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각, 그리고 기존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누구나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나치게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디지털포럼에서는 기존의 생각을 조금 비틀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낸 개발자들도 만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인터넷 사용시 누구나 접하게 되는 '캡챠(CAPTCHA)'의 개발자 루이스 폰 안의 이야기이다.
'캡챠'는 쉽게 말해서 인터넷 보안문자를 뜻한다. 이 보안문자의 개발자인 루이스 폰 안은 캡챠를 입력할 때 생기는 약 10초의 시간에 주목했다. 매일 2억명 정도가 캡챠를 입력하고 있는데, 이 때 생기는 총 시간은 50만 시간에 달한다. 낭비되는 이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루이스 폰 안은 '리캡챠'라는 시스템을 개발해냈다. 10초라는 짧은 시간이 모여 어마어마한 시간을 만들어낸 다는 것에 주목한 것이다.

인터넷이 가진 순수한 힘에 주목하다
캡챠는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할 때 삐뚤어진 글씨를 눈으로 보고 입력하는 암호화 기술이다. 컴퓨터의 자동 해킹 기술을 막기 위해 고안됐다. 이는 스팸메일을 막는 동시에 고문서를 디지털화하는 보안문자를 뜻한다. 루이스 폰 안은 이때 제대로 입력된 문자를 가지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생각해 낸 것이다.
또한 루이스 폰 안은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힘을 중요시하게 생각했다. '듀오링고'(Duolingo)는 루이스 폰 안이 인터넷에 대해 가지고 있는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인터넷이라는 좋은 매체를 통해 교육의 기회를 얻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듀오링고는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새로운 언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이다.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취업 또는 더 나은 직업으로의 이직을 위해 외국어를 배우고 있다. 그리고 외국어를 배우려면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외국어를 학습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돈이 없다. 루이스 폰 안은 바로 여기서 모순점을 찾아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듀오링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이는 외국어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번역되지 않았던것을 새로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번역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루이스 폰 안은 이 사회가 갖고 있는 모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바로 이 '목적이 있는 연결'에 주목한 것이다.
선입견을 깨면 혁신이 시작된다
하루 생활에서 '전화'를 배제하는 것은 생각할 수가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화 자체보다는 전화'기' 자체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것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SK텔레콤 상품기획부문장인 위의석씨는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 '전화'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카카오톡이나 라인과 같은 어플리케이션은 문자서비스를 대신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의 공통점은 '누가' 제공하는지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화 서비스는 누가 제공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통신사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UI에는 손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의석씨는 '전화'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고자 했다. 사실 전화가 울리는 순간부터 커뮤니케이션은 시작되고 있지만, 고객은 그 전화가 급한 전화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전화기는 수 없이 발전해왔지만, 전화 서비스는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의석씨는 전화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그 첫번째 걸음으로 전화가 가지고 있는 불편한 점에 대해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스팸에 대한 문제가 가장 많았고, 이것이 전화에 대해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200만명이 모여 서로 집단 지성을 이루었고, 이것을 통해 스팸전화를 거르고 있는 어플리케이션이 있었다. 200만명이라는 사람이 각자 스팸 전화를 신고했고, 3명이 모인 회사가 이 데이터를 모아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SK텔레콤에서는 바로 새로운 전화기를 위해 이 사람들과 함께 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위의석씨는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는 것들 안에는 수 많은 것들이 숨어있다고 했다. 이것을 얼마나 깊게, 자세히 들여보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있는 것들도 다시 보고, 뒤집어보고, 개발해보고, 고민해보고 하는 것이 새로운 혁신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위의석씨는 이런 말을 남겼다. "당연한 것들 속에는 사실 당연하지 않아야 하는데도, 제작자가 그냥 두었기 때문에 너무나 볼품 없는 꼴로 유지되는 것이 많다" '당연하다'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것들을 찾아내는 것이 하나의 혁신이 될 수 있다.
건강, 피트니스, 데이터를 하나로 묶다
WHO에서는 18세에서 64세 성인은 일주일에 150분 이상 적당 강도의 운동을 해야 한다고 권유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3 이상이 과체중 또는 비만이며, 한국은 미국에 비해 문제가 덜 한편이지만 서울시민 1/4이 과체중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바로 지금의 환경에 있다. 과거에 비해 더 이상 사람들은 많이 움직이지 않고, 책상에 앉아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컴퓨터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다 활동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핏비트(Fitbit)의 공동창업자 겸 CTO인 에릭 프리드먼은 기존의 서비스를 조금 더 발전시켜서 건강과 피트니스, 데이터를 연결하고자 했다. 맨 처음의 형태는 single tracker였다. 단순히 걷는 것을 추적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이것을 조금 더 발전시켜서 무선 형태로 연결될 수 있는 체중계, 체지방 측정기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센서를 통해 상호작용적인 데이터 교환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체중 감량 툴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에릭 프리드먼에 따르면 핏비트는 사람들이 언제, 어떤 환경에서, 어디에서 이것을 착용하는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그래서 항상 착용할 수 있도록 착용성의 용이를 높이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정서적인 커넥션 역시 필요했으며, 이를 위해 일종의 채팅기능인 chatter를 도입했다.
chatter를 통해 사람들은 기기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이용자에게 맞춰진 메시지가 전달되고, 이로 인해서 사용자는 계속해서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받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는 추합되며, 모여진 데이터가 하나의 빅데이터가 되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핏비트가 가지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기능은 바로 '도전'이다. 예를 들어 '오늘 걸은 총 거리가 에펠탑의 높이다'와 같은 식으로 설명해주는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통해 사람들은 성과를 성취했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잇게 되었다. 이는 사람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되었다.
핏비트는 이용자가 '성취'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어차피 '넘버원'은 하나이다. 그래서 핏비트는 이용자들에게 넘버원이 되기 보다는, 적어도 그 밑에 몇 명보다 잘 했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것을 선택했다.
이렇게 운동을 하다보면 사람들은 '다음에는 몇 명보다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하면서 스스로 동기부여를 받게 되는 것이다. 핏비트는 달성하지 못한 목표에는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사람들이 달성하고 '성취'한 결과물에 집중한 것이다.
-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 저작권자 2014-05-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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