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들기를 좋아했던 두 친구가 팀을 이뤄 취미활동을 하듯 즐겁게 융합과학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대상 수상으로 인해 그간 재미로 즐겼던 설계에 소질도 있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 <2023 청소년 과학페어>의 도전 종목 중 하나인 ‘융합과학’은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과학‧기술‧공학‧인문‧예술‧수학 등의 융합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종목이다. 대회에는 학생 2인과 지도교사 1인이 팀을 구성하여 출전하게 된다. 올해 과학페어에서는 시‧도 예선 대회를 거쳐 선발된 34팀, 68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초등, 중학, 고교부에서 각각 대상 1팀씩을 선발한다. 참가팀들은 정보수집을 위한 1시간, 창의적 설계를 위한 2시간을 거친 뒤 3시간 동안 산출물을 제작한다. 대회 당일 현장에서 공개된 주제는 ‘강력한 태풍에도 견딜 수 있는 건축물을 완성하라’였다. 기후변화로 인해 태풍과 같은 강력한 바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초고층 건물을 지으려는 인간의 바람도 반영하여 강한 바람에도 안전하게 서 있을 수 있는 건축물을 과학의 힘으로 만들라는 문제가 제시됐다. 준비물은 종이컵 2개와 명함 카드 300장 그리고 클립 4개뿐. 참가팀들은 주어진 시간 내에 저마다 높이 60cm 이상의 건축물을 제작하고, 선풍기 바람 앞에서 1분 동안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테스트를 거쳤다. 중학부에 참가한 여명중학교 팀은 ‘생명 고리’라는 작품을 설계‧제작하여 대상을 수상했다. 김서준(3학년), 안정현(3학년) 학생과 지도교사인 정미경 교사를 서면으로 만났다.

Q. 사이언스타임즈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서준(이하 김): 안녕하세요! 만들기가 취미이고 특기인 여명중 3학년 김서준입니다. 안정현(이하 안): 설계도를 보며 로봇 등 만들기를 좋아하여 대회에 참가한 여명중 3학년 안정현입니다. Q. 강력한 태풍에도 견디는 건축물을 설계하는 과제가 주어졌는데요. 제작한 건축물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김: 주제를 받고 바람에 잘 견디게 하기 위해 바람이 집중적으로 가해지는 부분을 유선형 구조로 만들어서 바람을 흘러나가도록 설계했습니다. 충격에 안정적으로 버티기 위해 주어진 재료인 명함 카드를 접어서 기둥을 제작했습니다. 고층 건물을 만들기 위해 명함 카드들을 하나하나 끼우며 층을 올려 견고하게 만들었고, 하중을 견디게 하기 위해 지면과 건물 바닥 부분이 접촉하는 면을 넓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8단의 선풍기 바람에 견딜 수 있을지 걱정 반, 믿음 반인 심정이었는데 안정적으로 버텨냈습니다. 융합과학 분야인 만큼 예술적인 표현력도 중요했는데요. 각 층을 같은 모양으로 구성해서 반복적인 형태를 구현했습니다. 꼭대기 부분은 에펠탑의 피뢰칩을 구현했습니다. 바람을 잘 견디는 건물의 장점을 가져와 저희가 설계한 건물에 담은 거죠. 산출물에는 ‘생명 고리’라는 이름을 붙였는데요. 건물을 일종의 생태계에 비유하여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끼워진 명함 종이 한 장 한 장에는 여러 생물을 그려 넣어 경각심을 주고자 했습니다. 선풍기 바람에 의해 건물이 무너져 내린다면, 기후변화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의미하게 되는 거죠.

Q. 설계도를 기반으로 실제 건축물을 제작했는데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안: 대회를 준비할 때 여러 재료를 가지고 건축물의 기본구조를 만드는 연습을 많이 했었습니다. 연습 때 사용했던 재료는 우드락과 수수깡 글루건 등이었습니다. 이 재료들로 구조물을 만들면 다양한 모양의 구조물이 나올 수 있고, 글루건으로 건축물을 단단히 고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대회에서 제시된 준비물은 상상 밖이었습니다. 얇은 명함 종이가 제시됐고, 고정에 사용할 수 있는 재료도 4개의 클립과 생수뿐이었죠. 저희가 생각해 낸 것은 한옥이었습니다. 한옥은 못이 없어도 구조가 유지됩니다. 건축 과정에서 구조물을 끼우거나, 홈에 맞물리도록 구축하기 때문입니다. 한옥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명함 카드에 홈을 내어 끼워 서로 맞물리도록 하여 기본구조를 만들었습니다.

Q. 2023 청소년 과학페어에 참가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요? 김: 교내 대회부터 부산시 대회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전국 대회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2023 청소년 과학페어 참가를 위한 관문이었던 앞선 대회들이 모두 전국 대회에서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이전 대회에서 나왔던 주제들을 이용해 저희만의 아이디어로 재구성하여 산출물을 제작해보고는 했습니다. 평소에 주변에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주제 별로 산출물을 여러 버전으로 만들었습니다. 파트너와의 협동이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실제 대회에서도 부족한 시간을 메꾸기 위해 각자 역할 분담을 잘해서 시간 내에 끝낼 수 있어야 했습니다. 설계도 작성이나 STEAM을 융합한 소재 작성 등 각자 잘하는 부분을 나눠 맡아 진행했습니다. Q. 내년 ‘청소년 과학페어’에 도전하는 후배들을 위해 한마디 해주세요. 김: 만들기나 설계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라면 꼭 한번 도전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취미활동을 한다고 생각하면 모든 준비과정이 즐겁거든요. 직접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궁금증을 살펴보고, 개선할 부분을 찾아 하나의 건축물이나 작은 물품이라도 만들어본다면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안: 선풍기 바람에 우리의 건축물이 쓰러지지 않았을 때, 시상식에서 대상 시상자로 우리의 이름이 불렸을 때 그 순간의 기쁨을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네요. 도전해서 직접 경험해보세요! Q. 2023 청소년 과학페어 참가가 본인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안: 이번 대회를 통해 협동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융합과학 대회에서 역할 분담을 하고, 일정 시간 내에 설계도와 작품설명서 그리고 산출물까지 제작해야 했습니다. 이 경험이 제가 나중에 로봇공학자가 된다면 여러 분야 전문가와 협동하여 더욱 좋은 결과를 만드는 데 도움될 것 같습니다. 김: 그저 재미로만 즐겼던 설계 및 만들기에 진심일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설계사나 어떤 상품을 직접 만드는 직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대회 덕분에 저에게 더욱 적합한 진로를 찾아 나갈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Q. 끝으로 지도교사 상을 수상한 정미경 선생님께 여쭙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정미경: 융합과학 기출문제가 과거에 비해 최근 몇 년간 준비물도 다양해지고, 난이도도 어려워지는 추세였습니다. 회로 세트, 모터 세트, NFC 스티커 등 학생들이 평소 잘 사용하지 않은 준비물들이 나올 때도 있었죠. 기출문제를 토대로 학생들을 지도할 때 저도 기술 선생님께 자문을 구해 사용법이나 원리를 배워가며 함께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다양한 기출문제들을 보고 상황에 대처하는 연습을 하면서 학생들이 자신감을 키웠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대상 수상을 바랐지만, 전국 대회다보니 사실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학생들의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죠. 교내 대회부터, 시 대회, 전국 대회까지 거친 과정이 녹록치 않았을 텐데 서로를 믿고 협력해서 좋은 결과를 낸 것에 칭찬을 해주고 싶습니다. 이번 대회 경험에서 얻은 성취감과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도 멋진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서준아, 정현아! 빛나는 너희의 미래를 응원해!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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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10-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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