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과 첨단기술] 과학의 창
박승남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국가참조표준센터 센터장 ⓒ 한국물리학회
코로나 감염병 확산으로 해외여행이 까마득한 추억이 되었다. 해외출장이 잦았던 시절 항공기에서 작성했던 타국 입국신고서와 귀국 입국신고서에 직업을 적어 넣을 때마다 짧은 고민을 했었다. 초기에는 별 생각 없이 연구원이라고 적었다. 그러다 내 분야에서 존경받던 호주 국립측정연구소의 존스 씨에게 물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석사 학위로 공부를 마친 분이다. 내 물음 자체가 이상한 듯한 표정으로 물리학자, physicist라고 즉답을 했다. 어느 순간부터 지금까지 물리학자라고 적는 것이 내게도 당연한 것이 되었다.
연구원 초년 시절 거의 매번 물리학회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하는 일이 물리학이 아닌 듯싶었다. 다른 응용 분야 학회에도 가입하고 발표도 했다. 물리학회 참석은 점점 뜸해졌다. 연구 성과로 논문보다 특허를 강권하는 분위기를 겪었다. 논문은 대학보다도 못하고 돈만 먹는 하마가 되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출연연구소의 소임으로 강요될 때도 있었다. 그런 비평이 대학 교수들로부터 나올 때는 동료의 충고보다 살짝 섭섭함도 느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출연연구소의 거버넌스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각 출연연구소를 조각내서 대학의 부설 연구소쯤으로 넣겠다는 발상이었다. 치열한 반대에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지만, 마음에 상처는 남겼다.
사회학의 태두, 막스 베버의 강연문 중 ‘직업으로서 정치’를 읽었다. 직업 정치가와 관료의 차이점을 지적한다. 관료는 사회적으로 공인된 일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임으로써 타인의 일에 봉사하는 데 그친다. 반면 정치가는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로 만드는 자다. 같은 맥락에서 ‘직업으로서 학문’은 관료화하고 자본주의화하는 학문 체제 내에서 자신의 일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주체적이고 열정적으로 그 일에 헌신하는 사람이 학문하는 자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학문에 의해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학문을 위해 사는 것이 직업으로서 학문의 본뜻에 따라 살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세월이 흐르며 출연연구소도 거듭 성장해 왔다. 그 동안 대학교 내 물리학과는 그 명칭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지경에 이른 곳이 많아졌다. 학문이 직업인 교수가 학문의 본뜻에 따라 살아가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동시에 연구원의 소임은 더 명확해지며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군이 되었지만 관료화의 경고도 같이 받는다. 연구소에서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며 대학을 대상으로 채용 설명회를 여는 것도 정기행사가 되었다. 대학은 우수 인력 양성에 주력하고 연구소는 국가와 사회가 원하는 연구 성과에 주력하는 역할 분담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진 듯싶다. 물리학회 내에도 국가연구시설소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국가연구시설의 관리와 운영 주체로 그 소임이 출연연구소에 맡겨졌다. 출연연특별위원회가 설치되어 활동한 지도 몇 년이 지났다. 물리학 발전을 위한 출연연구원 내 물리학도들의 기여를 독려하는 것으로 읽힌다.
1992년 ‘물리학과 첨단기술’이 창간되었다. 물리학의 지평이 이리도 넓다는 것을 각 호를 거듭하며 조근조근 보여준다. 순수 물리학과 다른 응용 연구를 하면서도 어느 순간 내가 물리학의 방법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물리학과 첨단기술’을 보면서 자각하기 시작했다. 다른 응용 학문의 학회에 참여하면서도 내가 물리학자라는 것에 안도와 자부심을 같이 느꼈다. 직업군을 나눌 때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이해가 된다. 연구원에 고용되었으니 자신을 고용한 국가가 원하는 업무를 기계적으로 해결한다면 그에게는 연구원이라는 직업군이 맞다. 그러나, 우리 물리학도는 그것을 거부할 것이다. 물리학의 방법론과 학문적 성과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우리 직업을 재정의하는 순간 우리 모두의 직업은 연구원이나 교수가 아니라 물리학자다.
* 이 글은 한국물리학회에서 발간하는 웹진 ‘물리학과 첨단기술’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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