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춤의 날’이다. 세상에는 민속무용, 재즈댄스, 탱고 등 많은 춤이 있다. 보통 사람들은 유희의 동작으로만 춤을 춘다고 알고 있지만 치유를 위해서 춤을 추기도 한다.
표현을 통해 정신과 신체 인지…
“댄스테라피는 우리의 표현적인 움직임을 통해 정신과 신체를 통합하는 것이랍니다.”
댄스테라피 협회 류분순 회장은 “슬픔, 감정, 초초 등과 같은 감정은 몸으로 표현 되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현대인들이 말을 듣고 있으면서도 정신은 딴 곳에 두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분노하거나 두려워하면 몸은 위축되고 가슴통증, 어깨 결림, 두통 등으로 그 감정을 드러낸다. 하지만 바쁜 사회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은 통증완화 약을 먹을 뿐 몸을 잊어버려 문제가 된다. 몸과 정신이 얼마나 연결되어 있느냐는 우울증 환자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울증 환자는 어깨가 쳐져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골반이 아래로 쓸려 내려 앉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되면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기 잘 되지 않는다.
우리의 뇌에서 정서를 관장하는 변연계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는 호르몬으로 연결돼 있다. 보통 우울증, 분열증, ADHD 등과 같은 정신과 약들이 도파민과 세로토닌 분비와 관련이 있는 이유이다. 류 회장은 “명상을 하게 되면 감정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세로토닌이 분비되기 때문이다”며 “춤 역시 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무용치료는 리듬성을 이용한 치료랍니다. 우리가 음악을 들으면 어깨를 들썩이며 리듬을 타게 되죠. 몸을 움직이면 호흡이 깊어지고 유연성이 길러지게 되면서 자기 안의 감정이 몸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볼 수 있답니다. 이것이 바로 댄스테라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정리를 해보면, 무용치료는 신체를 움직여 몸을 깨우고 정신을 통합해 자신의 신체 상태와 감정을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분열증 환자를 치료하는데 이 원리가 적용되고 있다. 만성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감정이 없다. 그런데 약물 치료도 어렵다. 그래서 댄스테라피를 활용한다. 정신분열증 환자들의 몸을 자극해 감각을 일깨우고 몸이 정신과 함께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곧 치료의 시작이다.
춤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알게 된다
류 회장은 “무용치료는 춤이 매개가 돼 자신을 표현하지만 객관적이기 때문에 그 감정을 본인이 알게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굉장히 두려운 사람이 자신을 부를 때마다 깜작 놀라는 사람이 있다. 실제 상황에서 두 사람이 부딪히면 서로 다칠 수 있다. 하지만 무용치료를 통해 분노나 두려움을 표현하게 되면 자신의 표현을 자신이 보게 되기 때문에 객관적이게 된다.
뿐만 아니라 두려움 극복을 위해 여러 반응을 표현하다 보면 그것이 몸에 익게 되고 실제 생활에서도 다른 반응이 나오게 된다. 이제와는 다른 행동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두려움을 극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류 회장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도 무용치료가 이용된다”고 말했다.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 성폭행 등과 같은 정신과 치료는 약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 ‘나는 괜찮아’라고 하더라도 비슷한 상황과 조건이 나타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불안해진다.
이는 기억을 저장하고 있는 해마와 측두엽 내부에 존재하는 뇌 구조물이자 정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편도체가 계속 작동하며 경고등을 울리기 때문이다. 불안한 기억이 계속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해마를 없애지 않는 한 증상은 계속된다.
“전전두엽은 인지를 관장하는데, 이곳에서 ‘정말로 괜찮다’고 인지를 해야만 증상이 치료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몸과 정신이 통합되지 않으면 인지를 관장하는 뇌는 작동하지 않고 감정을 담당하는 뇌만 작동하여 불안한 상태로 만들게 된답니다.
이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두 뇌 사이에 다리를 연결해야 하는데, 춤이 도움이 되거든요. 몸을 움직이면 두 뇌 사이에 물질이 전달돼 전전두엽에서 ‘정말 괜찮다’고 인지되면서 치유가 시작됩니다”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데 일조할 생각
류 회장은 “무용치료는 현재 국립정신병원, 용인정신병원 등 정신병원이라면 거의 다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7~8년 전부터는 공공기관과 협력하여 다문화가족, 탈북 청소년들, 치매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올해 가정법원에서도 이혼소송 부부를 위한 무용치료가 도입됐다. 목적은 자녀를 위해서라도 서로 미워하지 않고 좋게 헤어지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수확이 생겼다. 프로그램을 신청한 열두 쌍 중 세 쌍이 소를 취하한 것.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서도 댄스테라피가 도입되고 있는데, 인천교육청에서 실시한 사제동행이 대표적이다. 사제동행은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과 담임선생님이 함께 참여해 소통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류 회장은 “무용치료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내년이면 무용치료가 한국에 도입된지 20주년이 된다. 류 회장은 “이제 미래를 내다보고 댄스테라피가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때”라고 강조했다.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데 일정부분 역할을 할 기회를 찾을 것”이라며 “특히 예방의학으로써 무용치료를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할 생각”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 김연희 객원기자
- iini0318@hanmail.net
- 저작권자 2012-04-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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