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소바인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다

티베트 동굴서 발견된 DNA 분석

복원된 데니소바인의 얼굴 ©Science Magazine

데니소바인은 시베리아 남부에 있는 알타이산(Altai Mountains)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굴한 손가락 마디 뼈에서 분석한 유전체 서열로부터, 현대 인류와 네안데르탈인 모두와 구별되는 새로운 절멸종으로 우리에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대개 화석이 발굴되면 그 형태학적, 역사적 맥락을 함께 분석해 그 계통을 확인하게 되는데, 데니소바인은 그 형태학적 맥락은 알 수 없는 채로 DNA로 이전까지 알려진 바 없는 새로운 종류의 호모(Homo)라는 것을 알게 된 경우였다.

이후 비교 유전체학 연구를 통해서 데니소바인과 네안데르탈인은 대략 40만 년 전 서로 갈라져나간 것으로 추정되었고, 그들의 조상과 우리들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이 서로 갈라져 나간 것은 최대 80만 년 전후로  추정되었다. 500만여 년 전에 살다간 오스트랄로 피테쿠스가 우리의 직계 조상이 맞다면, 호모 사피엔스와 데니소바인, 네안데르탈인은 모두 함께 그의 먼 후손이 되는 셈이다.

또한 데니소바인은 유전체학 연구를 바탕으로, 현재 아시아인들에게 유전적 기여를 했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우리 조상과 데니소바인의 혼혈 자손들이 살아남아 지금 아시아인들의 유전체 속에 그 흔적을 남겼다는 의미다.

특히 오세아니아인과 파푸아인의 경우 아시아인들보다도 몇 배 더 많은 데니소바인의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것이 각각 다른 데니소바인 집단과 생긴 혼혈들이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인들에게는 데니소바인의 유전적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고, 유럽인들에게는 아시아인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 감지되는 만큼 데니소바인들은 아시아 지역에 주로 분포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그런데 지금까지 알려진 데니소바인의 유해는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손가락 조각과, 치아 세 개, 두개골 조각이 전부였기 때문에 왜 다른 지역에서는 그들의 유해를 전혀 찾을 수 없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특히 데니소바인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인자 일부가 티베트 고원에 사는 티베트인들이 고위도 저산소 환경에 적응하는데 기여했음을 밝히는 논문들이 발표된 이후로는, 어째서 티베트나 그 주변에는 그들의 유해를 전혀 찾을 수 없는 것인지 궁금증을 더하게 했다.

지난 10월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연구 논문은, 티베트 고원의 동굴 퇴적층에 남은 여러 데니소바인들의 DNA를 찾아내, 그들이 이곳에서 수만 년에 걸쳐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티벳 고원의 바이시야 카르스트 동굴(Baishiya Karst Cave)에서 중석기 시대 하악골이 발견되었는데, 대략 16만 년 전의 데니소바인으로 추정되었다. 이 화석에서 DNA가 추출되지 않아, 대신 남아있는 단백질 흔적을 가지고 내린 결론이었는데, 그 신빙성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화석 대신 화석이 발견된 동굴의 퇴적층을 시기별로 분류해 존재하는 DNA를 추출하고, 그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DNA 검출을 시도했다.

검출된 미토콘드리아 DNA는 분석 결과 데니소바인의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이것이 대략 6만여 년 전 것과 10만여 년 전 것으로 뚜렷이 구분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바이시야 카르스트 동굴에 10만여 년 전부터 6만여 년 전 사이 적어도 수만 년에 걸쳐 데니소바인들이 살았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리고 이 증거는 데니소바인들이 그 오랜 기간 티베트 고원의 고위도 저산소 환경에 적응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앞서 알려진 바와 같이 그 적응 유전인자를 현대 인류에게 공유해 티베트 고원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하는데 기여했을 것으로 짐작하게 한다.

몽골의 살킷 계곡에서 발굴된 화석의 유전체에 남은 데니소바인 유전체 위치가 현재 인류 집단들과 비교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보여주는 그래프. 동아시아인들(East Asian, 빨간색)이 두드러진다. ©Massilani et al. 2020

한편 ‘사이언스’지에 함께 발표되었던 또 다른 연구 논문은 몽골의 살킷 계곡에서 발견된 3.4만 년 된 두개골에서 분석한 유전체 데이터를 이미 발표된 다른 화석 유전체들과 현재 인류들의 유전체 데이터와 함께 비교 분석해 데니소바인과 인류 사이의 혼혈에 대한 또 다른 증거를 더했다.

지리적으로나 유전적으로나 현재의 동아시아인에게 더 가까웠던 이 살킷 사람에게 남아있는 데니소바인의 유전인자를 각 염색체에서 그 위치를 특정해 알아내는 방식이었는데, 이것이 동아시아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인 전반에게서 현저하게 일치했고 오세아니아인들과 파푸아인들에게 남아있는 데니소바인 유전인자 위치와는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세아니아인과 파푸아인에게 존재하는 데니소바인 유전인자는 동아시아인에 비해 크게는 20배까지 더 많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는 서로 다른 데니소바인 집단과 혼혈 관계를 맺었기 때문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유해가 많이 남아 있지 않아 연구하기가 쉽지 않은 데니소바인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지만 유전체학의 발달과 함께 꾸준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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