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아직도 인류가 풀지 못한 미스터리(mystery)가 많다. 우주라면 더욱 그렇다.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블랙홀은 얼마나 신비로운가.
이 블랙홀의 비밀을 파헤쳐 세상에 알린 삼인방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와 라인하르트 겐첼(Reinhard Genzel) 미국 UC버클리대 교수, 앤드레아 게즈(Andrea Ghez) UCLA대 교수가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의 주역이 됐다. 이들의 연구는 우주의 별이 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연구 발자취까지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블랙홀을 사랑한 스티븐 호킹과 로저 펜로즈
‘블랙홀’하면 스티븐 호킹을 빼놓을 수 없다. 스티븐 호킹은 죽는 날까지 블랙홀을 연구하며 블랙홀의 비밀에 더 다가가기 위해 애썼다. 스티븐 호킹은 로저 펜로즈와 블랙홀에 대한 저서를 집필하고 함께 블랙홀의 존재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했다.
당시 23세 대학생이던 호킹은 펜로즈 교수의 블랙홀 특이점 정리에 흥미를 가졌다. 그는 우주가 팽창하는 과정을 거꾸로 돌리면 중력 수축과 유사한 상황이 일어나고 여기에 펜로즈의 증명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후 호킹은 펜로즈와 함께 특이점 정리를 연구해 발표했다. 지난 2018년 별세한 스티븐 호킹이 아직도 살아있었다면 펜로즈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블랙홀은 물질이 극단적으로 수축해 자신의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극한의 중력을 가진 천체다. 우리는 영화 속에서 많이 봐서 익숙하지만 사실 블랙홀은 오랫동안 상상 속 이론으로만 존재했다. 블랙홀에 대한 이론을 확립한 세기의 천재 아인슈타인조차도 블랙홀이 어떤 특수한 조건에서만 존재할 뿐 실제 우주에 존재한다고 확신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로저 펜로즈는 아인슈타인 사망 10년 후 직접 블랙홀이 실제로 형성될 수 있는지를 증명해냈다.
별의 운동을 관측해 블랙홀을 증명한 스승과 제자, 겐첼과 게즈
겐첼과 게즈 교수는 실제 블랙홀의 존재를 장기 관측을 통해 증명해낸 ‘의지’와 ‘열정’의 과학자들이다. 이들은 먼저 우주에 초거대 고밀도 천체가 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리고 관측에 방해가 되는 우주의 성간물질을 피해 적외선 망원경 장비로 별들의 운동을 관측해왔다.
이들의 끈질긴 추적은 무려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겐첼과 게즈 교수는 유럽과 미국에 각각 연구팀을 이끌고 관측을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은 우주의 성간물질 등에 흡수되거나 산란되며 시야를 방해하기 때문에 이를 피해 적외선 관측이 가능한 유럽 칠레 VLT 망원경이나 하와이 마우나케아산 켁(Kec) 망원경을 이용해 적외선 분광관측을 실시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결국 이들은 2009년 우리 은하계 중심의 궁수자리 A*(Sagittarius A*) 별을 관측하며 블랙홀로 보이는 천체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블랙홀은 태양의 질량보다 400만 배 큰 초거대 고밀도 천체다. 이러한 성질은 주변의 별을 끌어당긴다. 연구팀은 끈질긴 추적 관측 끝에 궁수자리 A* 영역에서 블랙홀의 성질을 포착했고 결국 우주의 가장 독특한 존재인 블랙홀의 존재를 증명해냈다.
지난 2019년에는 드디어 세계 최초로 초대질량 블랙홀의 모습이 공개됐다. 사건 지평선 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진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망원경을 통해 거대 은하 ‘M87’ 중심부에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6개 대륙 200여 명의 연구진이 8개의 거대 망원경으로 관측에 참여한 성과였다. 호킹과 펜로즈, 겐첼과 게즈의 30여 년 연구 성과가 실제로 입증된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그러나 블랙홀은 여전히 미스터리에 싸여있는 천체다. 강한 중력을 가진 블랙홀에 가까이 가면 다른 공간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 버린다. 블랙홀은 이처럼 시간여행의 관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된다. 우리가 블랙홀을 더 많이 알게 되는 어느 날 정말 미래로 가는 시간여행의 해법도 생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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