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섬의 난쟁이 코끼리 화석 ©위키커먼스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에는 과거 여러 차례 유럽 대륙의 거대한 코끼리들이 이주해 들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전형적으로 몸집이 작아졌는데, 이는 섬으로 이주해 온 동물들이 전보다 아주 커지거나 아주 작아지는 현상으로 ‘섬의 법칙’이라고도 부른다. 다른 예로는, 도마뱀이 대륙에서 섬으로 이주한 뒤에 몸집이 거대해진 ‘코모도 도마뱀’이 있다. 이는 섬이라는 제한적인 환경 속에서 한정적인 자원을 이용하고 포식자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적응 과정에서 나타난 극적인 표현형의 변화로 생물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일이지만, 이 같은 일이 얼마나 빨리, 혹은 천천히 일어나는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연구는, 시칠리아 섬의 난쟁이 코끼리 화석을 분석하고 이들이 섬에 적응하기 위해 짧은 시간 동안 크기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세대마다 200킬로그램씩까지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해석했다.
섬으로 이주해온 코끼리들
시칠리아 섬의 일명 ‘난쟁이 코끼리(dwarf elephant)’들은 유럽 대륙에서 섬으로 이주한 ‘곧은 어금니 코끼리(Palaeoloxodon antiquus)’의 후손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략 20만 년 전에 처음 이주가 시작되었고, 이후 여러 차례 이주가 반복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는데, 코끼리의 후손들이 작아지는 진화 현상도 그때마다 독립적으로 반복해서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자들은 시칠리아 섬의 난쟁이 코끼리들은 한꺼번에 Palaeoloxodon 속(genus)으로 묶는다. 유럽의 곧은 어금니 코끼리는 80-4만 년 전 사이 유럽 대륙에서 살았던 코끼리들로 3.7미터 높이, 10톤 무게일 것으로 추정된다. 시칠리아 섬의 코끼리들은 대략 2미터 높이, 1.7톤 무게로, 조상들에 비해 무게가 20퍼센트 미만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사람에 비유하자면 붉은 털 원숭이(rhesus macaque)의 크기로 줄어든 것과 같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연구진은 시칠리아 섬에 남아있는 17-5만 년 전 사이의 난쟁이 코끼리 화석들을 분석해, 코끼리들이 섬으로 이주한 뒤에 점차 크기가 얼마씩 줄어들었는지를 분석했다. 먼저 고대 DNA 분석법을 이용해 화석에 남아 있는 미토콘드리아 DNA 서열을 분석해 이전에 분석된 코끼리들의 것과 비교했다. 그 결과 계통수 상에서, 시칠리아 섬의 코끼리들이 독일에서 화석으로 발견된 곧은 어금니 코끼리들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코끼리 화석은 12~24만 년 전 사이의 것들로 분석에 따르면 이들과 시칠리아 섬의 코끼리들은 대략 40만 년 전 분기가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 계열의 코끼리들이 같은 조상에서 유래했다는 것과, 난쟁이 코끼리들의 조상이 섬으로 이주를 한 것이 40만 년 전 이후일 것으로 특정한다고 연구진은 해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끼리들, 세대당 200킬로그램씩 줄어들었을 수도
난쟁이 코끼리들의 조상이 시칠리아 섬으로 이주한 것은 기후 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낮아지던 무렵이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지역의 해수면이 낮아져 코끼리들이 물을 건너 섬으로 이주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시점은 기후학적 추정치로 볼 때 대략 12만 5천 년 전, 혹은 7만 년 전이다. 이를 연구진은 난쟁이 코끼리들이 작아지기 시작한 시기의 최대 및 최소 시점으로 보고 여러 시기의 화석들을 비교 분석해 코끼리들의 몸집이 작아진 비율을 계산했다. 그 결과, 섬 코끼리들은 한 세대당 키는 0.15~0.41밀리미터씩 줄어들고 무게는 적게는 0.74, 많게는 200킬로그램씩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한 포유류의 상징과도 같은 코끼리가 섬의 환경에서 적응하는 과정이 놀랍게 빨랐던 것을 시사한다.
‘섬의 법칙’이 함의하는 섬이라는 특유의 공간에서의 극적인 진화 방식은 동물들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기제가 얼마나 흥미로운지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이 같은 진화가 난쟁이 코끼리들에게서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것을 암시할 뿐 아니라, 고대 DNA 연구 방식과 고생물학, 지질 연대학적 연구들을 결합해 멸종한 동물들의 진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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