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다가오면 다이어트를 목표로 삼는 사람들이 많다. 호기롭게 헬스장에 등록해도 며칠 만에 게으름을 이기지 못하고 포기하기 일쑤다. 운동 결심이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이 장내미생물 때문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장내미생물, 뇌 자극해 운동 욕구 높여
미국 펜실베니아대의대 연구진은 쳇바퀴에서 자주 달리기를 하는 쥐들의 특징을 분석했다. 유전자, 장내미생물 분포, 대사산물 등 운동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종 요소들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유전자가 주요 원인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달리기 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장내미생물 분포였다.
이후 연구진은 쥐의 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두 종류의 박테리아(Eubacterium rectale, Coprococcus euatactus)를 찾아내고, 이들 박테리아가 운동 동기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도 규명했다. 이들 박테리아는 지방산아미드(FAA)라는 대사산물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장내 감각신경계에서 ‘엔도카나비노이드’라는 신경물질을 받아들이는 CB1 수용체를 활성화한다.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동기 부여와 보상에 관여하는 뇌 부위인 선조체에서 도파민 분비가 활발해진다.
이 박테리아들은 가진 쥐는 운동할 때 다른 쥐들보다 도파민이 더 많이 분비됐다. 도파민 덕분에 운동 욕구가 강해졌고, 이로 인해 운동 능력도 향상됐다. 운동을 많이 하는 쥐는 운동을 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러너스 하이’도 더 많이 경험했다. 연구진이 항생제를 투여해 장내미생물을 없애자, 시험 쥐의 운동 활동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한편, 지방산아미드를 주입한 경우에는 도파민 분비가 활성화되며 운동 능력이 다시 좋아졌다.
제1저자인 크리스토프 타이스 펜실베니아대의대 교수는 “인간에게도 이와 유사한 장-뇌 경로가 존재한다면 공중 보건을 개선하기 위해 사람들의 운동 동기와 수준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며 “운동뿐만 아니라 도파민과 관련된 중독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12월 1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이 실렸다.
운동 꾸준히 한 사람에게 풍부한 장내미생물도 있어
장내미생물과 운동 간의 상관관계가 밝혀진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장내미생물이 운동 능력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미국 하버드대의대 연구진은 운동을 꾸준히 한 사람에게만 풍부한 장내미생물을 발견하고, 그 결과를 2019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5년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했던 선수 15명에게 마라톤을 시작하기 일주일 전, 마라톤이 끝난 일주일 뒤 각각 대변 샘플을 수집했다. 이후 대변 샘플에 담긴 미생물의 유전정보를 분석했다. 그 결과, 마라톤 이후 수집된 대변 샘플에서 ‘베이요넬라’ 속에 속하는 세균이 급증했다. 이후 추가 연구를 통해 연구진은 운동을 꾸준히 해온 사람에게는 베이요넬라가 풍부하지만,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들의 장에는 이 미생물이 거의 없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어 연구진은 사람의 대변 샘플에서 채취한 베이요넬라를 쥐의 장내에 투여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그러자 쥐가 트레드밀을 달리는 시간이 증가했다. 알렉산더 코스틱 미국 하버드대의대 교수는 “베이요넬라가 운동할 때 근육에서 생성되는 젖산을 분해하며 근육에 에너지원을 공급해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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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01-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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