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엔의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이하 SDGs)’ 이행에 딱 중간 지점이 되는 해다.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리더들은 이 아젠다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변화하는 세계 정세에 민감하게 대응해왔다. 하지만 지난 8년간의 성적표는 초라한 것으로 나타났다.
4년마다 평가를 발표하는 GSDR(Global Sustainable Development Report)에 따르면 세계는 17개 SDG 중 어느 하나도 유효한 궤도에 오르지 못했으며, 현재 속도로는 2030년까지 핵심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채택된 SDGs, 유엔이 발표한 지금까지의 성적표와 함께 과학자의 책무를 살펴보자.

글로벌 지속가능발전리포트
유엔은 9월 18일~19일, 양일간 개최된 뉴욕 유엔 총회를 앞두고 ‘글로벌 지속가능발전리포트(GSDR)’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4년마다 SDGs에 대한 다양한 국가 및 지역의 자료를 수집·분석·평가하여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이행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글로벌 협의를 도출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된다. 이번 보고서는 인류 복지와 경제부터 식량, 에너지, 도시 및 천연자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 연구자 104명이 참여해 17개 항목에 대한 36개 SDGs 세부 목표 및 지표에 대한 이행 정도를 평가했다.
현재 정상궤도에 오른 것은 단 두 개 지표뿐
GSDR은 SDGs 목표로부터의 현재 거리를 5단계로 평가하고, 2023년 현재 추진방향에 대해서는 ▲악화 ▲진전이 없거나 제한적임 ▲공정하게 진행되었으나 가속이 필요함 ▲상당한 진전 및 순조로운 진행 등으로 정리했다.
GSDR에서 검토한 36개 SDGs 세부 목표 중 2023년 현재 정상궤도에 오른 것, 즉 ‘상당한 진전 및 순조로운 진행’으로 평가된 것은 각각 9번, 17번 목표에 속하는 단 두 개 지표뿐이다.
먼저 <목표 9. 산업 혁신 및 인프라>에서 성공적 이행 수준을 보이는 것은 ‘9.c.1’ 지표 하나다. 이 지표는 모바일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인구 비율을 뜻하며,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접근을 대폭 늘리고 최빈개도국에서 보편적이고 저렴한 인터넷 접근을 제공을 목표로 한다. 2023년 현재 해당 지표는 ‘상당한 진전 및 순조로운 진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어 <목표 17. SDGs를 위한 파트너십>에서 정상궤도에 오른 것은 ‘17.8.1’ 지표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개인의 비율이 상당히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표는 조사일 기준 지난 3개월 동안 인터넷 지원 장치를 사용하여 장소에 관계없이 인터넷을 사용한 사람들의 비율로 정의된다. 또, 인터넷 접속은 고정 또는 모바일 셀룰러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장치를 사용하여 전 세계 월드와이드웹, 이메일, 뉴스, 엔터테인먼트 및 데이터 파일, 기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UN은 이 지표가 ICT 개발의 국제 비교를 위한 주요 지표이며, 정보통신기술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수준을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상 두 개의 지표는 목표지점에 다다랐으며 지속적인 노력이 강화되면 목표에 바로 도달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반면, 8개 목표는 여전히 악화되고 있다. 주관적 웰빙, 예방접종 접근성, 빈곤, 실업률은 가장 주요하게 후퇴한 지표로 평가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목표 14. 해양 생태계>, <목표 15. 육상 생태계>, <목표 11.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목표 12. 책임감 있는 소비와 생산>, <목표 16. 평화로운 사회를 위한 강력한 제도>는 정상궤도를 이탈했고, <목표 2. 기아종식> 및 <목표 3. 건강과 웰빙>은 심각한 후퇴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 중 12개 국가는 빈곤, 안전한 식수, 생태계 보존 등을 포함한 전체 목표가 전혀 진전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대로라면 2030년까지 인류의 평화와 번영은 어렵다?
이처럼 전 세계 SDGs 이행 성과는 3년 연속 정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의 저자들은 현재 국제사회는 SDGs 달성의 정상궤도를 이탈했으며, 그 결과 고소득국가와 저소득국가 간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최빈개도국이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는 SDGs 이행 성과에 약간의 진전을 보였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지난 8년간의 진전이 후퇴 혹은 무위로 돌아갈 처지에 놓였다. 특히 이대로라면 2030년까지 세계는 빈곤퇴치, 기아종식, 모두를 위한 양질의 교육 제공 등 SDGs의 핵심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SDGs 달성을 위해 남은 일은
GSDR은 SDGs가 반환점에 놓였지만, 여전히 국가별 노력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으므로 정체를 깨기 위한 전지구적·전문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과학자의 책무를 강조했다. 과학자들은 다양한 지역과 다양한 분야에서 시스템 전반의 변화를 방해하는 요인을 찾아내고, 이것을 상쇄시킬 적절한 방법을 신속하게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연구가 에너지와 같은 일부 분야와 고소득 국가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앞으로는 연구 대상과 지역에 다양성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중동국가와 같이 대규모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경제 시스템보다 스위스, 싱가포르와 같이 서비스 기반 경제에서 탄소제로배출로 전환하는 것이 더 타당한 접근이다. 물론 저개발국가에 저렴한 전력을 제공한다면 청정에너지 전환이 가능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데 재정 및 인프라, 기관 등이 부족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상태에 놓인 국가에는 또 다른 접근이 유효하다.
이처럼 모든 국가, 모든 분야에 이상적인 전환을 탐색하기 위한 ‘맞춤형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연구자들은 실질적인 기술, 정책과 함께 빠르게 변화하는 정세에 대응하는 최적의 경로와 증거를 제공해야 할 책무가 있다.
GSDR은 SDGs 달성으로 가는 변화에는 장애물이 계속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변화를 싫어하는 일부 산업의 반발, 정책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변화에 대한 저항을 극복하고, 부정적인 부작용을 관리하는 방법을 연구해서 SDGs 이행을 위한 더 강력한 추진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현정 리포터
- vegastar0707@gmail.com
- 저작권자 2023-10-05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