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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쓰는 우리 아이, 엉덩이 맴매해도 될까? 과학자들의 연구로 푼 육아 궁금증…훈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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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의 떼쓰기가 시작되며 훈육에 대한 고민도 함께 시작됐다. ‘엉덩이 맴매’와 같은 가벼운 체벌도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될까. 과학자들의 연구에서 찾아봤다. ⓒGettyImages

 

최근 까까(태명)가 멋을 부리기 시작했다. 각종 패션 아이템 중에서도 까까가 유독 집착하는 건 신발이다. 여섯 번쯤 신발을 갈아 신어가며 신중히 고른 뒤에야 집 밖을 나설 수 있다. 신발가게가 보이면 시선을 황급히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노력한다. 꽂히는 신발을 발견하면 사달라고 떼쓰며 드러눕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빠르게 크기 때문에 떼쓴다고 무조건 사줄 수도 없다. 대화와 설득을 계속 시도해도 듣지 않고 끊임없이 떼를 쓸 때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라떼는’ 엉덩이 맴매를 수백 번도 맞았을 상황이다.

2021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62번째로 체벌을 금지한 나라가 됐다. 「민법」 제915조(징계권)의 ‘친권자는 그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라는 조항을 삭제한 개정안을 의결했다. 모든 체벌을 금지한다는 명확하고 분명한 법적 기준이 제시된 것이다. 그럼에도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체벌 없이 아이를 훈육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채찍질은 세대로 넘어 유전된다

흔히 교육에는 당근과 채찍이 적절한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체벌로 이뤄지는 훈육은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연구팀은 50년간 도출된 체벌 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체벌이 아동 행동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2016년 국제학술지 ‘가족 심리학 저널(Journal of Family Psychology)’에 발표했다. 총 16만 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행된 111개의 연구가 포함됐다.

▲ 신체적 체벌이 17가지 아동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13가지 요인에서 부정적 영향을 나타낸다는 것을 확인했다. ⓒJournal of Family Psychology

이 연구에서는 체벌이 아동의 즉각적인 반항, 도덕성, 공격성, 반사회적 행동 등 17가지 요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17개의 요인 중 즉각적인 반항, 아동 알코올 및 약물 오용, 자기 규제, 성인이 되었을 때의 알코올 및 약물 오용 등 4가지 요인을 제외한 13가지 요인에는 해로운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다. 또한 더 잦은 체벌을 받았을수록 반사회적 행동이 늘어나고, 정신 건강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체벌을 자주 받은 아동일수록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의 자녀에 대한 육체적 처벌을 지지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체벌이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는 것이다.

 

체벌받은 아이는 덜 똑똑

▲ 체벌은 아동의 지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GettyImages

또한 체벌이 아동의 지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뉴햄프셔대 연구진은 2009년 미국에서 열린 ‘폭력, 학대 및 외상’ 국제학회에서 체벌이 아동의 지능지수(IQ)를 낮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32개 국가에 거주하는 2~4세 어린이 806명과 5~9세 어린이 704명을 대상으로 IQ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신체적 체벌을 받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4년 후 낮은 IQ를 나타냈다. 체벌이 널리 행해지는 국가의 아동이 평균적으로 IQ가 더 낮았다.

연구를 주도한 머레이 스트라우스 교수는 “대부분의 부모는 똑똑한 아이를 원하지만, 체벌은 지능 발달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체벌로 인한 스트레스가 두려움과 불안, 외상후스트레스 증상 증가로 연결되고 결과적으로 IQ를 낮추는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라우스 교수는 1969년부터 체벌을 연구해 온 해당 분야 석학이다.

▲ 신체적 체벌이 아닌 수치감을 주는 언어나 몸짓도 폭력이 될 수 있다. ⓒGettyImages

또한, 신체적 체벌이 아닌 수치감을 주는 언어나 몸짓도 폭력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2009년 어린 시절 부모의 공격적인 언어에 시달렸던 자녀들의 뇌를 조사했는데, 언어폭력이 뇌에 미치는 부정적인 결과가 아동 성폭력이나 신체 학대를 당한 아이들의 경우와 일치했다.

 

어디까지가 훈육이고, 어디부터가 학대일까

훈육의 방법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엉덩이를 때리는’ 행위도 상황과 맥락에 따라 어떨 때는 학대로 판단될 수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21년 ‘보건사회연구’에 훈육과 학대의 경계를 정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0~18세 자녀를 양육 중인 성인 부모 4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사람들이 자신이 갖고 있거나 타인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훈육과 학대를 구분하는 기준을 텍스트마이닝 기법을 통해 추출했다.

이 과정을 통해 연구진은 훈육과 학대를 구분하는 기준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체벌이 부모가 가진 기준에 의해 시작되었다면 훈육이고, 기준이 없이 시작되었다면 학대이다. 둘째, 체벌을 받는 목적을 아이가 이해하고 이를 통해 행동이 교정되었다면 훈육이지만, 아이가 무서워하면 학대이다. 셋째, 부모가 이성적으로 행동했다면 훈육이지만 화나 기분에 의해 감정적으로 체벌했다면 학대이다. 넷째, 체벌의 빈도, 강도, 사용 도구, 체벌 양상의 정도가 받아들일 수 있는 낮은 수준이면 훈육이고 아니면 학대이다.

▲ 체벌로 인한 스트레스는 불안 장애, 반사회성, 공격성 등 정서적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GettyImages

정규희 국리과학수사연구원 연구원은 “체벌이 아이를 바른길로 인도하기보다 아이에게 해가 된다는 넘쳐나는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체벌에 대한 믿음을 바꾸기는 부족한 현실이”라며 “우리 사회에 체벌 금지의 정착을 위해서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3-10-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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