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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 매일경제 기자
2006-09-05

"수학자는 시인보다 상상력이 더 필요하죠" [매일경제 공동] 황준묵 고등과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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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 천문학처럼 우주의 원리에 대해 논하는 것도 아니고 생물학처럼 생명을 주제로 한 학문도 아니다.


한국 수학계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황준묵 고등과학원 교수(43). 그는 수학 역사상 최대 난제로 꼽히며 40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공간과 물체 사이의 본질을 정의한 `변형불변성의 증명`을 97년부터 9년에 걸쳐 100쪽이 넘는 논문을 통해 완성했다.


이전에는 15년간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던 공간 사이의 변환을 다룬 `라자스펠트 예상`을 풀어내 세계 수학계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이러한 공적을 인정받아 그는 올해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황 교수를 한국이 세계에 자랑할 만한 천재 학자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정작 천재로 불리는 것을 거부한다. 대신 자신을 상상의 나라를 항해하는 모험가 정도로 불러달란다.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았어요. `어! 이건 왜 이럴까`라는 생각이 들면 거기에 대해 상상하고 또 상상했어요. 어쩌면 그때부터 수학자로서의 삶이 시작된 게 아닐까 해요."


황 교수가 바라보는 수학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상상`이다.


일반적으로 수학하면 논리적인 틀에 얽매여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배경에는 무한한 상상력과 직관력이 깔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 황 교수의 설명이다.



때문에 그는 뛰어난 수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문학, 음악, 미술 등 개인의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분야의 경험도 함께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의 이 같은 의견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수학자 중 한 명인 D. 헐버트의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헐버트가 과거 대학교수로 재직할 때 한 학생이 수학을 그만두고 시를 쓰기로 했다는 말에 "잘됐군, 그 친구는 수학자가 될 만큼 상상력이 없지"라고 대답했다는 얘기는 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유명한 일화다.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 무릎을 탁 쳤죠. 헐버트 교수가 왜 대가라는 소리를 듣는지 그때 느꼈죠. 일반적으로 시인을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헐버트에 따르면 수학자가 시인보다 훨씬 더 상상력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거죠."


황 교수는 82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 입학했지만 수학에 흥미를 가지고 자신의 전공을 바꾼 흔치 않은 경력을 갖고 있다.


80년대만 하더라도 물리학자라면 모두가 선망하는 최고 두뇌들의 집합소가 아니었던가. 반면 수학자는 공부할 때는 힘들고 진출 분야도 많지 않아 그다지 인기가 없는 학문이었다.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하다보니 수학이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진로를 바꿨죠."


단순히 재미있어서 수학을 선택했다니. 그러나 황 교수 집안 속내를 들여다보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황 교수 부친은 가야금 연주자인 황병기 씨, 모친은 원로작가인 한말숙 씨다.


황병기 씨의 전공은 원래 법학. 그러나 한국전쟁 피난길에서 접한 가야금 소리에 매료돼 전공을 바꿨다. 그리고 그는 한국 가야금계 거목으로 우뚝 섰다. 황 교수는 이러한 집안의 내력을 이어가는 셈이다.


그에게도 멘토(mentor)가 있을까. 황 교수는 하버드대 재학 시절 자신을 가르쳤던 교수를 서슴없이 떠올린다.


"박사과정을 밟을 당시 한 수학자가 기하학 분야에서 낸 이론이 학계에서 크게 주목받았죠. 저도 그 분야로 연구주제를 옮길까 고민하던 중 제 지도교수께서 `남들이 한다고 따라가다 보면 단지 그들 중 하나가 될 뿐이다 . 네가 아니면 누구도 하지 못할 연구를 하라`고 충고했죠."


▶약력

△63년 서울 출생

△86년 서울대 물리학과 학사

△93년 미국 하버드대 수학과 박사

△93년 미국 노틀담 대학교 교수

△96년 서울대 조교수

△99년~현재 고등과학원 교수

△과기총 우수논문상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

이명진 매일경제 기자
저작권자 2006-09-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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