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말이 무색하게 가을모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모기의 활동기간이 길어지며 점점 더 많은 시민들이 때아닌 가을모기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모기는 ‘인간을 제외하고 역사상 가장 많이 사람을 죽인 동물’로서 말라리아, 일본뇌염 등의 피해가 막심하다. 우리나라 또한 OECD 국가 중 말라리아 발생률이 1,2위를 다투고 있고, 통상적으로 10월이 절정이라는 일본뇌염 감염자 또한 올 9월의 감염자가 작년을 넘어섰다. 모기는 국경을 막론하고 인류의 오랜 숙적이라 할 수 있다.
모기를 부르는 주범, 후각
암컷 모기는 ‘냄새’로 사람을 감지한다. 인간이 내뿜는 이산화탄소 외에도 온갖 화학물질이 혼합된 ‘체취’를 맡는 것이다. 후각신경세포, 즉 후각뉴런이 특정 냄새의 화학적 신호를 감지하면 ‘후각수용체’가 활성화되며 전기적 신호를 만들어 내는데, 이 신호가 후각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는 것이 후각의 인지과정이다. 우리가 아는 냄새는 여러 후각수용체가 활성화된 신호의 조합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후각수용체를 조작해 모기로부터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 과학자들은 모기의 유전자에서 체취와 관련된 후각수용체를 제거하는 실험을 통해 수차례 시도했다. 한 종의 후각수용체를 제거하기만 해도 해당 수용체가 관련된 모든 냄새를 인지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모기가 사람의 냄새를 감지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후각수용체가 제거된 모기는 여전히 인간의 냄새를 감지해냈다. 모기를 싫어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었지만, 과학자들에게는 ‘동물의 후각’에 대한 놀라운 발견이었다.
모기의 후각, 무엇이 특별한가
통상적으로 동물들의 후각뉴런은 한 종류의 후각수용체만을 발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즉 유전자 조작을 통해 한 종의 후각수용체를 제거한다면, 그 후각수용체를 발현하는 모든 후각뉴런이 기능을 잃게 되는 것이다. 체취 후각수용체를 제거했음에도 사람을 잘 찾아 무는 모기에 대해 록펠러 대학의 마고 헤레 교수는 “모기는 동물이 냄새를 맡는 것에 대해 우리가 가장 통용해왔던 규칙을 깨고 있다”고 말했다.

헤레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집트 숲모기(Aedes aegyoti mosquito)의 더듬이에서 총 13,879개의 세포를 식별해 내어 체취와 관련된 여러 종류의 후각수용체 발현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체취 성분 중 호흡과 땀에 함유된 ‘버섯알코올(1-octen-3-ol)’ 성분에 반응하는 모기의 후각 뉴런이, 또 다른 성분인 ‘아민(amines)’에도 함께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의 영거 교수는 “놀랍게도 버섯알코올 뉴런과 아민 뉴런은 별개의 집단이 아니었다”며 “이는 인간의 냄새를 맡는 수용체가 일부 소실되더라도 인간의 모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안전장치처럼 작용해, 모기 뇌의 ‘인간 감지 시스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정설대로라면 버섯알코올 뉴런은 아민을 감지해서는 안 된다. 이는 냄새와 그를 감지하는 뉴런이 일대일 대응된다는 기존의 지식에 어긋나는 매우 독특한 경우다. 모기의 후각시스템은 ‘여분’의 후각수용체를 함께 발달시킴으로써 인간의 체취를 더욱 잘 맡도록 집요하게 진화해온 것이다. 해당 연구결과는 8월 18일자 국제학술지 ‘셀(Cell)’에 발표되었다.

또한 연구팀은 유전자 발현을 분석할 때에 쓰이는 ‘단일 핵 RNA 염기서열 분석’기법을 활용해 모기의 개별 후각 뉴런에서 다른 수용체가 발현하는 것을 추가로 확인했다. 록펠러 대학의 올리비아 골드만 연구원은 해당 결과에 대해 “모기의 후각수용체에 공동발현이 얼마나 흔한지 폭넓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지의 영역이 많은 ‘후각’
후각시스템은 미지의 영역이 많다. 후각시스템을 처음 규명한 논문은 1991년에 쓰여졌으며, 즉 인간이 후각의 기본적인 정보를 알게된 것은 불과 30여 년 정도이다. 후각시스템을 규명한 공로로 리처드 악셀 교수와 린다 벅 교수가 200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후각이 과학계와 인류에게 있어 중요한 분야라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추후의 계획에 대해 “앞으로 더욱 다양한 유형의 후각수용체를 연구함으로써, 공동 발현이 기능적으로 어떤 중요성을 갖는지를 밝혀나갈 것”이라 밝혔다. 특히 록펠러 대학의 레슬리 보샬 교수는 후각수용체의 공동 발현이 인간의 지식에서는 매우 독특한 경우지만 “후각에 크게 의존하는 곤충들에게는 일반적인 전략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일례로 존스 홉킨스 대학의 크리스토퍼 포터 박사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초파리의 뉴런 역시 이와 비슷한 공동발현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보샬 교수는 “단일 후각 수용체를 제거하는 것이 효과가 없다는 것은, 모기를 퇴치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기피제 등 모기를 통제하려는 앞으로의 시도는 모기가 인간을 감지하는 능력이 얼마나 견고한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모기 후각 연구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모기로 인한 질병에 시달리는 수많은 인명을 구하고, 곤충의 후각 시스템을 규명하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 김미경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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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2-10-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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