구진이 소포의 움직임만을 선택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현미경을 개발한 덕분이다.
세포 내 우편배달부, 소포
소포는 얇은 지질막으로 둘러싸인 지름 50nm 내외의 매우 작은 거품 같은 구조물이다. 호르몬, 효소, 신경 물질 등을 속에 담아 세포 내에서 이들 물질을 적시에, 적지에 전달한다. 그래서 세포 내 우편배달부란 별명을 얻었다. 세포 내에서 호르몬, 효소 등 핵심 물질들이 수송되는 과정과 체계를 발견한 세 명의 연구자는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우리 삶의 우편 배달 서비스는 필요한 물건을 집 앞까지 정확하게, 정해진 시간에 배달한다. 소포도 마찬가지다. 우편물 오배송처럼 소포가 엉뚱한 곳에 물질을 배달하거나, 운송이 지연되면 다양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세포 속 복잡한 골격망을 따라 수송되는 수많은 소포의 전체적인 수송 현상을 관찰하기가 어려웠다. 소포 연구는 주로 형광 현미경을 사용해왔는데, 이 경우 형광 표지된 특정 소포들의 수송 과정만 관찰할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형광 신호가 유지되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만 관찰할 수 있다는 한계도 있었다.
정체 해결하는 소포의 전략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은 여러 소포의 움직임을 동시에 포착할 수 있는 새로운 현미경을 개발했다. 이 현미경을 이용해 복잡한 세포 속에서 이동하고 있는 소포들의 이동 궤적을 정밀하게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1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연구진은 30분이 넘는 장시간 동안 세포의 핵 주변에서부터 라멜리포듐으로 이어지는 영역에서 100개 이상 소포들의 이동 궤적을 동시에 추적했다. 추적 영상은 초당 50Hz의 영상 촬영 속도(1초에 50장의 이미지 재생)로 얻었다. 이 과정에서 획득한 소포 위치 정보를 이용해 세포 내부의 고속도로라고 할 수 있는 골격망의 공간적 분포를 고해상도로 재구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연구에서 알려진 바 없는 소포의 새로운 수송 특성도 확인했다. 소포들은 수송 과정에서 국소적인 이동 정체 현상을 겪는다. 이때, 여러 소포가 함께 긴 거리를 동일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집단 수송 방식, 수송 중인 소포 뒤에 달라붙어 함께 이동하는 히치하이킹 수송 방식 등을 이용해 정체 현상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시행했다.
박진성 IBS 연구원은 “매우 복잡하고 미시적 세계인 세포 속 환경에서 대도시 사람들이 도로 위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교통 체증 현상이 유사하게 나타났다”며 “세포가 트래픽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채택하는 효율적 수송 전략을 찾아 생명현상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규명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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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11-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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