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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준래 객원기자
2020-04-14

사이토카인 폭풍, '필터'로 치료한다? 과다 분비된 면역 물질만 선택적으로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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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 쪽에서는 바이러스에 의한 공격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한 또 다른 부작용으로 인해 목숨을 위협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바이러스가 신체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으로는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을 꼽을 수 있다. 사이토카인 폭풍이란 외부에서 침투한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인체 내에서 면역 작용이 과다하게 이뤄지면서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현상을 말한다.

사이토카인 폭풍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필터가 사용되고 있다 ⓒ Cytosorb Therapy

이처럼 자칫하면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이토카인 폭풍에 대해 전 세계 의료진들이 치료 방법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미국의 면역치료 분야 전문 기업이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면역물질 과다 분비에 따라 사이토카인 폭풍 발생

사이토카인 폭풍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사이토카인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사이토카인은 면역 세포인 ‘T림프구’와 관련이 깊은데, T림프구는 백혈구의 일종이다.

외부에서 몸에 해로운 병원체가 침입했을 때, 앞장서서 싸우는 세포가 바로 백혈구다. 따라서 T림프구 역시 생명을 위협하는 병원체와 싸우는 것을 임무로 하고 있다.

싸우더라도 그냥 싸우는 것이 아니다. T림프구는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이라는 무기를 갖고 싸운다. T림프구가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면 침투하는 바이러스가 죽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가 파괴된다.

면역물질이 과다 분비되면 사이토카인 폭풍을 겪을 수 있다 ⓒ Upenn.edu

하지만 가끔씩 뜻밖의 상황이 벌어질 때도 있다. 면역물질이 과다 분비되는 경우다. 침입하던 병원체를 모두 죽였는데도 아직 사이토카인이 남아있게 되면, 정상적인 세포까지 공격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사이토카인이 공격하면 정상세포의 DNA가 변형된다. 그렇게 되면 신체 장기에 영향을 미치면서 또 다른 질병이 나타나게 된다. 미처 손쓸 틈도 없이 장기가 망가지면서 ‘다발성 장기 손상’이 유발되는데, 바로 ‘사이토카인 폭풍’ 현상이 생겨 그런 증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사이토카인 폭풍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연령대는 전염병과 완전히 반대다. 코로나19 같은 경우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 환자들이 피해를 많이 보았지만, 사이토카인 폭풍은 역설적이게도 면역 체계가 가장 왕성한 젊은 층에서 발생 빈도가 높게 나타난다.

실제로 과거 유행했던 전염병들인 사스(SARS)와 메르스(MERS) 등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이토카인 폭풍 현상이 나타나면서 치사율을 높인 바 있다.

사이토카인만 선택적으로 걸러주는 필터 개발

사이토카인 폭풍 치료에 대해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기업은 미국의 면역치료 전문 기업인 ‘사이토소벤츠(CytoSorbents)’다. 이 회사는 사이토카인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특수 필터를 개발하여 업계로부터 주목을 끌고 있다.

사이토소브(CytoSorb)라는 이름의 이 특수 필터는 환자의 혈액 중에서 오직 사이토카인만 선택적으로 걸러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사이토소브가 개발되기 전만 하더라도 사이토카인 폭풍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사이토소브의 개요 ⓒ Cytosorb Therapy

사이토소브는 하루 24시간 동안 환자의 혈액을 70번 정도 걸러 과도하게 분비된 사이토카인을 제거하도록 설계되었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유럽과 중국에서 이미 70여 명의 중증 환자에 사용되어 상당한 치료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사이토소벤츠의 최고 경영자인 필립 찬(Philip Chan) 대표는 “사이토소브는 그동안 패혈증 환자들의 염증을 조절하는 테스트를 상당히 진행해 왔다”라고 밝히며 “항염증제 투여 여부와 관계없이 코로나19 감염 환자의 염증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20-04-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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