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는 수렵채집을 하는 환경에서 진화해 왔다. 이때, 매머드와 같이 큰 동물을 사냥할 때는 함께 역할을 나눠 공동으로 동물을 몰아 사냥을 하고, 함께 나눠 먹는 방식으로 협력을 했다. 이 같은 ‘공동 사냥’은 인간에게 가장 가까운 종인 침팬지, 또는 늑대나 고래와 같은 사회성을 가진 여러 포유류에게도 관찰된다. 조류와 어류, 절지류 일부에서도 이 같은 행동이 관찰된다는 보고가 있다.
공동 사냥은 함께 공격해 사냥의 성공률을 높인다는 점에서 크기가 크거나 숫자가 많은 먹이를 함께 사냥을 하게 되면 참여한 이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크다는 장점을 갖는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 보상이 참여에 따르는 노력에 미치지 못하거나, 참여자들 사이에 사냥한 먹이를 놓고 벌어지는 경쟁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혼자 사냥을 하는 것만 못할 수도 있다. 또한 공동 사냥을 위해서는 서로 같은 목적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는 만큼, 인지 능력과 소통 능력을 선행 조건으로 필요로 한다.
최근 보고된 연구는, 아마존의 분지에 서식하는 100여 마리 가량의 전기뱀장어들이 한꺼번에 먹이들을 공격해 잡아먹는다는 사실을 포착해 발표했다.
수년간 아마존의 전기뱀장어들을 연구해 온, 브라질의 국립 아마존 연구소와 미국의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 등의 여러 연구자들은 2012년 영상 촬영된 전기뱀장어들의 행동을 분석하던 중 이들이 공동으로 사냥을 하는 모습을 처음 포착했다. 이후 이렇게 조직적으로 사냥하는 것이 이들의 일반적인 행동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2014년 72시간 연속 관찰을 수행해 전기뱀장어들이 동이 틀 무렵과 해가 질 무렵 공동 사냥을 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 발견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는데 이 전기뱀장어들은 그간 야행성에 군집이 아닌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고전압의 전기를 쏴 사냥을 하는 특성상 먹잇감을 찾고 나면 눈에 띄지 않게 접근한 뒤에 사격 거리 안으로 들어가 단번에 전기 공격을 해야 한다. 이에 여러 개체들이 함께 사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리고 야행성인 전기뱀장어들이 낮에는 주로 쉬면서 시간을 보내고 밤에 혼자 먹이를 잡아먹는 모습들이 흔히 관찰된 것도 그 이유였다.
대략 1.2~1.8미터 길이의 수컷과 암컷 성체 전기뱀장어들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수면 깊숙한 진흙 바닥 가까운 곳이나 물속으로 떨어진 나뭇가지들 사이에 숨은 채로 아무런 움직임 없이 ‘쉬면서’ 지낸다. 연구진은 이렇게 쉬는 시간을 아침 7시 30분부터 오후 5시 사이, 오후 7시 30분부터 아침 5시 사이라고 설명했다. 종종 숨을 쉬기 위해 수면 위로 잠시 올라갔다 오는 일을 제외하면 이 전기뱀장어들은 하루 중 이른 아침 시간과 해 질 녘 잠깐씩만 활동을 하는 셈이다.
바로 이 활동 시간에 전기뱀장어들은 수면 가까이로 올라가 다른 뱀장어들을 만나 함께 헤엄을 치거나, 20~30분씩 상호작용을 하고 먹이를 사냥하기도 한다. 연구진은 간혹 이들이 여럿이서 함께 헤엄쳐 가다가 얕은 물속 2~10센티미터 크기의 작은 물고기들이 모여사는 곳을 20미터가량 크기의 서클을 만들어 에워싸고 도는 것을 관찰했다.
이때 100여 마리 이상의 전기뱀장어들이 모여들었는데, 작은 물고기 떼를 마치 공을 둘러싸듯이 돌면서 몰아넣었다. 그러다가 일부 전기뱀장어들이 동시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작은 물고기 떼를 수면 가까이로 밀어붙이는 사이 2마리에서 10마리 사이의 다른 전기뱀장어들은 동시에 전기 공격을 가했다. 전기에 맞은 물고기들은 수면 위로 튀어 올랐다가 기절한 채로 물 위로 떨어지고, 그것을 전기뱀장어들이 빠르게 낚아채갔다. 더러는 사냥에 참여하지 않았던 전기뱀장어들, 이른바 ‘구경꾼들’이 슬쩍 떨어진 물고기들을 낚아채 가기도 했다고 연구진은 보고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사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전기뱀장어들이 공동으로 사냥을 하는 것이 확인되면서, 연구진은 이것을 어쩌면 이들의 전기 공격력이 더 강해져 더 멀리에서도 공격이 가능해졌고 이와 동시에 함께 사냥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전략이 됨에 따라 나타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연구진은 유사한 다른 전기뱀장어 집단들과의 비교 연구를 추가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 한소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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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2-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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