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우주인 탄생, 천리안 발사 등으로 항공우주과학이 전국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항공우주과학에 대한 이해를 돕고, 관심을 고취시키고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발행중인 웹진 카리스쿨의 콘텐츠를 주 1회 제공한다.
“아아! 여기는 국제우주정거장, 휴스턴 응답하라 오버.”
“…….”
“휴스턴, 휴스턴! 안 들리나? 응답하라!”
국제우주정거장의 우주인이 지구와 연락이 되지 않아 답답해하고 있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우주정거장에 살고 있는 우주인이 지구에 있는 사람들과 갑작스럽게 연락되지 않는 이유는 국제우주정거장의 안테나가 고장났기 때문이에요. 인공위성이 지상과 연락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안테나는 바로 ‘형상기억합금’이라는 재료로 만든답니다. 이러한 합금을 만드는 기술은 화학분야의 연구로 이뤄지는데, 우리는 화학을 이용해 인공위성에 사용하는 안테나를 만들 수 있어요. 이렇게 자세히 보면 화학이 우주기술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걸 알 수 있답니다.
2011년은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 화학의 해’예요. 화학은 물체를 만드는 재료의 성질이나 변화에 대해 다루는 과학의 한 부분이죠. 우주로 쏘아 올리는 로켓이나 인공위성을 만들때 필요한 부품들도 화학을 통해 만들어 집니다. ‘화학’에 대한 연구개발은 우주기술에 어떻게 도움을 주고 있을까요? 하나씩 살펴보기로 해요.
안테나에 많이 쓰이는 형상기억합금우선 인공위성 안테나에 사용했던 합금 기술부터 살펴보아요. 합금은 두 가지 이상의 금속 원소를 섞어서 만든 새로운 성질의 금속이에요. 특히 형상기억합금은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온도와 분자 배열을 기억한답니다. 그래서 모양이 변해도 기억하고 있던 온도가 되면 다시 원래 모양으로 되돌아가는 능력을 지녔어요. 그래서 인공위성의 안테나에 많이 쓰이지요.
인공위성은 로켓에 실려 우주로 가는데, 크기가 작을수록 우주로 날아가기에 좋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인공위성의 크기를 최대한 줄이려고 해요. 이중 한 가지가 안테나를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드는 일이에요. 안테나를 잘 접어서 로켓에 넣으면 크기를 줄일 수 있거든요.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든 안테나는 태양열을 받으면 접혀있던 인공위성 안테나가 원래 모양으로 되돌아가서 인공위성이 지구와 통신할 수 있게 해주는 거예요.
인공위성뿐만이 아니에요.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리는 로켓을 만드는데도 화학이 도움을 준답니다. 화학 기술로 탄생한 부품이나 재료들이 로켓에 사용되는 것이죠. 우주선이나 우주 로켓이 힘차게 우주로 날아가려면 무게가 가벼워야 해요. 로켓 엔진이 낼 수 있는 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우주선이나 로켓은 무게가 가벼울수록 짧은 시간에 지구를 빠져 나갈 만큼 빠른 속도에 다다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우주선이나 로켓의 몸체를 만들 때는 철보다 가벼운 알루미늄이나 티타늄 같은 재료가 쓰이지요.
하지만 이런 재료들은 철만큼 단단하지 않기 때문에 순수한 알루미늄이나 티타늄만으로 우주선을 만들 수는 없어요. 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 역시 합금이랍니다. 합금은 어떤 재료들을 어떤 온도에서 섞느냐에 따라 마법처럼 각자 다른 성질을 갖는 새로운 재료로 만들어진답니다. 알루미늄과 다른 금속을 섞으면 알루미늄처럼 가벼우면서도 더 강한 알루미늄 합금을 만들 수 있어요. 이런 합금 기술이 없다면 우주선은 무거워서 우주로 날아갈 수 없을 거예요.
로켓이 우주로 날아가는 데 필요한 추진제도 화학의 힘으로 만들어 낸 것이랍니다. 로켓 추진제는 태워서 힘을 얻을 수 있는 연료와 연료가 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산화제로 이뤄져 있어요. 로켓이 우주로 더 쉽게 날아가려면 로켓 크기를 작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답니다. 그래서 같은 양의 추진제라도 더 작은 공간에 담아야 해요. 이때 화학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해요. 연료와 산화제로 쓰이는 재료를 최대한 꾹꾹 눌러 담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예요.
산화제로 쓰이는 산소를 액체 상태로 만들면 기체 상태일 때보다 더 작은 공간에 넣을 수 있어요. 그래서 산소를 액체 상태로 만들기 위해 온도를 얼마나 낮춰야 하는지 알아내죠. 또 연료로 케로신을 사용하는 게 좋을지, 액체 수소를 사용하면 좋을지도 화학으로 연구해서 선택한답니다.
금속간 화합물, 1천800℃ 온도 견뎌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화학과 우주는 사실 이렇게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답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화학 기술은 이제 더 안전하고 강한 우주선을 만들 정도로 발전했어요. 최첨단 재료인 금속간 화합물은 우주선이 지구를 드나들 때 받는 1천800℃ 이상의 뜨거운 온도도 견딜 수 있게 해 주거든요. 우주선 표면에 도자기와 비슷한 세라믹 조각을 촘촘하게 붙여 뜨거운 열을 막았는데, 두 가지 이상의 금속 재료를 결합한 화합물인 금속간 화합물을 사용하면 이 정도의 열도 견딜 수 있게 되거든요.
이밖에도 화학 연구로 만든 제품이 우주에 사용되는 예는 많아요. 인공위성의 안테나와 우주왕복선의 껍질뿐 아니라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하는 우주인이 입는 우주복, 우주에서 사용하는 정수기, 우주식품의 포장지 등도 모두 화학기술로 만든답니다. 이렇게 우주기술에는 화학 연구가 중요하게 이용되는 것이 많아요. 2011년 화학의 해를 기념해 우주기술 속에 숨어 있는 화학의 중요성을 되새겨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이번 기회에 화학에 대해 한번 진지하게 공부해 보는 건 어떨까요?
- 글 : 최영준 과학칼럼니스트
- 저작권자 2011-01-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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