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인체 내’ 크리스퍼 시술

LCA 선천성 실명환자 18명 대상 임상실험 중

지난해 7월 미식품의약국(FDA)이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그동안 금지해온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체내 임상시험’을 승인한 것. 허가를 받은 기업은 바이오업체인 에디타스 메디슨과 앨러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에디타스 메디슨(Editas Medicine)에서 선천성 안질환으로 실명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크리스퍼를 안구에 집어넣은 다음 실명의 원인이 되고 있는 유전자를 건강한 유전자로 교체해 시력을 되찾게 하려는 것.

미국 케이시 안과연구소에서 3~17세 환자들을 대상으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체내 시술’이 진행되고 있다. 환자 몸 안에서 결핍 유전자를 교체하는 크리스퍼 시술이 시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Casey Eye Institute

실제 몸 안에 ‘크리스퍼’ 주입은 처음 있는 일

시술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오레곤 보건‧과학대학 케이시 안과연구소(Casey Eye Institute)다.

5일 ‘가디언’, ‘NPR’ 등 주요 언론들은 사상 최초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 체내 시술이 지금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시술 대상은 유전성 희귀질환인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LCA)’를 앓고 있는 3~17세 환자 18명이다.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시력이 소실되고, 눈 떨림, 완만한 동공반사, 망막이상증 등으로 인해 고통을 겪어왔다.

시술에 참여하고 있는 하버드 대학의 안과학자인 에릭 피어스(Eric Pierce) 박사는 “현재 환자 중 일부에 시술을 진행하고 있으며, 안전성과 효과가 확인되면 시술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공 여부는 수 주일 안에 알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명했던 시력이 회복될 수 있는지 여부는 2~3개월 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난치병 치료를 위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적용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왔다.

그러나 생태보존, 유전자편집 아기 출산 등의 문제로 각국 정부가 크리스퍼 시술을 철저히 규제하면서 특정 암이나 겸상적혈구 빈혈증, 베타지중해빈혈과 같은 희귀병 치료에 국한해 부분적인 적용에 만족해야 했다.

시술 역시 인체 밖에서 진행해야 했다. 환자의 몸에서 세포를 떼어내 크리스퍼로 유전자를 편집한 후 다시 몸 안에 주입해 치료 효과를 기다리는 간접적인 방법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이번 시술은 환자의 몸 안에서 직접 이루어지는 최초의 사례다. 그런 만큼 의료계는 물론 세계 전역에 퍼져 있는 환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시술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파괴된 세포 3분의 1까지 회복 가능해

유아기에 시작되는 LCA는 서서히 망막에 있는 빛을 감지하는 세포(light-sensing cells)를 파괴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이로 인한 시각장애는 명암을 감지하지 못하는 부분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움직임은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완전 실명자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환영(vision)을 부분적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

현재 케이시 안과연구소 연구진은 LCA를 치료하기 위해 미세한 현미경으로 봐야 할 만큼 작은 물방울 크기의 약물을 머리카락 굵기의 작은 튜브를 통해 환자 망막에 주입했다.

약물 안에는 인체에 해가 없는 다수의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데 망막 안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설치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이번 시술을 위해 특별히 조작된 바이러스로 수차례의 실험을 거쳐 성공률을 완벽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피어스 박사는 “지금 파괴된 시각 세포 중 10분의 1에서 3분의 1까지 재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또 “유전자편집이 완료될 경우 그 효력은 영구적이며, 환자들은 부분적으로 시력을 유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시술이 있기 전 연구팀은 수차례의 동물 실험을 통해 손상된 시력의 50% 이상을 회복하는 시술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최종 목표는 이 유전자편집 도구가 LCA를 유발하는 유전자를 떼어내는 것이다. 이 작업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손상되고 있던 내부 단백질이 다시 생성돼 빛 감지 세포의 소멸을 막고, 환자가 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술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지켜보고 있는 과학자들 역시 성공을 예상하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곳이 미 정부의 국립보건원(NIH)이다.

프랜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 원장은 미 국영방송인 ‘NPR’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많은 사람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시술을 꿈꿔왔다.”며, “이번 시술이 수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과학자들 역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진 베네트(Jean Bennett) 박사는 “크리스퍼가 이전 1, 2세대 유전자가위 기술과 비교해 월등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며, 이번 시술이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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