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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은영 객원기자
2016-09-07

"망할 수 있다 해도 해볼꺼야" '배달의 민족' 창업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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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들면서 소비자들의 기호를 맞추는 일이 가능할까? 시장조사가 필요한 걸까? 애플의 창업자이자 CEO였던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벨이 유선 전화를 만들 때 시장조사가 필요 없었던 것 처럼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뭔지 볼 때까지 모른다고 말했다.

예비 창업자들에게 ‘성공'이란 이루고자 하는 목표이자 도착지이다. 어느 누구도 실패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실패하는 방법을 먼저 고민하는 창업자에게 '길'이 있다.

국내 오투오(O2O) 서비스의 대표주자격인 음식중계서비스 ‘배달의 민족'을 만든 우아한 형제들(대표 김봉진)의 시작도 그러했다. 처음부터 거창한 사업 전략도, 시장 조사도, 수익 모델도 없었다. 성공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실패에 대한 고민이 더 컸다.

완벽한 사업계획을 세우기 보다 먼저 사업의 가능성을 타진해라

6일(화) 스타트업지원공간인 서울 역삼동 디캠프에서 최정이 이사(우아한 형제들)는 자신들이 만들어 낸 ‘배달의 민족' 관련 사업의 탄생 스토리를 풀어놓으며 예비 청년기업가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국내 '음식중계배달'이라는 시장을 개척한 '배달의 민족'어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 배민라이스 등으로 스타트업계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우아한형제들의 최정이 이사가 청년창업가들을 위해 자신의 실패경험담과 창업스토리를 풀어놓았다.
배달의 민족, 배민라이스 등으로 스타트업계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우아한형제들의 최정이 이사가 청년창업가들을 위해 자신의 실패경험담과 창업스토리를 풀어놓았다. ⓒ 김은영/ ScienceTimes

최정이 이사는 스타트업이 무엇이냐고 물으며 말 문을 떼었다. ‘린 스타트업'의 저자 에릭 리스는 스타트업이란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조직"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시시때때로 바뀌는 시장 상황과 기술의 발달 속에서 승부해야 하는 스타트업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중요 요소는 무엇일까?

최정이 이사는 “잔인한 이야기지만 통계적으로 스타트업의 90%는 망한다. 단지 10명 중 1명만이 성공한다. 모두들 실패의 요인으로 시장성, 사업계획, 전략을 이야기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에게는 그러한 요소들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시장에는 없었던 음식배달중계앱 서비스인 ‘배달의민족'이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배달앱 시장이 얼마나 클 것이냐고 자신들에게 질문했다. 몰랐다. 통계적으로 그런 시장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스스로 여러 자료를 조합하고 추정해 10조~15조원이라는 숫자를 만들어냈다. 기존에는 없던 시장 규모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자 이제 사람들은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것이냐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다.

수익모델도 명확하게 설정된 것이 없었다. 그들이 알고 싶었던 것은 돈을 벌고자 하는 생각이나 성공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거리(오프라인)와 소비자(온라인)를 스마트폰으로 연결해주는 것이 가능한가 였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주문할 것이라는 시장 조사가 없었기에 스스로 세운 가설을 증명해야 했다.

최 이사는 “시장조사나 전략에 함몰되어 서비스를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이 아직 안 만들어졌을 수도 있고 시장규모를 알 수 없는 제품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시도'해 보는 것이다. 과연 이 실험이 이루어질 것인가, 하는 도전이 먼저다"라고 강조했다. 최 이사는 정확한 시장 규모, 면밀한 수익 모델 등 매번 사업계획서를 만드는 데 너무 공을 들이면 실제로 스타트업의 장점인 ‘빠른 의사 결정'과 ‘추진력'이라는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성공 보다는 실패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가라

그는 성공을 위한 첫번째 명제로 ‘가능성의 확인'을 들었다. 일단 사업이 가능한 지를 그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어느 정도의 규모가 나오면 그 다음에는 ‘흥정'이 가능하다. 흥정은 수익모델의 기반이 된다. 최 이사는 배달의 민족 서비스를 하는데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거리에 있는 전단지를 스캔해 스마트 폰에 옮기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조금씩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며 사업을 시작했다. 조금씩 반응이 오자 이번에는 각 식당을 돌았다. 식당 주인에게 자신들의 앱에 소비자들의 '콜(call)'이 들어 온 건수를 보여주면서 “사장님, 전화가 더 오길 원하시나요?"라고 물어봤다.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저희가 콜을 연결해드리는 대신 약간의 수수료를 주시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한 것이 수익모델의 기초가 되었다.

거리에 전단지를 스캔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해 새로운 오투오(O2O) 시장을 개척한 '배달의 민족'.
거리에 전단지를 스캔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해 새로운 오투오(O2O) 시장을 개척한 '배달의 민족'. ⓒ ScienceTimes

두번째는 실패를 예상하고 일을 해야 성공한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사업을 시작하면 실패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는다. 그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지만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 망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패를 한다고 가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최 이사는 성공의 주문을 알려주었다. “나는 망할수 있어. 최소한 한 번 해볼꺼야"라는 주문이었다. 학벌이 좋을 수록,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일 수록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그러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실패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더욱 망설였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하면 실패할지를 생각해보라고 권했다. 이어 "정확한 결정이 아닌 분명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사업과 자아를 동일시 하면 안된다. 자아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길에 성공이라는 도착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영 객원기자
teashotcool@gmail.com
저작권자 2016-09-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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