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이론물리학자 피터 힉스의 생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며 우주를 하나로 묶는 힉스 입자를 발견한 공로로 201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피터 힉스(Prof. Peter Ware Higgs)가 지난 2024년 4월 8일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자택에서 94세의 나이로 영면에 들었다.
1929년 5월 29일, 영국 잉글랜드의 뉴캐슬어폰타인에서 태어난 힉스는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대부분의 생을 보내며 물리학에 자신의 인생을 바친 겸손한 물리학자로 알려져 있다. 1964년 힉스는 전자기파 이론의 자발적 대칭성 파괴가 일반적으로 소립자, 특히 W 및 Z 보손의 질량 기원을 설명할 수 있다고 제안하며 자신의 인생을 대표할 논문을 단독으로 출판하게 된다. ‘힉스 메커니즘’에 따르면,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에서 입자들의 상호작용을 설명하기 위해서 ‘게이지 대칭성’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어야 하는데, 이 대칭성의 유지를 위해서는 모든 입자가 질량을 가질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힉스는 이를 통해서 ‘힉스 보손’이라는 게이지 대칭성을 붕괴시키는 입자의 존재를 예측하게 된다. 새로운 입자의 존재가 예측되며, 이 입자의 검출은 현대 물리학의 큰 목표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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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소란스러움을 싫어하며 수줍음이 많았던 힉스는 발표 당일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근교 항구 지역 리스(Leith)에서 송어와 수프를 점심으로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옛 이웃이 이 소식을 전해주었다고 한다.
힉스 메커니즘이란?
구체적으로 힉스 메커니즘은 전자와 같은 기본 입자에게 질량을 부여하는데, 질량은 어떤 힘이 작용할 때 이 힘에 저항하도록 만들어주는 존재(만약 입자가 질량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 입자는 빛의 속도로 움직임)이며 입자의 질량은 ‘그 입자가 힘에 얼마나 저항하는지’와 ‘이에 따라서 공간을 어떤 속도로 움직이는지’를 말해 줄 수 있다. 전자와 같은 렙톤, 쿼크, 약력을 전달하는 게이지 보손 등 약력을 느끼는 입자는 힉스 전하와 상호작용하며 이를 통해서 질량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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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스 보손의 질량은 힉스장과 힉스 보손의 상호작용에서 유래하며 입자의 무게는 힉스장과의 상호작용 여부에 따라서 달라진다. 예를 들면 무거운 입자는 힉스장과 많이 상호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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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여담으로 힉스 입자의 발견은 세계 최고 두 석학의 싸움과도 연결되는데, 스티븐 호킹(Prof. Stephen Hawking)은 힉스 보손의 검출 가능성을 부정했고 ‘LEP(Large Electron Positron Collider)에서 힉스가 발견되지 않는다’에 100달러 내기를 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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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싸움에서는 호킹 박사가 이겼지만, 스위스 제네바와 프랑스의 국경지대 지하에 건설된 입자가속기이자 CERN이 관리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실험 장치인 LHC(Large Hadron Collider)에서 2012년 7월 힉스 입자를 발견하자 힉스가 노벨상을 받아야 한다고 축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그리고 힉스는 2013년 10월 8일 벨기에의 프랑수아 앙글레르와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공동 수상의 이유는 앙글레르와 힉스가 공동연구를 펼친 것은 아니지만, 두 사람의 연구 모두 힉스 입자의 존재를 예측하는 결과를 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힉스 주변 인물의 힉스에 대한 회상
한 평생을 물리학과 함께 했기에 힉스에게 붙는 훈장과 호칭도 왕립 학회 펠로우십(Fellowship of the Royal Society), 에든버러 왕립 학회 펠로우십(Fellowship of the Royal Society of Edinburgh), 물리학 연구소 펠로우(Fellow of the Institute of Physics) 등 대부분 물리학과 관련되어 있다. 또한, 영연방 왕국의 훈장인 명예의 동반자 훈장(Order of the Companions of Honour)도 수여받았다. 힉스는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대부분의 학문적 커리어를 보냈으며, 이 대학교는 2012년 그를 기리기 위해 힉스 이론 물리학 센터를 설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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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대학의 교장인 피터 매티슨 교수는 힉스에 대해서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풍요롭게 해준 비전과 상상력을 가진 진정한 재능을 가진 과학자였다고 회고한다. 특히, 힉스의 선구적인 업적은 수천 명의 과학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했으며, 그의 유산은 앞으로 더 많은 세대에 걸쳐 계속 영감을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2012년 힉스 입자를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준 아틀라스 실험의 전 리더이자 CERN의 사무총장인 파비올라 지아노티 교수는 힉스는 입자물리학에 대한 뛰어난 공헌 외에도 매우 특별한 사람으로, 보기 드물게 겸손한 사람이며 훌륭한 스승이자 물리학을 매우 간단하고 심오한 방식으로 설명하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한다. 또한, CERN의 역사와 업적의 중요한 부분이 그와 연결되어 있기에 그의 영면이 매우 슬프다고 밝히며 우리 모두 그를 몹시 그리워할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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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스 입자 발견이 발표되기 전날 저녁 힉스는 CERN의 전 이론 부서 책임자였던 존 엘리스 자택에서 열린 축하 파티에 초대받았는데, 힉스를 초대했던 존 엘리스는 입자물리학의 거장이 우리 곁을 떠났다고 슬퍼하며 그의 이론처럼 힉스 입자가 없었다면 원자는 존재할 수 없었고, 방사능(Radioactivity)은 전기와 자기만큼이나 강력한 힘이 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그의 이름을 딴 입자의 존재에 대한 그의 예측은 깊은 통찰력이었으며, 2012년 CERN에서의 발견은 우주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그의 이해를 확인하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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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las 공동 연구팀의 일원인 존 버터워스 역시 힉스는 “입자물리학계의 영웅”이라고 회상하며 힉스는 자신의 업적으로 얻은 대중적 명성을 과학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고, 실제로 여러 번 그렇게 행동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또한, 그의 이름을 딴 입자는 추상적으로 보이는 수학적 아이디어가 어떻게 엄청난 물리적 결과를 가져오는 예측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놀라운 사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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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을 수여하는 스웨덴 왕립 과학 아카데미(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는 당시 우주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뒷받침하는 표준 물리학 모델은 “특별한 종류의 입자인 힉스 입자의 존재에 달려 있다”고 설명하며 이 입자는 모든 공간을 채우는 보이지 않는 장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우주가 텅 빈 것처럼 보일 때에도 이 장은 존재하며 입자가 질량을 얻는 것은 이 장과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이 장이 없다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4-04-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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