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이 들어 있지 않은 향이 첨가된 음료도 달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후각이 뇌를 속여 특정 향을 뇌에서 맛으로 해석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야니나 조이베르트 박사팀은 13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맛과 냄새, 그리고 두 가지 조합을 뇌가 처리하는 과정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분석,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교신저자인 조이베르트 박사는 "뇌가 맛과 냄새를 따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맛 피질(taste cortex)에서 맛 경험을 하나로 통합해 '풍미'로 인식한다"며 "이 메커니즘은 우리의 맛 선호와 식습관이 형성되고 영향받는 방식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음식을 먹거나 마실 때 경험하는 것은 단순한 맛(taste)이 아니라 풍미(flavour)다. 이런 맛 경험은 맛과 냄새가 결합하면서 생기는데, 음식에서 나온 향이 입안을 거쳐 코로 들어가는 '구강역행성 냄새'(retronasal odour)를 통해 형성된다.
연구팀은 맛과 구강역행성 냄새의 연결은 매우 강해서 때때로 실제 맛 자극이 없더라도 구강역행성 냄새만으로 맛감각이 유발되기도 하는데, 이런 두 가지 감각 신호들이 대뇌 피질에서 어떻게 통합되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냄새만으로 맛을 느껴지는 이유를 밝히고자, 즉 맛과 냄새가 뇌에서 어떻게 통합돼 풍미 경험을 만드는지 알아보기 위해 건강한 성인 25명을 대상으로 맛과 냄새의 조합을 통해 달콤한 맛과 짭짤한 맛의 풍미를 경험하게 하고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관련 정보가 뇌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조사했다.
먼저 참가자들에게 달콤한 맛과 짭짤한 맛을 각각 다른 냄새와 조합해 경험하게 한 다음, 이들이 달콤한 맛 풍미와 짭짤한 맛 풍미를 느낄 때의 뇌 활동을 fMRI로 촬영하고 그 패턴을 인식하도록 알고리즘을 훈련했다.
이어 이들에게 단맛이나 짠맛 자극만 줄 때와 이들 맛과 조합됐던 냄새 자극만 줄 때 뇌 활동을 fMRI로 촬영, 냄새 자극만 줬을 때도 뇌에서 실제 맛을 느낄 때와 같은 반응이 일어나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맛과 연결된 냄새 자극만 있어도 뇌에서는 실제 맛 자극이 있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달콤한 냄새에는 달콤한 맛, 짭짤한 냄새에는 짭짤한 맛과 유사한 뇌 활동 패턴이 나타났다.
논문 제1 저자인 푸투 아구스 코리산토노 박사는 "뇌가 이런 신호를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전두엽 피질에 도달하기 전에 맛 피질로 알려진 뇌 부위인 섬엽(insula)에서 통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맛과 관련된 향기가 실제 맛처럼 맛 피질을 자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는 냄새와 맛이 강하게 함께 작용해 음식의 즐거움을 높이고, 그 결과 음식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키고 과식을 유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Communications, Putu Agus Khorisantono et al., 'Tastes and retronasal odours evoke a shared flavour-specific neural code in the human insula', http://dx.doi.org/10.1038/s41467-025-63803-6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5-09-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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