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22,2019

우리가 생명에 대해 잘못 아는 것들

과학서평 / ‘모든 생명은 서로 돕는다’ (박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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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여러 분야 중 생명과 관련된 분야는 조심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과 이론도 많다.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하고, 인공지능에 기계가 결합해서 운전자 없는 자동차가 나오거나 우주선을 타고 화성을 간다고 해도, 그 기본은 인간인데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바로 생명이기 때문이다.

생명에 관한 과학은 그래서 일방적으로 접근해서는 탈이 나기 쉽다. 생명을 다루는 여러 가지 과학의 부작용이나 간과하는 부분도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모든 생명은 서로 돕는다’는 책은 이런 부분에 대한 입문서 역할을 할 만하다. 상식을 깨는 논리로 꽉 차 있는데, ‘그럴 수 있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동물실험만 해도 그렇다.

쥐는 약물이 들어가면 논문을 토해내는 동물? 

의약품을 개발할 때 동물실험은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필수코스라고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동물에는 독성을 보이는데 인간에게는 안전하고, 인간에게는 안전한데 동물에는 치명적인 물질에 관한 증거들이 적지 않다. 아스피린은 진통해열 뿐 아니라 뇌졸중 심장발작 등에 사용되는 필수약이지만, 생쥐에게 투여하면 선천적 기형을 일으키고 고양이에게는 광범위한 혈압이상을 낸다.

암이나 혈관질환 등의 치료제도 동물에게 내는 효과와 인간에게 내는 효과가 다르므로 동물실험에 많은 돈을 투여하는 것은 낭비라는 식이다. 그래서 ‘쥐는 약물이 들어가면 논문을 토해내는 동물’이라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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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가 건강한 상태는 세균에 감염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세균이 감염됐으나 세균이 과도하게 증식하는 것을 억제하면서 동적 평형을 유지하는 상태이다. 인간의 몸엔 1만종이 넘는 미생물이 살고 있고, 마릿수로 따지면 1조개가 된다. 세균에 대한 부정적인 부분만 배우고 긍정적인 부분은 배우지 않은 셈이다.

먹거리에 대한 불안은 모두 심각하게 고민을 해볼 분야이다. 대규모 밭에서 옥수수를 재배할 때 토지의 균형이 깨지고, 옥수수 소비를 늘리기 위해 건초를 먹는 소에게 옥수수만 무더기로 줄 때 소에 이상이 생긴다. 유전자변형농작물(GMO)의 위험성이 상업적인 논리에 은폐되는 현상에 대해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부분을 종합하면 동물세계는 결코 ‘약육강식’이 전부가 아니고, ‘적자생존’의 원리만 적용되지 않는다. 모든 생명은 서로 돕는 관계로 맺어져 있다고 저자인 박종무 의사는 주장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간은 동물을 죽여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할까? 정말 필요한 동물실험도 금지해야 하나? 인간이 굶어죽을 지경이 돼도 동물에게 손을 대지 말아야 할까?

이런 상황에 대해서 윤리적인 기준을 제시한 대표적인 학자로서 저자는 잔 카제즈(Jean Kazez)를 꼽는다. 동굴에 사는 가장이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동물을 잡는 것은 정당하지만, 과도한 육식은 비윤리적이라는 잔 카제즈의 주장에 저자도 동감을 표시한다.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려고 동물실험하는 것은 정당해도, 식기세정제의 독성을 알아내기 위해 동물의 눈에 독성물질을 떨어뜨리는 실험은 비윤리적이다.

“생명현상은 물리학 법칙을 거스른다” 

이 책은 생명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꿔줄 입문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기 위해 한 챕터가 끝날 때 마다 읽어야 할 책을 추천했다. 50여권에 이르는 추천도서 중 잔 카제즈의 ‘동물에 대한 예의’ 그리고 에르딘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는 과학이 오도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매우 합리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해준다.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인 에르빈 슈뢰딩거는 생명에 대해 과학적인 접근을 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양자물리학의 대가인 슈뢰딩거가 1943년에 생명현상을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하기 시작하면서 동료 과학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물리학자 입장에서 보면 생명현상은 매우 특이하다. 자연현상은 항상 무질서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일어나는데, 생명은 그 자연현상을 역행한다. 생명이라는 것이 물리적 법칙으로 보면 매우 낯설고 이상하고 신비하다고 본 것이다.

저자인 박종무는 20여년간 동물병원을 운영한 수의사로서 생명윤리학 박사과정 재학중이다. 동물보호시민단체 KARA 이사이다. 1세 이전에 두 마리 이상의 개나 고양이와 접촉한 아이는 알러지 피부 검사 양성률이 15.4%로 그렇지 않은 아이의 33.6%에 비해 매우 낮으며, 반려동물이 아이의 면역력을 높이고 아토피 발생을 줄여준다는 연구결과도 이 책에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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