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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이 인간을 닮을 가능성 영화 속 외계 생명체 모습은 진화생물학적으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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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프' 속 외계인들은 사람과 비슷한 형체를 하고 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호프' 속 외계인들은 사람과 비슷한 형체를 하고 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1980년대 비무장지대 인근의 외딴 시골 마을에서 소 한 마리가 처참하게 죽은 채 발견된다. 주민들은 마을에 숨어든 괴물을 잡겠다며 총을 들고 나선다. 지난 7월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는 이렇게 정체불명의 괴생명체를 쫓는 이야기처럼 시작한다. 하지만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거대한 비행체가 모습을 드러내고, 마을을 뒤흔든 존재가 지구 밖에서 온 외계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숨 가쁜 추격전을 지켜보다 보면 문득 또 다른 궁금증이 생긴다. 지구와 전혀 다른 곳에서 태어나고 진화했을 텐데, 이들은 왜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을까?

 

인간형 외계인을 설명하는 수렴진화

영화 <호프> 속 외계인들은 저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실루엣은 사람과 비슷하다. 눈코입이 모인 얼굴이 있고 두 팔과 두 다리로 서고 달리며 손으로 물체를 붙잡는다. 손가락도 사람처럼 다섯 개다. 물론 차이도 뚜렷한데, 키는 3m가 넘고 피부는 강철처럼 단단하며 무릎과 발꿈치 사이에는 관절이 하나 더 있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모습만 놓고 보면 크고 기묘하게 변형된 인간에 가깝다. 다른 행성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을 생명체도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갖는 것이 과학적으로 가능할까?

다른 행성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을 생명체도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가질 수 있을까? ⒸGetty Images
다른 행성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을 생명체도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가질 수 있을까? ⒸGetty Images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개념 가운데 하나가 수렴진화*이다. 수렴진화란 가까운 친척이 아닌 생물들이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생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서로 닮은 형태나 기능을 독립적으로 진화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람과 문어의 눈이다. 척추동물과 두족류는 계통적으로 매우 먼 친척이지만, 모두 렌즈로 빛을 모아 망막에 상을 맺는 카메라형 눈을 진화시켰다. 망막의 구조와 세부적인 작동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빛을 모아 시각 정보를 얻는다는 비슷한 해결책에 독립적으로 도달한 것이다.

하늘을 나는 새와 박쥐도 마찬가지다. 둘 다 비행 능력을 갖고 있지만, 새는 깃털이 달린 앞다리를 날개로 이용하고 박쥐는 길어진 손가락 사이에 피부막을 펼쳐 양력을 얻는다. 하늘을 날기까지 거쳐 온 진화의 경로는 달랐지만, 비행이라는 비슷한 문제에 서로 닮은 해결책을 찾아낸 셈이다.

사람과 문어는 계통적으로 매우 먼 친척이지만 비슷한 카메라형 눈을 진화시켰다. ⒸGetty Images
사람과 문어는 계통적으로 매우 먼 친척이지만 비슷한 카메라형 눈을 진화시켰다. ⒸGetty Images

이처럼 수렴진화는 서로 계통적으로 멀리 떨어진 생물에서도 정확한 설계도는 다르지만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구조가 반복해서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지구와 비슷한 중력과 대기를 가진 행성에서 땅 위를 이동하고 주변을 살피며 도구를 정교하게 다루는 지적 생명체가 진화했다면, 눈코입이 모여있는 얼굴이나 팔다리에 해당하는 기관이 사람과 비슷하게 나타날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진화의 방향을 바꾸는 역사적 우연성

다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 ‘반드시 인간과 닮게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올해 개봉한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외계인 로키는 사람과 달리 눈이나 얼굴이 없고, 바위 같은 몸에서 다섯 개의 팔다리가 방사형으로 뻗어 있다. 팔다리 끝에는 각각 세 개의 손가락이 달려 있으며, 소리의 화음으로 의사를 표현한다. 영화 <컨택트>의 외계인 헵타포드 역시 이름 그대로 일곱 개의 다리를 가진 거대한 생명체이다. 문어를 연상시키는 몸을 지녔고, 먹물을 뿜듯 원형 문자를 만들어 인간과 소통한다. 로키와 헵타포드 모두 높은 지능을 가지고 주변을 감지하며 정보를 주고받지만, 몸의 형태는 인간과 전혀 다르다.

영화 '컨택트' 속 헵타포드의 모습. Ⓒ파라마운트 픽처스
영화 '컨택트' 속 헵타포드의 모습. Ⓒ파라마운트 픽처스

여기에는 역사적 우연성*이라는 또 다른 진화 원리가 작용한다. 생물의 진화는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가장 효율적인 도시를 새로 설계하는 것보다, 이미 존재하는 시가지를 조금씩 고쳐 나가는 도시계획과 비슷하다. 인간에게 두 팔과 두 다리가 있는 것은 육지의 지적 생명체에게 네 개의 팔다리가 가장 완벽한 구조이기 때문이라기보다, 척추동물의 조상이 우연히 두 쌍의 팔다리를 가진 몸 구조를 물려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계 생명체가 우리처럼 육지를 걷고 도구를 사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두 팔과 두 다리를 가져야 할 이유는 없다.

수렴진화와 역사적 우연성 가운데 어느 쪽이 진화를 더 강하게 좌우하는지는 진화생물학의 오래된 논쟁이기도 하다.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1989년 저서 <원더풀 라이프>에서 생명의 역사를 테이프처럼 처음으로 되감아 다시 재생한다면 인간과 같은 결과가 또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았다. 진화는 예측하기 어려운 우연한 사건들의 영향을 크게 받는 역사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반면 고생물학자 사이먼 콘웨이 모리스는 서로 다른 생물도 비슷한 문제에 맞닥뜨리면 자연선택과 물리 법칙의 제약 속에서 비슷한 해결책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한쪽이 역사의 우연성을 강조한다면, 다른 쪽은 환경과 물리 법칙이 만들어내는 반복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둔 셈이다.

수렴진화와 역사적 우연성 가운데 어느 쪽이 진화를 더 강하게 좌우하는지는 진화생물학의 오래된 논쟁이기도 하다. ⒸGetty Images
수렴진화와 역사적 우연성 가운데 어느 쪽이 진화를 더 강하게 좌우하는지는 진화생물학의 오래된 논쟁이기도 하다. ⒸGetty Images

 

외계인은 정말로 인간과 닮았을까

오늘날에는 어느 한쪽만 옳다기보다 진화에 반복성과 우연성이 함께 작용한다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호프>의 외계인 역시 이 두 가능성을 한 몸에 담고 있다. 눈코입이 모인 얼굴과 팔다리는 인간과 비슷한 수렴진화의 결과처럼 보인다. 반면 해부 과정에서 드러나는 단단한 피부나 소화기관이 없다는 특징은 지구 생명체와 전혀 다른 진화의 역사를 거쳐 왔음을 암시한다.

실제 외계 생명체가 인간을 닮았을지, 아니면 로키나 헵타포드처럼 한눈에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하고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생명이 어떻게 시작되고 진화하는지를 직접 살펴볼 수 있는 행성의 표본이 지금까지는 지구 하나 뿐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그들을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우리와 얼마나 닮았는지와 더불어 어떤 진화의 역사가 그 속에 숨어 있는지 알아보는 일도 흥미로울 것이다.

실제 외계 생명체가 인간을 닮았을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Getty Images
실제 외계 생명체가 인간을 닮았을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Getty Images

 

주요 용어 해설

* 수렴진화(convergent evolution): 가까운 친척이 아닌 생물들이 비슷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독립적으로 유사한 특징을 갖게 되는 진화 현상

* 역사적 우연성(historical contingency): 과거에 거쳐 온 우연한 사건과 진화 경로에 따라 이후의 진화 방향과 결과가 달라지는 현상

정회빈 리포터
acochi@hanmail.net
저작권자 2026-08-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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