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학생들과 지도교사가 대학의 전문인력과 합동연구를 진행하는 ‘과학고 R&E 프로그램’의 2009년 최우수 과제가 선정되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정윤)은 지난달 26일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리소스센터에서 ‘2009 과학고 R&E 연구과제 최우수상 시상식’을 거행하고,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정보과학 △포스터 등 7개 부문의 최우수 연구과제에 대한 포상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과학고 R&E(Research & Education) 프로그램’은 과학고 학생들이 대학교수나 박사급 연구원 등 전문인력에게 직접 지도를 받으며 첨단시설을 활용해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연구를 수행하도록 돕는 지원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신청과제만 358개에 달하며, 최종적으로 103개 과제가 선정되어 지원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은 최우수 등급을 받은 27개 과제 중 부문별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연구과제를 포상하는 자리였다.
정윤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것은 선수들의 훈련과 생활 등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소개하며,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한 지금, 과학 분야에서도 김연아 같은 슈퍼스타 급의 인재가 나올 차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창의성과 더불어 착한 인성을 갖춘 지혜로운 글로벌 인재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수상자 중에는 과학관련 학과로 진로를 결정한 경우가 많았다. 하키 로봇을 만들어 정보과학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서울과학고 팀의 최근준 군(2학년)은 “로봇이라는 하드웨어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모두 다룰 수 있어 흥미로웠고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하며, “기계항공과에 진학해서 로봇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수학을 통해 유사성이라는 개념을 밝힌 세종과학고 팀의 황현섭 군(2학년)은 “지난해 독일 브레멘에서 개최된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받고, 올해 초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하는 등 과학창의재단과의 인연이 깊다”고 밝히며, “학교 친구들과 팀을 이루어 과제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성취감이 크다”는 말로 R&E 프로그램의 의의를 표현했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영재교육실장은 “앞으로도 과학고등학교 별로 R&E 프로그램이 계속 운영되므로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밝혔다.
7개 부문별 최우수상 수상자와 연구과제를 소개한다.
◆ 수학 부문 최우수 - 세종과학고
세종과학고 팀은 ‘유사성 측도로서의 수학적 거리에 관한 탐구’라는 주제로 수학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정자아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와 김경헌 세종과학고 교사의 지도 아래, 박재륜·박지원·오인성·이준범·황현섭 등 5명의 학생들이 연구를 진행했다.
세종팀은 ‘자연의 언어’라 불리는 수학 중 거리함수 개념을 통해 단순도형, 생물표본의 DNA, 언어체계 등 다양한 분야의 ‘유사성’을 규정했다. 생명수학, 암호학 등의 전문가로부터 별도의 교육을 받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연구에 임했다.
◆ 물리 부문 최우수 - 울산과학고
울산과학고 팀은 ‘알루미늄 양극산화층을 이용한 강유전체 나노튜브 제작’을 주제로 김일원 울산대 물리학과 교수와 배해경 울산과학고 교사의 지도 아래 연구를 진행하여 물리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참여 학생은 김영근·박우락·윤성욱·정종호·박정민·이선영·안창원 등 7명이다.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기억해 ‘꿈의 기억소자’라 불리는 강유전체 기억소자(FRAM)는 낮은 저장밀도가 단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울산팀은 나노미터 크기의 기공들을 규칙적으로 배열한 알루미늄 양극산화틀을 직접 제조하여 나노튜브를 합성하는 등 고밀도 FRAM의 개발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 화학 부문 최우수 - 대구과학고
대구과학고 팀은 이혜진 경북대 화학과 교수와 박순흡 대구과학고 교수, 심혜림 경북대 연구원의 지도 아래 ‘바이오기능성 금 나노로드를 이용한 광학바이오칩 센서 개발’이라는 제목의 과제를 제출하여 화학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김민수·김시인·변완기·오지수·이현우 등 5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대구팀은 금 박막 코팅으로 나노 크기 바이오센서의 민감도를 수백만 배 이상 높였다. 바이오물질을 나노재료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단백질 시료에 잘 반응하도록 화학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과제를 통해 나노과학과 바이오기술이 접목된 ‘융합과학’을 맛본 학생들은 앞으로 바이오산업에 진출해 더 큰 꿈을 펼칠 계획이다.
◆ 생물 부문 최우수 - 대전과학고
대전과학고 1팀은 ‘그람 양성 세균의 유전자 및 효소의 특성 분석’을 주제로 생물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왕지은·이주리·구원영·윤태한·이승경 등 5명의 학생들이 이영하 충남대 미생물학과 교수, 이지영 대전과학고 교사, 권순범 충남대 연구원의 지도를 받아 연구를 진행했다.
생분해성이 높고 생체친화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합성고분자의 대체소재로 주목받는 PHAs(PolyHydroxyAlkanoates)는 미생물에 의해 생산되는 고분자물이다. 특히 고무탄성체의 성질을 띤 MCL(Medium-Chain-Length) 계열은 의료용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대전1팀은 PHAs를 분해하는 세균의 유전자 특징을 분석하여 고분자물의 환경친화적 관리 효율을 높였다.
◆ 지구과학 부문 최우수 - 대전과학고
대전과학고 2팀은 ‘충남 보령 지역의 중생대 초기 아미산층에서 산출된 곤충화석의 다양성 연구’로 지구과학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김종헌 공주대 지구과학교육학과 교수, 남기수 대전과학고 교사의 지도로 김석환·오경석·이재성 등 3명의 학생이 연구에 참여했다.
대전2팀은 중생대 초기에 해당하는 2억2천만년 전의 한반도에 살았던 곤충들의 존재를 밝혀내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충남 보령 지역의 지층에서 100여점의 곤충화석을 채집하여 8목 11종의 곤충으로 분류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중생대의 쥐라기와 백악기를 잇는 곤충 진화사의 잃어버린 고리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 정보과학 부문 최우수 - 서울과학고
서울과학고 팀은 최진영 고려대 컴퓨터통신공학과 교수와 선용규 서울과학교 교사의 지도 아래 ‘동적·미적·지적인 하키 로봇’을 연구하여 정보과학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참여 학생은 박재성·이준성·최근준·장두호 등 4명이다.
서울팀은 로봇을 구상·설계하고 제작·구현하는 작업뿐만 아니라, 에어하키의 모든 과정에 반응하도록 조종프로그램을 프로그래밍하는 등 하키로봇 제작의 거의 모든 과정을 직접 이루어내 화제를 모았다. 정보기술, 기계기술, 산업디자인 등 여러 기술을 융합시킨 것으로 평가받는 하키로봇은 유튜브 사이트(www.youtube.com/watch?v=6FFeZ6H_1DE)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 포스터 부문 최우수 - 한성과학고
한성과학고 팀은 ‘스도쿠 퍼즐에 관한 조합론적 연구 및 응용’을 주제로 연구과제를 설명하는 포스터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조한혁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 장경성 한성과학고 교사의 지도로 양원성, 곽치영, 손영탁, 이한국 등 4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한성팀은 각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수도쿠(Sudoku) 퍼즐의 원리를 수학적으로 밝혀냈다. 대학과정에서 배우는 선형대수학과 현대대수학의 개념을 이용해 수도쿠 행렬의 조합론적 성질을 연구한 것이 특징이다. 대학 진학 후에도 계속 탐구할 연구소재를 발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 임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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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0-03-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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