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이 높은 새는 바로 눈앞에 있는 먹이를 두고도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로 까마귓과에 속하는 새, 어치 얘기다. 어치는 ‘깃털 달린 유인원’으로 불릴 정도로 지능이 높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이들 중에도 지능이 높을수록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미래의 계획을 위한 지연 보상을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심리학 연구팀에 의해 확인됐다.
‘깃털 달린 유인원’으로 불리는 똑똑한 어치(학명: Garrulus glandarius) ⓒ Animal Pictures Archive
우리는 종종 어려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 놓인다. 예컨대 지금 눈앞에 있는 만족, 아니면 나중에 주어지는 더 좋은 만족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결정의 순간 말이다. 만약 눈앞에 맛있는 음식과 같은 강력한 유혹이 있다면 이 의사결정은 더더욱 어려워질 터다.
이처럼 즉각적인 보상에 저항하고 더 나은 가능성을 기다리는 능력을 자제력이라고 한다. 사람의 경우 자제력과 일반 지능 사이에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알려졌다.
현 순간의 유혹을 취득하기 위해 미래의 보상을 할인하려는 심리적 경향을 무시해야 하고, 즉각 보상에 저항하는 도전적인 인지이며, 의사결정과 계획 조직 및 실행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인지 기술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아이의 경우 자제력이 일반 지능의 대리척도인 학업 수행력과 연결되며, 이후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마시멜로 테스트’* 결과도 존재한다.
*마시멜로 테스트는 “어린아이에게 마시멜로 1개를 주고 15분 동안 먹지 않고 참으면 2개를 주기로 하고 아동의 행동을 관찰하는 실험”이다. 이는 미국 스탠포드대학 윌터 미셜 교수(Walter Mischel)가 1970년대 초반 ‘지연된 만족’을 연구하기 위해 고안한 심리학 실험이다.
즉각적인 보상에 저항하고 더 나은 가능성을 기다리는 자제력은 ‘마시멜로 테스트’로 확인하기도 한다. ⓒ baneth.eu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자제력과 지능의 연관성은 인간에게만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니다. 침팬지에 대한 연구는 자기 통제력을 발휘하여 인지 작업에 성공한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또 다른 연구는 지연 만족을 택한 갑오징어가 더 나은 학습 결과를 보인다는 결과를 도출한 바도 있다.
한편, 일반적인 조류(가금류 및 비둘기 등)는 즉각적인 보상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까마귓과와 앵무종과 같이 뇌가 큰 새는 조금 다른 경향을 나타낸다. 이들 종은 즉각적인 옵션을 무시하고 더 좋지만 지연된 보상을 위해 최대 수 분을 기다리는 고급 자기 통제력을 보여주는 동물 그룹 중 하나다.
케임브리지대학 심리학과 알렉산드라 슈넬(Alexandra K. Schnell 박사의 연구팀은 까마귓과 새들이 나중을 위해 먹이를 저장하는 습성을 겨냥해 새의 자제력과 인지능력 사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를 ‘왕립학회 자연과학 회보 B'(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에 발표했다.
까마귓과의 새 ‘어치’는 사람을 뺀 다른 유인원과 견줄 만큼 높은 인지 능력을 가져 이른바 ‘깃털 달린 유인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새가 먹이 은닉처를 뒤져 훔치는 것을 방어하는 데는 취약한 편. 때문에 어치는 이런 생태적 환경과 사회적 문제를 모두 극복하는 솔루션으로써 먹이에 대한 지연 보상 코드를 향상시켜 왔다. 연구팀은 이런 부분이 여러 번 독립적으로 진화하는 동안 자제력을 진화시키는 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어치의 자제력을 확인하기 위해 ‘어치 버전 마시멜로 테스트’를 활용했다.
마시멜로 대신 거저리(곤충)와 빵·치즈를 준비하되, 어치가 가장 선호하는 거저리는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환경에서 빵과 치즈는 바로 방출이 되지만, 거저리는 투명 아크릴 너머로 볼 수는 있지만 5초에서 최장 5분 30초까지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접근할 수 있다.
어치의 먹이 지연 유지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 조건과 환경으로 서랍에 표시된 다양한 모양의 기호는 시간 지연을 나타낸다. 즉시 방출되는 원으로 표시된 서랍에는 선호도가 낮은 먹이를 미끼로 넣었고, 지연 보상은 항상 선호하는 먹이를 넣어두었다. ⓒ The Royal Society
그 결과 모든 어치가 빵과 치즈를 즉각 먹지 않고 기다려서 거저리를 최종 획득하는 자제력을 발휘했다. 단, 개체별로 큰 편차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돌치(Dolci)와 호머(Homer)는 20초 만에 빵과 치즈에 입을 댔고, 제이로(Jayro) 어치는 무려 5분 30초를 기다렸다가 거저리를 얻었다.
한편, 어치의 일반지능(general intelligence)을 측정하기 위해 공간기억, 대상 영속성, 일반화학습, 변별학습, 반전학습 등 5가지 과목의 실험도 진행했다. 이 실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어치는 거저리 보상 실험에서 더 오래 기다리는 자제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두고 슈멜(Schnell) 박사는 “새들의 성과는 개체마다 달랐지만, 가장 흥미로운 점은 새가 한 가지 작업을 잘하면 모든 작업을 잘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즉 지능과 자제력이 긴밀하게 연결돼. 일반지능 요인이 다른 기능을 하는 데에 기초가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사람과 동물의 자제력은 특정 사회적 맥락 및 생태적 맥락에서 유리하게 작용 된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사회적 맥락에서 더 큰 자제력은 강한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는 중에 발달했을 수 있고, 생태학적 맥락에서 높은 자제력은 치열한 생태계 환경에서 포식자의 위험으로 인해 획득하기 어려운 먹잇감에 의존하여 진화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패러다임은 동물들의 세계에서 복잡한 인지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매핑할 수 있는 하나의 잠재적인 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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