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양치식물을 유심히 관찰하면 뿌리를 달고 나온 줄기는 갈라진 초록 잎의 뒷면에는 알알이 맺힌 포자를 형성한다. 보통 여름에 만들어 분산한다.
하지만 어떤 종류는 기능적으로 구분된 줄기와 잎이 따로 구분되어 있다. 그중 하나가 ‘야산고비(Onoclea sensibilis)’. 최근 야산고비의 특이한 잎의 구조 방식과 포자 분산의 관련성이 발견됐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유기체 및 진화생물학 박사 과정이면서 아놀드 수목원의 제이콥 수이사 연구원은 “야산고비가 습도 변화에 따라 잎의 구조적 특성이 작용해 포자를 분산한다”고 식물학 국제학술지인 ‘식물학 연보(Annual Botany)’을 통해 밝혔다.
습도가 낮으면 포자를 감싼 잎이 열리는 방식
야산고비는 2개의 분업화된 잎이 따로 나온다. 광합성을 하는 잎(영양엽)과 뿌리줄기에서 나와 포자낭을 생산하는 잎(포자엽)으로 구분됐다.
포자엽은 뿌리줄기에 붙어 자라지만 시간이 지나면 갈색의 경질화한 작은 잎(열편)이 포자낭군을 둘러싼 포막을 구술처럼 둥글게 감싼다. 포자낭군 안에는 포자가 들어 있다. 수이사 연구원은 우연히 습기에 따라 여닫는 포자엽의 반응을 발견했다.
수이사 연구원은 실험실에서 습도에 따른 반응을 관찰했다. 습도가 0%일 때는 완전히 개방했다. 반대로 습도를 천천히 높일수록 서서히 닫기 시작하고, 100% 일 때는 완전히 닫혔다. 가역 반응으로 습도가 변하면 반복적으로 여닫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무생물이 주변 변화에 반응해 움직이는 구조적 동력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고 말했다.
세포의 구조 방식의 차이라고 가설을 만들어 잎을 반으로 잘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했다. 포자를 감싼 작은 잎이 위아래 세포벽을 구성하는 섬유 방향이 다르게 배열된 것을 확인했다.
식물 세포벽은 미세섬유 다발이 모여 셀룰로스로 만들어졌다. 소엽 윗면은 섬유 배열이 세포의 길이에 수직으로 배열됐고 두께가 두껍다. 안쪽 면은 세포 두께가 얇고, 평행한 배열이다.
이런 두 가지 배열 형태는 습도에 따라 기계적 운동을 하게 된다. 수분함량이 높으면 잎 윗면이 세포가 마치 아코디언처럼 늘어나 확장한다. 반면, 안쪽 면은 윗면의 세포보다 훨씬 얇고, 유연해 더 쉽게 구부러진다. 소엽이 포자를 감싸 닫는다. 수분함량이 적으면 반대의 원리로 다시 열린다.
습도에 따른 세포의 구조적 방식은 열팽창계수가 다른 두 종류의 얇은 금속판을 붙여 만든 ‘바이메탈(bimetal)과 비슷하다. 야산고비의 세포 구조 역학은 기존 문헌에서 연구되어 오지 않았다.
월동 거쳐 습기 적은 이른 봄에 포자 분산
이런 방식은 계절에 따른 포자의 분산 시기를 결정한다. 북미 북동부에 서식하는 야산고비의 포자엽은 7월에 출현해 성장한다. 9월 말이 되면 잎이 진한 녹색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점차 누렇게 된다. 10월 말에 낙엽처럼 완전히 시들고 가볍게 쥐면 부서질 정도다. 죽어 있는 상태다.
습도 높은 여름에 작은 포자를 감싼 열편(쪽잎 한개)은 가을이 되면 조직이 건조해지고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면서 늦겨울이나 초봄에 습도가 낮아지면 완전히 열어 포자를 방출한다. 시간대별(북미 기준)로 확인하니, 10월 28일에 5% 정도 개방했다. 이듬해 1월 중순에 60% 이상, 2월 중순에 95% 이상 잎을 개방했다.
포자낭 속 포자의 성숙은 8월까지 진행된다. 조지아 연구원은 일찍 녹색의 잎에서 포자를 꺼내 재배했더니 성체로 성장했다. 소엽이 포자가 성숙할 때까지 꼭 기다린다고 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포자낭을 감싼 소엽은 왜 봄까지 기다릴까. 아마도 월동을 하려는 이유로 추정된다.
수이사 연구원은 “번식에 최적화된 계절과 시기를 결정해 포자를 배출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계통은 다르지만 같은 기능을 갖게 된 ‘수렴진화’

이런 방식의 식물들은 몇몇 존재한다. 대표적인 식물이 소나무의 마른 솔방울이다. 솔방울은 완전히 성숙하면 갈색으로 변하면서 목질화된 구조를 나타낸다. 마른 솔방울을 오븐에 넣으면 포엽성 인편들이 사이를 벌리고, 물을 뿌리면 다시 접는다. 물 분자가 셀룰로스에 붙어 작은 섬유들 간 사이가 멀어진다.
문헌에 따르면 쥐손이풀과(Geraniaceae)의 에로디움(Erodium)속, 제라늄(Geranium) 속, 펠라고늄(Pelargonium) 속에서 5개 대표적인 종들이 수분의 정도에 따라 종자를 분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에로디움 그루인음(Erodium gruinum)’은 종자를 감싼 씨방 자루가 새의 부리처럼 길게 솟아 있다. 건조해지면 씨앗이 회전하기 시작하면서 씨앗에 붙은 조직이 끊어진다. 그리고 회전력을 통해 씨앗은 주변으로 방사하게 된다. 세포벽을 구성한 셀룰로스 미세섬유가 나선형으로 되어 건조해지면 회전을 하게 되는 원리다.
수이사 연구원은 “흥미로운 점은 솔방울과 고사리 잎이 유사한 구조를 가졌지만, 두 계통은 3억 년 이상 차이의 진화 시간대로 각각 독립적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 정승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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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12-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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