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들의 경우 대부분 가까운 모계 친척들과 그룹을 형성한다. 그에 비해 인간은 타인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존재하므로 사회적 동물로 일컬어진다. 즉, 인간의 경우 혈연을 넘어서는 사회적 관계가 많은 유일한 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북극해에 사는 흰고래도 인간처럼 혈연 외의 개체와 밀접하게 얽혀 있는 사회적 구조를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흰고래는 벨루가(beluga)라고도 하는데, 러시아어로 하얗다는 말이다.
흰고래도 인간처럼 혈연 외의 개체와 밀접하게 얽혀 있는 사회적 구조를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 게티이미지뱅크
흰고래는 보통 2~10마리로 구성된 작은 무리부터 최대 2000마리에 이르는 큰 무리까지 집단을 이루며 산다. 흰고래도 범고래처럼 주로 같은 모계 혈통 출신끼리 사회적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범고래의 경우 수컷과 암컷 모두 그들이 평생 동안 머무르는 무리에서 가까운 모계 혈연의 친척들과 그룹을 형성한다.
그런데 미국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의 그렉 오코리-크로우 박사를 비롯한 국제공동연구팀이 분자 유전자 기술과 현장 연구를 통한 조사 결과, 흰고래의 무리에는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개체들이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흰고래는 모계 혈연을 포함한 가까운 친척들과 정기적으로 교류할 뿐만 아니라, 먼 관계의 친족이나 전혀 관련이 없는 개체들과도 자주 교제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신호에 게재된 이 연구는 흰고래의 집단 유형 및 집단 행동, 친족 간의 관계를 분석한 최초의 연구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 구조 및 문화 등이 인간과 거의 유사
그에 의하면 흰고래 공동체는 사회적 네트워크나 지원 및 협력 구조, 문화 등이 친족 및 비친족 간의 상호작용을 포함하는 인간 사회와 거의 유사했다. 약 70년에 이르는 이들의 긴 수명을 감안할 때 이번 발견은 흰고래들이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개체들과도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연구를 주도한 크로우 박사는 “이 연구 결과는 사회적인 동물의 개체들이 어떻게 그룹의 멤버들로부터 배우고 그런 동물 문화가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향상시켰다”며 “폐경은 흰고래와 인간을 포함한 소수의 포유류에서만 발견되는데, 이는 혈연을 초월해 사회를 구성한 것과도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신체 기관이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에서 생식 기능만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인 폐경은 현재까지 지구상에서 인간을 비롯해 범고래, 들쇠고래, 흰고래, 외뿔고래 등 단 5종만 겪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흰고래는 단지 가까운 친척들하고만 교제하고 있지 않다. 이번 연구에 의하면 흰고래는 다양한 연령대 및 성별을 이룬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집단은 정기적으로 수백 또는 수천 개체에 이른다.
크로우 박사는 “흰고래의 고도로 발달된 음성 통신은 서로 직접 만나지 못하더라도 가까운 친척들과 정기적으로 의사소통을 함으로써 사회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모계보다는 부계 혈연으로 집단 구성
이번 연구 결과 흰고래는 작은 무리뿐만 아니라 큰 무리의 경우에도 보통 여러 개의 모계 혈통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그룹 구성원이 같은 미토콘드리아 DNA(모계 유전자)를 가진 경우에도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으며, 그룹 멤버들 간의 족보적 연계가 모계보다는 부계 쪽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결과는 흰고래가 모계 혈연의 사회 체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기존의 예측과는 다르다.
이번 연구는 알래스카에서 캐나다, 러시아, 노르웨이까지 북극 전역에 걸쳐 있는 흰고래 서식지 10곳에서 수행됐다. ⓒ FAU’S HBOI(Scientific Reports)
또한 흰고래는 단일 성별 및 비슷한 연령대의 무리에서부터 혼합된 연령과 성 집단까지 다양한 형태의 집단을 이루고 있었다. 이는 집단 구성 및 규모가 특정 상황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하지만 크로우 박사는 그런 집단 구성이 오히려 무리가 어떤 원칙에 의해 규칙적으로 모였다가 분리되는 보다 엄격하고 안정된 사회 체계를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흰고래 무리에서 친족들이 하는 역할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크로우 박사는 “흰고래들이 왜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개체들과 함께 사회적 집단을 형성하는지를 밝히게 되면 종의 복원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흰고래 같은 종들이 기후변화를 포함한 새로운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는 알래스카에서 캐나다, 러시아, 노르웨이까지 북극 전역에 걸쳐 있는 흰고래 서식지 10곳에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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