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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20-01-15

운동 효과 내는 약 개발될까? 세스트린 단백질의 운동 매개 역할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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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이나 둘레길에서 빠르게 걷기를 하든, 피트니스센터에서 고강도의 신체단련을 하든 운동은 우리 몸에 여러 가지 이점을 준다.

나이가 들어 움직임이 둔화되거나 몸에 대사이상이 있을 때 운동은 이를 조절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만약 근육을 움직이지 않고도 운동이 주는 효과를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미국 미시간대 의대(Michigan Medicine) 연구팀은 세스트린(Sestrin; Sesn1-3)이라는 자연 발생 단백질을 연구하면서 초파리와 생쥐 실험을 통해 이 단백질이 많은 운동 효과를 모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이번 발견을 원용하면 노화나 외상 등 여러 원인에 의해 근육이 서서히 약해지는 근육 소모성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시간 의대 한인과학자팀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13일자에 발표됐다.

미국 미시간의대 연구팀이 세스트린이란 단백질을 이용하면 운동 효과를 모방할 수 있다는 연구를 내놓았다.  Credit: Michigan Medicine LAB REPORT
미국 미시간의대 연구팀이 세스트린이란 단백질을 이용하면 운동 효과를 모방할 수 있다는 연구를 내놓았다. ⓒ Michigan Medicine LAB REPORT

세스트린 결여되면 운동 효과 없어

장기적인 지구력 운동은 인슐린 감수성을 촉진하고 호흡 능력을 향상시키지만, 운동이 주는 대사적 이점을 매개하는 유전자 구성요소나 경로는 아직도 모호하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연구팀은 스트레스-유도 대사 조절 단백질인 세스트린에 주목했다.

논문 제1저자이자 미시간 의대 분자 및 통합 생물학과 연구 조교수인 김명진(Myungjin Kim) 박사는 “연구자들이 이미 이전에 운동을 한 뒤 근육에 세스트린이 축적된다는 사실을 관찰한 바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논문 시니어 저자인 이준희(Jun Hee Lee)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과 함께 세스트린이 운동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명백히 알기 위해 첫 단계로 초파리(Drosophila)를 연구 대상으로 삼아 운동을 시켰다.

공동연구자인 웨인 주립대의 로버트 웨슬(Robert Wessells) 박사와 앨리슨 수지코프스키(Alyson Sujkowski) 연구원은 시험관에서 위로 올라가거나 밖으로 나가려는 초파리의 본능을 이용해 일종의 초파리 트레드밀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초파리를 정상적인 그룹과 세스트린을 만드는 능력이 결여된 두 그룹으로 나누어 3주 동안 트레드밀로 훈련시킨 뒤 달리기와 비행 능력을 비교해 보았다.

이 교수는 비교 결과 “초파리가 통상 4~6시간 정도를 달릴 수 있는데, 훈련받은 정상적인 초파리들은 능력이 향상됐는데 반해 세스트린이 결여된 초파리들은 운동을 통한 향상 효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이같이 운동에 반응해 지구력이 향상되는 세스트린 효과에서는 세스트린이 조절하는 여러 타깃 가운데 다양한 세포 과정의 핵심 역할자인 AKT와 미토콘드리아 증산의 주요 조절자인 PGC1α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어 움직임이 둔화되거나 몸에 대사이상이 있을 때 운동은 이를 조절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Credit: Pixabay / 5132824
나이가 들어 움직임이 둔화되거나 몸에 대사이상이 있을 때 운동은 이를 조절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 Pixabay / 5132824

세스트린, 운동한 것 같은 효과 나타내

또한 정상 초파리의 근육에 세스트린을 과발현시켜 세스트린 수치를 최대한 높이자, 운동을 시키지 않았는데도 운동으로 단련된 초파리들보다 달리기나 날기 능력이 더 나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세스트린의 상향 조절은 분자적으로나 생리학적으로 운동 효과를 모방해 낸 것으로, 이는 세스트린이 운동 대사의 주요한 반응기(effector)임을 시사한다고 기술했다. 세스트린이 과발현된 초파리들은 운동을 시켜도 지구력이 더 이상 향상되지는 않았다.

세스트린의 유익한 효과에는 지구력 향상보다 더 많은 것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이 실험용 생쥐에게 세스트린을 결여시킨 뒤 유사한 실험을 실시한 결과, 통상 운동을 했을 때 보이는 유산소 능력(산소를 이용한 에너지 전환 능력) 개선이나 향상된 호흡 및 지방 연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우리는 세스트린이 다른 대사 경로를 열거나 닫음으로써 이런 생물학적 활동을 조절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며, “이런 종류의 복합 효과는 운동 효과를 생성하는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근육-특이적 세스트린이 오랫동안 팔다리에 깁스를 해서 근육을 움직이지 못 할 때 발생하는 근 위축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도 증명돼 이를 기반으로 한 신약 개발도 기대된다. Credit: Pixabay
근육-특이적 세스트린이 오랫동안 팔다리에 깁스를 해서 근육을 움직이지 못할 때 발생하는 근 위축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도 증명돼 이를 기반으로 한 신약 개발도 기대된다. ⓒ Pixabay

세스트린 보충제는 모색 단계

또한 이 교수는 공동연구자인 스페인 폼페우 파브라대 뿌라 무뇨즈-까노베스(Pura Muñoz-Cánoves) 박사를 도와, 근육-특이적 세스트린이 오랫동안 팔다리에 깁스를 해서 근육을 움직이지 못할 때 발생하는 근 위축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 교수는 “이 독립적인 연구는 세스트린 단독으로도 충분히 신체 움직임과 운동이 주는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해 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세스트린 보충제가 곧 시중에 선보일 수 있을까? 이 교수는 아직은 그런 단계가 아니라며 “세스트린은 소분자가 아니지만 우리는 세스트린 소분자 조절제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명진 박사는 “과학자들은 아직도 운동이 체내에서 어떻게 세스트린을 생산하는지 모르고 있다”고 지적하고, “세스트린 생성 기전을 밝히는 것은 향후 연구를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로, 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01-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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