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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2-04-26

시끄러워도 그녀 목소리는 잘 들려 원하는 소리만 골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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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끄러워도 호감이 가는 사람의 목소리는 왜 잘 들릴까? ⓒFreeImage
칵테일 파티나 잔치에서처럼 여러 사람이 모여 한꺼번에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자신이 관심을 갖는 이야기를 골라 들을 수 있는 현상을 가리켜 학문적인 용어로 ‘칵테일 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칵테일 파티 효과’는 어떻게 일어나는 걸까? 우리 주위에서 들려오는 각종 소음들, 예컨데 자동차 경적 소리나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그리고 휴대폰의 벨소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리들이 하루종일 귀를 통해 들어오지만 모든 소리를 지각하지는 않는다.

특정한 소리가 들리는 이유에 대해 그 동안에는 심리적인 부분으로만 간주했다. 즉,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라고 생각하는 소리에 한해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 생각한 것인데 이런 현상을 심리학 용어로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이라고 한다.

칵테일 파티 효과의 과학적 분석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칵테일 파티 효과’가 두뇌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과학적으로 확인한 연구결과가 발표돼 화제가 되고 있다.

▲ 특정 음성 주파수에만 반응하는 '뉴런'이 확인되었다. ⓒFreeImage
과학전문 저널인 ‘NewScientist’는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연구팀이 칵테일 파티 효과가 가능한 이유를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아무리 다양한 목소리가 귀로 들어와도 사람의 뇌는 그중 한 목소리만 골라 처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우선 두 가지 목소리를 동시에 듣고 있는 사람의 두뇌 움직임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 특정 음성 주파수에만 반응하여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나는 '뉴런(neuron)' 그룹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두뇌의 움직임을 ‘스펙트럼 사진(spectrogram)’으로 바꾸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해 충분한 정보도 수집했다.

이런 기초 데이터들로부터 연구팀은 사람이 특정 단어를 듣게 되는 과정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two'라는 단어는 높은 주파수에서 시작하고 낮은 주파수로 끝나는데 이 단어를 들을 때 실험 대상자들의 두뇌 움직임을 살피자, 높고 낮은 각각의 주파수에 맞추어 뉴런이 움직임을 바꾸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음성인식장치의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

연구팀은 이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자원자들에게서 '칵테일 파티 효과'를 조사하였다. 그들에게 자원한 이들은 3명의 간질 환자였는데 환자들에게 남녀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문장을 동시에 말하는 것을 녹음해 들려줬다. 그리고 말 중에 특정 단어가 나오면 그때부터 그 사람 목소리에만 집중하라고 했다.

▲ 한계로 여겨져 왔던 음성인식장치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FreeImage
환자들은 처음에는 남녀 중 어느 한 사람의 목소리만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대상은 환자마다 달랐다. 그런데 특정 단어가 나온 후부터는 일제히 그 단어를 말한 사람의 목소리만 뇌에서 처리했다. '사람은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는 말이 사실로 입증된 것이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에드워드 창(Edward Chang)’ 교수는 “이번 연구가 그동안 한계로 여겨져 왔던 음성인식장치의 문제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이 외에도 “이번 연구를 응용한 뇌 언어 처리 분석 프로그램은 노화나 주의력 결핍 장애, 자폐증 등을 겪는 뇌가 어떻게 언어를 처리하는지 알아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UCSF대 연구팀은 “이번 연구와 관련된 기술들이 발전하게 된다면 앞으로는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뇌 반응만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김준래 객원기자
joonrae@naver.com
저작권자 2012-04-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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