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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말고 멍멍이, ‘아기 언어’의 효과 과학자들의 연구로 푼 육아 궁금증…유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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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를 키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맘마’, ‘멍멍이’, ‘빠방이’ 등 유아어를 사용하게 된다. 유아어 사용의 장점은 과학적으로도 밝혀졌다. ⒸGettyImages

‘저기 멍멍이 지나가네!’, ‘맘마 먹을까?’, ‘빠방이 타고 가자!’

까까(태명)와 살다 보니 자연스레 강아지는 멍멍이로, 밥은 맘마로, 자동차는 빠방이로 바뀌었다. ‘일어나쪄요?’와 같은 남들이 들으면 부끄러울 귀여운 소리로 대화도 한다. 점심시간에 습관처럼 회사 동료들에게 ‘맘마 먹으러 갈까요?’라는 소리를 한 뒤, ‘아뿔사’하며 이마를 짚기도 한다. 말투까지 엄마가 됐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변화다.

 

부끄럽지만 확실한 유아어의 효과

육아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유아어, 전문적으로는 ‘아동 지향어(IDS, Infant Directed Speech)’라고 불리는 특별한 화법을 터득한다. 유아어는 유아와 대화할 때 이해하기 쉽도록 사용하는 언어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단어를 천천히, 높은 톤으로 과장하여 말하는 것이 특징이다.

유아어 사용의 장점을 보여주는 연구는 매우 많다. 일례로, 2016년 영국 에딘버러대 연구진은 유아어의 대표적인 특징인 ‘반복성’이 아이의 단어 학습에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18개월의 영아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컴퓨터 화면에 아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두 개의 물체를 보여준 뒤 하나는 반복되는 단어(니니), 다른 하나는 반복되지 않는 단어(보레이)라고 이름을 가르쳐줬다.

연구진은 실험한 참가한 영아들의 안구 운동을 기록했다. 그 결과, 반복되는 이름을 붙인 물체에 시선이 더 오래 머물렀다. 주의를 집중한다는 의미다. 연구를 이끈 미츠히코 오타 교수는 “유아가 새로운 단어를 배우는 데 있어 반복 편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번째 증거”라며 “고전적으로 유아어에서 엄마를 ‘마마’, 기차를 ‘추추’와 같은 식으로 반복되는 음절로 바꿔 사용해 온 이유가 설명된다”고 말했다.

오타 교수 연구팀은 2018년에는 유아어 사용에 따른 아이들의 어휘량 학습을 추적 관찰한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9개월, 15개월, 21개월 유아의 어휘량을 측정했는데 알파벳 ‘y’로 끝나는 단어(mommy, doggy, tommy)와 음절이 반복되는 단어(choo-choo, night-night)로 소통해 온 아이들의 어휘력이 빠르게 발달했다. 다만, 의성어와 아이 어휘력 간의 상관관계는 찾지 못했다.

▲ 유아의 사용은 아이의 발화 시도를 늘리고, 이는 어휘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GettyImages

한편, 유아어 사용은 아이의 발화 시도 역시 늘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48개의 가정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며, 일부 가정에만 유아어를 활용한 대화법을 교육했다. 유아어 구사법을 교육받은 가정은 비교집단에 비해 부모의 유아어 사용이 증가했다.

이후 연구진은 자녀들이 6개월, 10개월, 14개월, 18개월이 되는 시점에 어휘력을 평가했다. 14~18개월 사이 자녀의 발화가 극적으로 증가했으며, 유아어뿐만 아니라 ‘바나나’, ‘우유’ 등과 같은 일반 단어 사용도 함께 증가했다. 실험 막바지에 평가했을 때 교육받은 가정의 자녀는 약 100개의 단어를 사용한 반면, 비교집단의 자녀는 60여 개의 단어를 사용했다.

연구를 이끈 패트리샤 컬 교수는 “유아어 특유의 높은 음과 느린 박자가 사회적 상호작용을 유발하고, 자녀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며 “유아어가 아기 두뇌에 사회적 자극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아어는 만국 공통, 아빠도 남몰래 쓴다

유아어에는 국경이 없다. 형태는 다르지만, 유아어는 만국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미국 요크대 연구진은 유아어의 특징과 효과를 분석한 기존 연구들을 메타 분석한 결과 36개 언어에서 유사한 속성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느린 속도, 생동감 있는 음율 등의 특징이 모두 같다는 의미다. 또한, 연구진은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유아어는 점차 음높이와 전달 속도 면에서 성인의 말투 스타일과 유사해진다고도 분석했다. 부모가 아이의 발달 요구에 맞춰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변경해 나간다는 것이다.

▲ 유아어를 듣는 성인의 뇌 변화. 언어 학습 전 아동(A)을 둔 엄마는 아빠(B)나 비양육자 남녀(C,D)와 달리 유아어를 들었을 때 언어를 통제하는 뇌 영역이 눈에 띄게 활성화된다. ⒸNeuroimage

유아어를 들을 때 부모의 뇌는 어떻게 반응할까.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연구진은 2010년 유아어를 들을 때 성인 뇌에서 생기는 변화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관찰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뉴로이미지(Neuroimag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언어를 학습하기 전의 유아를 둔 엄마와 아빠, 언어를 터득한 아이를 둔 엄마, 양육 경험이 없는 남녀 참가자에게 녹음된 유아어를 들려줬다. fMRI 관찰 결과, 언어 학습 전 유아를 둔 엄마의 뇌에서만 언어를 통제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됐다. 활성화 정도는 엄마의 성격에 따라 달랐다. 외향적인 성격의 엄마일수록 활성화되는 정도가 컸다. 한편, 아빠나 이미 언어를 학습한 자녀를 둔 엄마들은 이 영역이 눈에 띄게 활성화되지 않았다.

▲ 아빠들은 엄마들처럼 대놓고 유아어를 쓰지는 않는다. 다만 어휘를 대체하거나 길이는 줄이는 식으로 남몰래 유아어를 사용한다. ⒸGettyImages

그렇다면 아빠들은 이 귀여운 생명체를 두고 어떻게 ‘냉철한 화법’을 유지하는 걸까. 미국 물리학연구소 연구진은 2015년 유아와 부모의 하루 생활을 녹음하고,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를 통해 대화를 분석했다. 엄마는 성인을 대할 때와 달리 아이와 대화할 때 더 높고 다양한 음조를 사용해 대화했다. 반면, 아빠들은 성인과 대화할 때와 같은 억양을 사용하여 자녀들에게 이야기했다.

연구를 주도한 마크 밴댐 교수는 “이는 일종의 ‘다리 가설’로 설명할 수 있다”며 “아빠는 자녀에게 어른처럼 말하며 익숙하지 않은 언어를 처리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외부 세계와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엄마처럼 고전적인 유아어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아빠 역시 어휘를 대체하거나, 말의 양이나 길이를 변경하는 식으로 ‘남몰래’ 유아어를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3-04-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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