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과 첨단기술] 과학의 창
이준엽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 ⓒ한국물리학회
2022년은 유엔이 정한 “세계 기초과학의 해”이다. 유엔은 2015년부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빈곤 종식, 기아추방부터 협력 강화까지 17개의 목표를 포함하는 Sustainable Devel- opment Goal(SDG 2030)을 설정하고, 169개 세부 과제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International Year of Basic Sciences for Sustainable Development (IYBSSD2022)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필수 불가결한 수단으로서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지정되었고, 올 한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활동과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과학기술이 20세기 인류의 비약적 발전에 결정적 기여를 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17세기 뉴턴 역학을 기반으로 하는 근대과학이 18세기 영국의 1차 산업혁명을 주도하였듯이, 20세기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으로 대별되는 혁명적 과학발전을 기반으로 현대사회로 이행하였다. 현대과학은 공학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대량분업생산의 2차 산업혁명, 디지털정보 기반의 3차 산업혁명을 넘어 초연결 기반의 4차 산업혁명까지 놀랄만한 성취를 이루었다. 그러나 한 세기 동안 지속되어온 성장이 인류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크게 도전을 받고 있다. 지구상에는 여전히 성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제가 산적해 있을 뿐만 아니라 고속성장의 부산물로 환경오염, 전염병 확산, 부의 양극화 같은 새로운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과학기술 발전과 국제적 협력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2022년이 기초과학의 해로 지정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현대사회의 발전에 대한 회의라기보다는 과거와 같은 속도의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여전히 기술문명의 발전과 확산은 전 인류적 편익을 증진시키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대별되는 20세기형 발전 모델을 지속하기에는 그 비용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살펴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사회는 서구사회가 과거 수백 년간 진행해온 근대화와 현대화 과정을 해방 이후 불과 반세기만에 이루었기에, 성장 정체기에 찾아 올 수 있는 극심한 혼란을 극복하는 것은 매우 큰 도전일 것이다.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국적이 있다”는 루이 파스퇴르의 명언을 생각할 때,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초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성장의 한계와 그늘에 대해서 성찰하고 무엇을 실천할 것인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개발도상국으로서 한국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모델의 대표적 성공주자이다. 산업발전뿐 아니라 기초과학의 발전도 동일한 모형이 적용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연구 분야에서 많은 연구 성과를 가급적 빨리 창출하는 것이 우리의 미덕이었다. 기초연구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에 1977년 한국과학재단이 설립되고, 1983년 목적기초사업과 1990년 우수연구센터사업이 시작된 이래로 불과 한 세대 만에 기초과학 연구가 양적인 면에서 세계 10위권에 진입하였다. 이러한 성과는 인력 확충이나 연구비 증액과 같은 투입 증대에 기인한 바가 크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인류사회에 보편적 기여를 할 수 있는 기초과학에 한국사회가 큰 기여를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적 목표의식이나 사회적 책무에 대한 고민 없이, 양적 성장을 위해 세계적 지식생산 구조에서 하청생산에 충실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투입 증대를 통한 양적 증가는 이미 한계에 도달하였다는 점이다. 인구 구조상 내국인 연구자 수가 단기간 급증하거나 연구비 증액을 통한 연구력 도약은 쉽지 않다. 따라서 한국사회 발전모델에 적합한 기초과학 발전 비전과 방법을 함께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먼저 우리의 상황에 부합하는 발전 비전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기초과학은 기본적으로는 인류의 보편적 자산이다. 그러나 과학자에게는 국적이 있듯이 우리는 한국사회가 직면한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당분간 세계는 모두 함께하는 세계화보다는 양극화 또는 다극화 시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처럼 자원이 부족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려운 무역 중심 국가는 초격차 기술을 통해 생존을 보장받아야 한다. 이러한 시점에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적 과학역량을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초격차 기술을 지원하는 것을 과학의 기술 종속화로 폄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순수과학의 토대가 우뚝 선 한국이야말로 우리 민족 생존의 핵심적 요소일 것이다.
이러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First Mover)로서의 기초과학 발전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단기적 양적 성취보다는 장기적이고 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하는 풍토를 조성하여야 한다. 연구자 수가 제한적일수록 논문을 양산할 수 있는 ME-TOO 연구보다는 연구자가 각각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평생 시도하여 기초과학의 혁신에 기여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문 후속세대에 대한 교육, 순수과학자로서의 긴 안목을 가진 연구에 보다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박사 학위 후 연수과정에서 본인만의 독자적 연구 분야를 개척하려는 시도를 지원하고, 연구자들에게는 도전과 실패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혁신을 위한 공동연구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 기초과학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여가 모여 지속 가능한 한국사회와 더 나아가 지속 가능한 인류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소명감으로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1) https://www.scimagojr.com/countryrank.php. 자료에 의하면 2021년 논문 발간 성과에서 수학은 세계 13위, 물리학 11위, 화학 7위, 분자생물학 11위에 위치하고 있음.
* 이 글은 한국물리학회에서 발간하는 웹진 ‘물리학과 첨단기술’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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