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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과학
조행만 기자
2009-04-14

“만드는 재미, 날리는 재미, 해보는 재미가 있어요” 다문화 초등과학캠프에 참가한 박대한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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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신흥초교 4학년 박대한 군은 장래 과학자나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은 꿈 많은 어린이다. 대한이는 우리 말을 곧잘 하지만 사실은 몰도바공화국(Republic of Moldova)에서 온 지 3년째 되는 다문화가정 어린이다.

몰도바공화국은 구소련의 붕괴 후 생겨난 독립국가연합(CIS) 중의 하나로 우리나라와는 1992년 1월 수교했다. 현재 외국인 근로자로 국내에 들어온 몰도바인들이 있는데, 대한이네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대한이뿐만 아니라 산업공단이 밀집해 있는 인천시에는 산업근로자로 국내에 들어와 정착한 외국인 근로자 자녀가 꽤 많고, ‘새터민’이라고 불리는 정착 탈북자들도 많기 때문에 이 어린이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인하대 WISE센터(센터장: 최순자 교수)는 11일(토)~12일(일) 양일간에 걸쳐서 인천지역에 사는 다문화가정의 자녀와 탈북자 출신인 새터민 가정의 자녀들만을 초청하는 ‘다문화(새터민)가정 자녀초청 WISE과학캠프'를 열었다.

센터장 최순자 교수는 개회식에서 “이번 캠프는 해마다 7월에 실시하는 정규 초등과학캠프 이외에 인천지역에 다양하게 분포된 다문화(새터민)가정의 어린이들에게 과학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키 위해 인천시와 시교육청이 적극 지원해 마련된 행사다”고 밝혔다.

인하대 WISE센터는 해마다 7월에 정기적으로 국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초등과학체험캠프를 실시하고 있는데, 인천지역의 특별한 사정을 고려해 다문화가정 어린이들만을 초청한 과학캠프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

인천시 과학기술과가 인천시에 사는 다문화가정의 사회통합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재정지원을 한 가운데 인천시 교육청 교육정책과에서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학생들을 연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인하대 WISE센터의 이경자 박사는 “지난해 여름 기존의 초등과학캠프에 7명의 다문화가정 자녀를 시험적으로 초청, 성공한 데 힘입어 지난해 12월에 다문화(새터민)가정 자녀들만의 초등과학캠프를 만들어 보자고 결정해 이번에 캠프를 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겉으로 드러내기 싫어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번에 캠프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도 각급 학교의 다문화 담당교사들에게 캠프 협조공문을 일일이 발송, 선생님들이 어린이들을 설득해 캠프로 초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에 안 가는 토요일(11일)이지만 아침 일찍 일어난 대한이가 인하대 하이테크센터를 찾은 이유도 ‘다문화(새터민)가정 자녀초청 WISE과학캠프'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대한이를 비롯해 이날 과학캠프에 모인 다문화(새터민)가정 어린이들은 모두 인천시 소재 초등학교 3~6학년에 다니는 총 92명의 학생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답게 갈색 머리카락의 어린이, 서양인이나 아랍사람을 닮은 어린이들도 간간히 눈에 띄었으며 이름표에는 무함마드 알리, 지마아담휘로, 로평화 등의 이국적인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정전기를 알아보고 느껴보는 실험

오전 10시 인하대 하이테크 센터에 모여 개회식을 한 92명의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은 이틀간 8가지 주제의 과학실험뿐 아니라 인하대 캠퍼스 탐방, 서울대 마술동아리의 과학마술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찌감치 실험조 편성을 마친 어린이들 가운데 대한이는 제일 인원이 많은 4학년의 7조에 속했다. 첫 실험은 'Gee Gee Gee!'로 일상 속에서 흔히 느끼는 정전기를 알아보고 느껴보는 실험이다.

플라스틱 컵의 바깥쪽에 알루미늄 호일을 한 겹으로 감싸고 이때 알루미늄 호일을 1cm 정도 바닥 쪽에 감기도록 만든 다음에 같은 것을 2개 만든다. 또 알루미늄 호일을 몇 겹으로 접어 전기를 모으는 판을 만든다.

이 판에 가위로 잘라낸 한 장의 알루미늄 호일을 셀로판 테이프로 붙이고 같은 것을 2개 만든다. 호일을 붙인 두 컵 사이에 전기를 모으는 판(집전판)을 끼우고 겹친 다음에 아래쪽 컵과 호일을 붙이지 않은 컵 사이에 집전판을 끼우고 겹친다.

그 다음에 위쪽의 집전판 옆에서 PVC 막대를 털가죽으로 문질러 호일에 접촉시키는 동작을 반복해서 정전기를 모으는 실험이다.

대한이를 비롯한 5명의 7조 조원들은 열심히 지도교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준비물을 만든 다음에 정전기를 체험하는 실험을 했다.

액체질소 실험에선 -196℃의 저온의 세계에서 사물들이 변하면서 나타내는 현상 등을 관찰했다. ‘날아라 씨앗’ 실험의 경우, 식물이 어떻게 자신의 씨앗을 퍼트려서 종족을 번식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만든 모형을 복도에서 날려보는 시연도 했다.

이소연 박사처럼 우주인 되고 싶어 

실험이 끝나고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 도중에 “실험이 재미 있었나?”라고 물어보았더니 대한이는 “날리는 재미와 만드는 재미랑 해보는 재미가 있었다”란 명쾌한 대답을 했다.

또 “만들 때 어려움이 없었나?”고 물어보았더니 “어려운 것은 선생님이 가르쳐주셔서 괜찮았고 유치원에서부터 한국어를 배웠고 아빠가 한국인이어서 집에선 한국어를 쓰기 때문에 우리말 쓰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듯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지만 대한이의 외모는 완전히 유럽 어린이와 같고 현재 대한이네 반에는 다문화가정의 어린이가 대한이 한 명밖에 없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반 아이들이 잘 해주냐?”고 묻는 질문에 대한이는 “별로인 것 같아요”라고 대답,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과목 중에서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대한이는 평소에 도서관에서 과학책들을 열심히 빌려서 보고 있다. 관심이 있는 분야는 우주과학으로 우주의 탄생과 원리, 우주로켓, 우주인 등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해 이소연 박사가 소유즈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 올라가는 것을 보고 자기도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는 대한이는 과학 시험을 보면 100점을 맞는 어린이.

이날 진행한 총 4개의 실험 중에서 “‘날아라 씨앗’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한 대한이는 자기가 제일 잘 만들었다는 칭찬을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다고 자랑했다.

내년에도 캠프가 열리면 “당연히 와야지요”라고 대답하는 대한이의 말을 듣고 이 캠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느꼈다. 국적과 피부색이 다를지는 몰라도 과학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다문화(새터민)가정 어린이라고 해서 조금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조행만 기자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09-04-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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