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동물 멸종이 인간의 뇌를 키웠다?

빠르고 작은 동물 사냥하면서 뇌 부피 증가해

인간의 뇌가 커진 것은 대형동물의 멸종 덕분이었다는 새로운 가설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침팬지의 뇌는 700만년 동안 그대로였지만, 인간은 최초 등장 이후 뇌 용량이 650㏄에서 1500㏄로 약 3배나 커졌다. 인간의 뇌가 이처럼 커진 이유를 설명하는 가설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사회성 가설과 생태지능 가설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사회성 가설은 인간이 집단을 이루어 서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뇌가 커졌다는 이론이며, 생태지능 가설은 환경에 적응해 생존하기 위해 머리를 많이 쓴 결과 뇌 용량이 커졌다는 이론이다.

고대 인류가 대형동물인 코끼리를 사냥하고 있는 모습. 인간의 뇌가 커진 것은 이 같은 대형동물들의 멸종 때문이었다는 새로운 가설이 제기됐다. ©Dana Ackerfeld

하지만 인간이 집단을 이루어 사는 유일한 동물은 아니며, 다른 동물들도 거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는 점에서 두 가설 모두 명확한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그런데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고고학과의 미키 벤도르(Miki Ben-Dor) 박사와 란 바카이(Ran Barkai) 교수는 인류의 첫 등장부터 농업혁명(기원전 1만 년경)에 이르기까지 뇌 용량의 변화에 대해 새로운 가설을 내놓았다.

그에 의하면 26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인간이 처음 출현했을 때만 해도 육지 포유류의 평균 몸무게는 500㎏에 육박했다. 그러나 농업혁명이 시작되기 직전에 육지 포유류의 크기는 90% 이상 감소해 평균 몸무게가 수십 ㎏으로 줄어들었다.

인간이 대형동물의 멸종을 야기해

이처럼 동물들의 크기가 감소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인간 때문이라는 것. 즉, 인간이 대형동물을 사냥하는 데 특화된 최상위 포식자로 진화하면서 그들의 궁극적인 멸종을 야기했다는 설명이다. 인간이 대형동물들의 멸종에 주요한 요인이었다는 증거는 최근 몇 년 동안 꽤 많이 축적되고 있는 편이다.

대형동물들이 사라지자 인간은 신속하게 이동하는 소형동물들을 사냥하는 것에 적응하면서 더 높은 인지 능력이 필요하게 됨에 따라 뇌 용량이 커졌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논문 발행기관인 MDPI가 출간하는 ‘쿼터너리(Quaternary)’ 최신호에 발표됐다.

그에 의하면 과거의 아프리카에는 6종의 코끼리가 서식했으며, 그것들이 인간이 사냥하는 모든 초식동물 생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즉, 이 대형동물들이 인간에게 에너지의 필수원인 지방을 제공한 것이다.

동아프리카의 초기 증거에 의하면 호모 사피엔스는 코끼리 종의 수가 많이 감소한 이후에야 특정 지역에서 나타났다. 연구진은 동아프리카, 남유럽, 이스라엘의 고고학 문화권에서 발견되는 동물의 크기를 비교한 결과, 200㎏이 넘는 대형동물의 개체수가 현저하게 감소한 후 인간의 뇌 부피도 증가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냥감의 크기가 작아지자 작고 빠른 동물을 사냥할 수밖에 없게 되어 인간은 더욱 교활하고 대담해져야 했다. 이로 인해 인간의 뇌가 커졌으며, 먹잇감을 찾을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정보 교환이 필요해짐에 따라 언어가 발달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동물들이 계속 작아지자 농업혁명 일으켜

다시 말해서 한 마리의 코끼리 대신에 수십 마리의 가젤을 사냥해야 한다는 것은 인간의 뇌 기능에 장기간의 진화적 압력을 발생시켰다는 것. 움직임이 매우 빠른 작은 동물들을 사냥하려면 좀 더 정교한 사냥 도구뿐만 아니라 추적에 적합한 신체 조건도 필요하다.

또한 빠른 추적을 위해서는 동물의 행동에 대한 경험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하므로 인지 활동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처럼 다양해지고 많아진 정보들은 더 큰 메모리에 저장되어야 한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더 작고 빠른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서 인간은 새로운 무기를 개발해야 했다. ©Quaternary

미키 벤도르(Miki Ben-Dor) 박사는 “동물의 크기가 계속 감소함에 따라 인간은 활과 화살을 발명하고 개를 가축화하여 사냥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그런데 석기시대가 끝날 무렵 동물들이 더욱 작아지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사냥에 쏟을 수밖에 없었던 인간은 결국 농업혁명을 일으켰다.

연구진은 농업혁명으로 더 이상 사냥에 집중하지 않게 되자 인간의 뇌 용량이 현재의 1,300~1,400㏄로 줄어들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가축화된 동식물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인지 능력을 사냥이라는 작업에 할당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란 바카이 교수는 “호모 에렉투스든 호모 사피엔스든 인간이 나타난 곳이라면 어디든지 대형동물들이 대량 멸종했다”며 “그런데 우리의 사촌인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다른 인류 종들은 그들의 대형 먹잇감이 사라지면서 멸종된 반면 호모 사피엔스는 농업혁명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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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조영찬 2021년 March 12일9:17 pm

    오 이건 새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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