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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재 기자
2006-04-13

"대학 교수가 오고 싶어하는 연구소 만들겠다" 금동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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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수들도 오고 싶어하는 그런 연구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지난 10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20대 원장으로 취임한 금동화 신임 원장이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포부다. 올해로 개원 40주년을 맞이한 국내 최고의 정부출연연구소(이하 연구소)의 수장을 맡게 된 금 원장이 연구소와 대학을 직접 비교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해마다 배출되는 유능한 과학기술 인력들이 연구소 대신 대학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연구를 재대로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건이 떨어지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대학이라고 하면 가고 보는 거죠. 이는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금 원장은 "우리 사회에서 출연연구소 연구원의 사회적 지위와 복리는 대학 교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면서 "연구소의 맏형격인 KIST를 맡게 된 이상 이 부분을 깊이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출연연구소들이 발전하고 더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구원의 처우를 개선해 사기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구원의 사기 진작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금 원장은 정년과 봉급 문제를 꼽았다. 금 원장은 "대학 교수는 65세의 정년이 보장되고 있는 반면 연구원은 IMF를 겪으면서 정년이 61세로 줄어든 후 지금까지 원래로 환원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봉급에 관해서는 "선진국에서는 연구소의 봉급이 단연 대학보다 높은데, 우리나라에서도 최소 비슷한 수준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무조건적으로 처우만 개선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금 원장은 "KIST에서 진행하는 연구의 범위(scope)와 깊이가 대학 수준이라면, 정부가 굳이 KIST에 예산을 지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선진국의 연구소를 경쟁자로 생각하고 연구 수준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연구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연구를 진행하는 분야마다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서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연구소의 역량이 부족한 분야에서는 뛰어난 성과를 보인 과학자를 영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금 원장이 박사 학위를 받은 미국 스탠포드 대학도 외부에서 뛰어난 과학자를 연구시설까지 그대로 옮겨와 단기간에 명문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외부 과학자를 유치하는 방안으로 국내외에서 과학자를 직접 데려오는 방법 외에도 연구 여건이 떨어지는 대학의 교수가 방학 등 한정된 기간 동안 KIST에서 똑같은 월급을 받으면서 연구를 진행하는 방법까지 얘기됐다. 금 원장은 "외부 과학자 영입은 철저히 능력 위주로 진행돼야 한다"며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외국에 있는 과학자를 데려오는 일은 삼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년 문제와 맞물려 있는 원로과학자의 역할에 대해서는 새로운 조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금 원장은 "나이 든 과학자가 꼭 연구로 젊은 과학자들과 승부를 해야 하는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며 "원로 과학자들은 연구를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른 역할이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삼성경제연구소가 동향보고서를 발간해 경제정책 수립을 비롯 경제 각 분야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처럼 원로과학자들이 동향보고서를 발간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연구원이 특허를 출원할 경우 특허맵을 비롯해 상당한 정보가 필요한데 이 부분도 경험이 많은 원로과학자가 담당했으면 한다는 의견이었다.


앞으로 3년간 KIST 운영을 맡게 된 금 원장은 연구소의 비전으로 "과학자가 일하고 싶은 연구소, 국민들에는 희망과 믿음을 주는 약동하는 연구소로 도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향상된 국력과 경제규모에 걸맞은 탁월한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세계적인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리더십을 확보하며,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1등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금 원장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사건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해도 미국 국민들은 '우리에게는 NIH(미국립의학연구소)가 있는데 무슨 걱정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얘기한다"면서 "KIST도 국가, 정확히 말해 국민의 세금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연구기관인 만큼 무엇보다 전체 국민과 관련되는 국가적 과제(National Agenda)를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가적 과제로 현재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로봇과 연료전지 외에도 최근 한반도를 강타한 황사나 이산화탄소 같은 대기오염과 관련된 연구, 우리나라 에너지 공급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화석연료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연구 등 에너지와 자원, 환경과 관련된 연구과제들을 꼽았다.


끝으로 금 원장은 "계속 쉬지 않고 공부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KIST의 경영인이 되겠다"며 "재임기간 3년 동안 반드시 KIST를 변화시켜 정부출연연구소의 새로운 발전 모습을 보여주고 검증을 받겠다"고 약속했다.

김홍재 기자
ecos@sciencetimes.co.kr
저작권자 2006-04-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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