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가 말똥 위에서 뒹구는 이유?

배설물 내한성 성분 흡수해 겨울 추위 극복

판다는 세계에서 가장 귀여운 동물 중 하나다.

동글동글한 모습으로 언덕 위에서 즐겁게 뒹구는 등 귀엽고 재미있는 몸짓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중국 산시성 친링산맥에 위치한 포핑 자연보호구역(Foping National Level Nature Protection Area)에 살고 있는 자이언트 판다(Ailuropoda melanoleuca)는 얼굴과 목에 말똥을 문지르고 말똥 위에서 뒹구는 것을 좋아한다.

산악 지역에 서식하는 자이언트 판다가 말똥 위에서 뒹구는 이유가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배설물 속에 들어 있는 내한성 물질을 흡수해 겨울 추위를 극복하고 있다는 것. 사진은 자이언트 판다. ⓒWikipedia

말똥 묻힌 후 산악의 겨울 추위 극복해

판다의 몸이 전체적으로 흰색을 띠지만 온몸에 말똥이 묻으면 누렇게 변신해 보기 흉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14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중국과학원(CAS) 동물학연구소 과학자들은 그동안 판다가 왜 이런 이상한 짓을 하는지 관심을 갖고 그 원인을 추적해왔다.

그리고 그 이유를 찾아냈다.

말똥 속에 낮은 온도에 대처할 수 있는 화합물이 포함돼 있다는 것. 과학자들은 말똥 속에 판다에게 부족한 베타 카리오 필렌(BCP)과 베타 카리오 필렌 옥사이드(BCPO)라고하는 천연 화합물이 포함돼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물질들은 동물들이 추위에 잘 견딜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몸에서 추위를 감지하는 수용체(receptors)를 차단하면서 추위에 잘 견딜 수 있는 내한성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7일자에 게재됐다. 제목은 ‘Why wild giant pandas frequently roll in horse manure’이다.

배설물은 동물의 신분증과 같은 역할을 하는 중요한 물질이다.

배설물 냄새를 통해 성별을 구분하고 짝짓기를 하고, 포식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자이언트 판다가 말똥 위에서 뒹구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농부들의 짐을 실어 나르는 말들이 보호구역에 들어가는 사례는 자주 있지만 자이언트 판다와는 교류가 전혀 없었다. 야생 상태의 국립공원에서 고독한 생활을 하고 있는 자이언트 판다는 발굽이 달린 동물과 접촉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야생의 자이언트 판다들이 신선한 말똥에 다가가 냄새를 맡고 뒹굴었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몸 전체에 배설물을 문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15°C 미만의 낮은 온도에서 이런 행위가 자주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주식인 대나무 대신 내한성 물질 보충

의문을 풀기 위해 연구팀은 지난 2016년 6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말똥 위에서 뒹구는 38개 사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자이언트 판다는 배설된 지 10일이 지나지 않은 말똥에 몸을 비비고 있었다. 또 배설물 속에 판다에게 부족한 베타 카리오 필렌(BCP)과 베타 카리오 필렌 옥사이드(BCPO)라고하는 천연화합물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화합물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베이징 동물원에 있는 판다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서식처 안에 BCP‧BCPO가 포함된 건초를 넣은 후 판다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이 건초 주위에 몰리면서 몸 전체를 문지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판다들은 또 -5°C에서 15°C 사이의 추운 날씨에 건초들을 더욱 선호하고 있었다.

판다는 중국에서 국보로 대우받고 있는 귀한 동물이다. 그런 만큼 BCP‧BCPO가 판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위험스러운 실험을 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판다 대신 쥐를 선택했다. 희석된 BCP‧BCPO 용액으로 쥐를 적신 후 쥐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관찰했다. 그리고 쥐들의 내한성이 높아져 추위에 잘 견딜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BCP‧BCPO 용액을 적신 쥐들을 이들 물질이 들어있지 않은 식염수 용액을 적신 쥐들과 비교했을 때 ‘더 차가운’ 표면에서 더 쉽게 걸었고, 온도가 빙점 이하로 내려갔는데도 다른 쥐들처럼 서로 몸을 부착하거나 비비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BCP‧BCPO 이 두 물질이 판다 피부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그리고 추위를 감지하는 수용체 기능을 차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사람이나 판다 외에도 많은 동물에게는 온도에 적응하기 위해 수용체가 존재한다. 그러나 수용체로 적응이 힘들 때는 천연 화합물을 사용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고추 속에 들어 있는 무색의 매운 화합물 캡사이신(capsaicin)이다.

중국 저장 의과대학의 생물‧물리학자인 판 양(Fan Yang) 교수는 “사람, 판다는 물론 코끼리, 펭귄 등 많은 동물들이 추위에 견디기 위해 천연 화합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말똥 위에서 뒹구는 판다의 행위를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서(西)사범대학의 생물학자 장장(Zhang Zhang) 교수는 “자이언트 판다의 주식이 대나무인 만큼 추운 겨울이 되면 충분한 열량을 공급할 수 없으며, 이를 대신하기 위해 말똥을 선택해 추위를 극복하고, 수천 년 동안 산악지역에서 생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199)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