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합성 과정에서 물을 수소이온과 산소로 분리하는 광화학계(photosystem) II의 고해상도 세부구조 이미지가 포착됐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이 복잡한 광합성 메커니즘을 더욱 잘 이해하는 한편, 값싸고 효율적인 태양 연료장치 개발의 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7일자에 발표됐다. 관련 동영상
약45억년 전 지구가 형성되었을 때 대기는 이산화탄소가 풍부하고 자유 산소분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논문 공저자이자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버클리랩) 시니어연구원인 준코 야노(Junko Yano) 박사는 당시 지구에 대해 이산화탄소가 가득한 대기로 유성이 쏟아져 내리고, 화산 폭발로 용암이 바다를 이룬 “지옥 같은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그러다 약25억년 전 물이 증발해 대기에 축적되면서 비가 내리고 바다가 형성됐다. 이 상황에서 단세포 유기체 형태의 최초 생명체가 출현했다.
물 산화가 일어나기 전 마지막 안정상태에서 광화학계(photosystem) II에 있는 물 산화 복합체 그림. CREDIT: Jan Kern, 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
광합성, 지구 생명이 폭발한 계기
오늘날의 미생물과 비슷한 이 초기 생명체는 처음에 에너지가 풍부한 작은 분자들을 ‘먹어서(eating)’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했다.
그후 일부 초기 생명체가 태양 에너지를 받아서 당(sugar)과 같은 에너지가 풍부한 분자에 저장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것은 초기 생명체들이 물 분자에서 전자와 양성자를 추출할 수 있게 되고 나서야 가능했다. 바로 광합성의 탄생이다.
지구 생명체에 광합성이 도입되면서 진화는 거대한 전환기를 맞게 되었고, 우리가 알고 있듯이 생명이 발달하게 되었다.
약5억4000만년 전 다양한 생물들이 폭발적으로 번성하게 된 것은 광합성의 토대인 물과 태양에너지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광합성의 부산물인 산소가 점점 증가하며 대기에 축적된 뒤에는 생명체 구성이 더욱 복잡한 동물들의 진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산소 광합성은 자연이 준 커다란 보물 가운데 하나로, 출현 후 거의 20억년 동안 상대적으로 변함 없이 유지되고 있다.
광화학계 II 과정을 원자 동영상으로 조합
초기 광합성 연구에 지대한 공헌을 한 네덜란드 출신 미국 식물생리학자 베셀 코크(Bessel Kok) 박사는 거의 50년 전 ‘광화학계 II에서의 생물학적 물 산화는 촉매의 5단계 반응 사이클을 포함한다’는 이론을 수립했다. 여기에서 촉매는 빠른 동시 반응(concerted reaction)에 의해 물 산화가 진행되기 전 네 가지의 산화 등가물을 축적한다.
지난 수 년 동안에 어둡고 안정된 상태에서 광화학계 II에 대한 고해상도 구조가 밝혀졌으나, 5단계 반응 주기에서 일어나는 구조적 변화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는 미국 SLAC의 스탠포드 싱크로트론 방사광 광원(SSRL)을 비롯해 버클리랩의 고등 광원(ALS), 아르곤 국립연구소의 고등 양자 소스(APS) 장비가 활용됐다.
국제연구팀은 X선 자유전자 레이저로 전달되는 극초단파(펨토 초) X선 레이저 펄스도 사용했다. 이를 통해 광화학계 II와, 안정 상태의 네가지 반응 주기 모두에서의 물 분해 촉매 그리고 일부 안정 상태 사이의 반응단계 모습을 고해상도 이미지로 얻을 수 있었다.
논문 공저자인 버클리랩의 얀 컨(Jan Kern) 박사는 두 개의 물분자로부터 나온 산소 원자를 산소 분자로 결합하는 마지막의 모호한 일시적 상태를 포함해, 전체 과정에서의 많은 프레임들을 원자 동영상으로 한데 조합했다고 밝혔다.
“초록빛 미래 향한 문 열어”
논문 공저자로 광화학계 II를 35년 이상 연구해 온 버클리랩 시니어과학자인 비탈 야찬드라(Vittal Yachandra) 박사는 “이 시스템을 연구하면 금속과 단백질이 어떻게 함께 작용하는지 그리고 빛이 이런 종류의 반응들을 어떻게 조절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연구에서 창문을 열었다면, 이제 광화학계 II에 대한 더욱 향상된 이해를 통해 초록빛 미래를 향한 문을 열었다”며 “햇빛과 물로부터 청정하고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인공 광합성 시스템에 영감을 불어넣을 연구”라고 기대를 표했다.
국제연구팀의 일원인 스웨덴 웁살라대 옹스트롬 연구소의 요하네스 메싱어(Johannes Messinger) 박사(화학과 분자 생체모방학 주임)는 “지난 30년 동안 광합성 연구를 해왔으나 이제야 광합성에서의 물 산화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메싱어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꿈이 현실이 된 것”이라며 “이번에 확보한 영상들은 복잡한 광합성 반응을 이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상세한 수준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값싸고 효율적인 태양 연료 개발이 과제
연구팀은 광화학계 II가 값싸고 풍부한 금속이온인 칼슘과 망간을 어떻게 활성화시켜 지금까지 알려진 것 가운데 가장 좋은 물-산화 촉매를 형성하는지를 이해하면 화학자들이 이를 모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는 수소분자 결합에 태양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저렴하고 효율적인 태양 연료장치를 개발하거나, 혹은 이산화탄소와 질소 환원으로 얻을 수 있는 다른 태양 연료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메싱어 교수는 “태양 연료는 무탄소 혹은 배출한 탄소의 양만큼 다시 흡수하는 탄소-중립적(carbon-neutral)”이라며 “현재의 화석 연료 기반 에너지 시스템을 재생가능 에너지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이외에 태양 연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싱어 교수는 “현재 전세계 에너지 소비의 80%가 화석연료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태양 연료의 필요성은 명백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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