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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의 존 레넌 ‘여성은 흑인종’
영국의 4인조 록 그룹인 비틀스로 유명한 가수 존 레넌은 한 때 여성차별과 관련 이런 이야기를 던진 적이 있다. “Women is the nigger of the world.(여성은 세계의 흑인종이다.)”
비틀스의 중심 멤버로 영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비틀스 열풍을 일으킨 그는 미국의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데 앞장선 반전운동가였다. 그는 또 소수민족의 권리를 위해 싸웠으며 여성운동에도 앞장섰다. 레넌이 던진 이 한마디 속에는 유색인종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에 저항하는 그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이제 여성들은 사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데 그치지 말고 불평등한 조건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당당하게 도전하고 나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대담하게 요구하세요. 여성들 스스로가 달라져야 합니다. 달라지지 않고서는 대접 받을 수 없습니다.
사회가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우선 변해야 합니다. 여성들 스스로가 오랜 기간 형성돼 자리 잡은 사회적 편견에 익숙해져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결국 여성들 스스로가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남성과 대등한 존재로 진전을 이룩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불평 대신 행동으로 옮길 때
미국 하버드 대학 출신으로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멜라니 빌링스 윤 박사는 ‘여성 인재로 경쟁력 키우기’라는 주제의 포럼에서 발표자로 나섰다. 그녀는 “여성들이여, 왜 요구를 하지 않는가?”라고 물으며 “여성들 스스로가 달라져야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 역시 변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성 중심 문화의 편견을 딛고 여성인력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이 자리에서 빌링스 윤 박사는 여성과 관계된 흥미로운 자료와 실험결과들을 소개했다.
빌링스 윤 박사가 지적한 여성에 대한 편견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분야는 우선 급여부문이다. 2006년도 통계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급여는 남성에 비해 37.2%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미국의 60년대 중반 남녀임금 차와 비슷하다. 윤 박사는 “그러나 현재 미국은 남녀 임금격차가 16% 정도로 줄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 여성들이 더욱 분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신장은 작은 용기들이 이뤄낸 결과
세계적으로 여성들의 활약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다. 세계 선진국들로 구성된 OECD 회원국의 여성인력 활용도는 평균 61.2%(2003년)에 달하고 있다. 기업차원에서도 여성인력 활용 문제는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볼 때 현대 여성들은 비교적 많은 권리를 누리고 있는데, 윤 박사는 이러한 결과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금의 여성들이 누리는 수많은 권리와 혜택은 그 동안 수많은 여성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965년 여성들은 불공평한 관행에 저항하며 그들의 고용주를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행동으로 나설 때야 비로소 조금씩 변한 사회를 느낄 수 있습니다”
윤 박사는 “여성인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편견을 갖게 하는 요인으로 남성들에 비해 취약한 협상력을 지적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협상력이 9배나 뛰어나다는 카네기 멜론 대학의 한 연구결과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러한 결과가 나온 데에는 여성이 느끼는 갈등과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을 꼬집었다.
“여성은 갈등과 리스크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하지만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 서려면 이를 감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해결을 위해 갈등은 필요하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좀 더 자신감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여성들은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나 나쁜 말을 잘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돌출된 갈등을 조정하는 데 있어서도 약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런 것들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합니다.”
원숭이도 자신의 의사를 당당하게 표현
다양한 스펙트럼의 빛깔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여성들은 자신에 대해 잘 파악하고 이를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의 사회적 관습과 문화에 길들여져, 여성들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왜곡된 상태로 이해하는 여성들이 많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예가 여성들의 소극적인 의사표현이다. 블링스 윤 박사는 여성들이 스스로에 대해 얼마나 순응적으로 인식하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소개에 이어, 여성들의 태도와 대조적인 원숭이 실험을 이야기 했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제로 실험한 내용입니다. 동물원 철창에서 어느 원숭이에겐 오이를 주고, 또 다른 원숭이에게는 바나나를 준 뒤 그 반응을 살피는 단순한 실험이었습니다. 실험에서 원숭이들은 누가 무엇을 받았는지 다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실험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맛있는 바나나가 아니라 오이를 받은 원숭이들의 행동입니다. 이 원숭이들은 비록 동물이지만 자신이 원치 않던 오이를 받았을 때, 의사에 따라 철창을 흔들고 이를 내보이며 격렬하게 항의를 했습니다.”
윤 박사는 실험결과에서 나온 내용을 지적하면서 여성들에게 뼈 있는 질문을 던졌다.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하물며 원숭이도 저렇게 의사표현이 확실한데 여성은 바나나에 대한 요구는커녕, 주어진 오이에만 만족하고 있습니다. 필요할 땐 당당히 바나나를 달라고 요구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사회가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급여나 승진 면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또한 사회적 편견 속에 순응해 자기 자신을 평가절하 하거나 소극적인 의사표현을 당연시 여긴다. 그러나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윤 박사는 그 원인을 사회적인 역할모델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적극적으로 자기 주장을 하는 여성들에 대한 동양 특유의 사회적 반감 역시 여성들에 대한 편견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들이여, 사회활동 시 이것만은
윤 박사는 여성들이 현재 당면한 문제들을 여러 가지로 분석했다. 그리고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부족해 보인다는 편견을 희석시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우선, 여성들은 각자 자신들의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주도적으로 나아가십시오. 또한 협상을 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나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문제점을 지적할 때는 해결책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성 특유의 친근함을 무기로 자신감을 강화하십시오.”
그녀는 마지막으로 정말 사소하게 보이지만 사회생활 하는 데 있어 정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여성들이 사용하는 여성적인 용어 및 어투를 꼬집었다.
“같은 말이라도 공식어투가 아닌 여성 특유의 어투를 사용한다면 사회적 편견의 희생양이 되기 싶습니다. 예를 들어 ‘목표를 세우시죠’ 하는 것과 ‘목표를 세우십시오’ 하는 것은 상대에게 전혀 다른 느낌을 전합니다.
여성들은 업무에 임할 때 여성 특유의 어투 사용을 자제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여성 특유의 간드러진 웃음도 그렇습니다. 여성성을 탈피해야 상대에게 신뢰감을 전해줄 수 있습니다. 또 그래야 당당한 대우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여성이 대접받는 사회가 왔다고 강조하는 멜라니 블링스 윤 박사는 사회가 점차적으로 고령화되고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여성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며, 여성들이 다가오는 사회에 좀 더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스스로 독려할 것을 주문했다.
- 이현화 기자
- yyunaa@ksf.or.kr
- 저작권자 2007-11-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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