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들어 에너지원의 확보 및 질병 치료, 기후변화에의 대응 등 인간의 삶과 직결된 많은 문제들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서 과학기술이 각광을 받게 되면서, 공공의 재원으로 수행되는 R&D에 대해서도 다양한 역할들이 요구되기 시작했다. 비단 연구 결과물과 활용처의 다양성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투자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등장함에 따라, 공공 R&D가 어떤 특성의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공공 R&D를 구성하는 연구 주체들의 법적, 제도적 지위가 제각각일 뿐 아니라 다루고 있는 과학기술의 범위도 무척 넓기 때문에 이를 하나로 뭉뚱그려 규정하는 것은 실상 매우 어려운 일이다. 공공 R&D의 큰 축인 출연(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동안 논의되었던 출연(연)의 역할과 책임(R&R)에 대해 과학기술계 내부에서 쉽게 합의점에 이르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국가 전체는 물론 개별 기관 차원에서도 투입할 수 있는 자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연구 주제를 선정함에 있어 불가피하게 전략적인 선택이 요구된다.
사실 우리나라와 같이 과학기술 후발 국가에서는 산업계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공연구기관이 설립된 경우가 많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나 대만의 산업기술연구소(ITRI) 등이 예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나 독일, 일본과 같은 과학기술 선진국가에서도 산업계와 밀접하게 협력하여 상용화 연구를 주로 수행하는 공공연구기관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산업의 발전 및 패러다임 변화 속도가 과거에 비해 급격하게 빨라지면서, 공공연구기관이 이러한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산업 현장에서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첨단 기술 수요에 부응하기에는 공공연구기관의 속성상 일정 부분 한계를 노정한 셈이다.
여기에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공공 R&D의 효과성 및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공공 R&D의 범위와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본 고에서는 최근 들어 과학기술 전체 혹은 공공 R&D에 새롭게 요구되는 지향점들을 살펴보고, 이를 출연(연)의 관점에서 정리하고자 한다.
호기심 기반의 연구 (curiosity-driven research)
‘호기심이 이끄는 연구(curiosity-driven research)’라는 용어는 학술적으로 엄밀하게 정의된 것은 아니다. 다만, 과학계에서는 종종 연구의 가치중립적이면서도 본질적인 가치로서 자주 언급된다(Agar, 2017). 아마도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자신은 그저 열정적으로 호기심이 있었을 뿐이다(I am only passionately curious)’라고 남긴 말이 유래가 되지 않았을까 추정할 뿐이다.
시간을 거슬러서 인류가 처음 ‘연구’라는 활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에는 호기심 외에는 별다른 동기가 없었을 것이다. 오늘날까지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과학자들에게도 자연의 원리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큰 동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당위성과 성과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오늘날의 공공 R&D에서는, 연구자 개인의 호기심이 자리할 여유는 없어 보인다. 어쩌면 호기심은 기초연구를 다루는 대학의 연구자에게나 제한적으로 주어진 특혜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연구는 그동안 축적된 방대한 지식 체계로 인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지 않고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수많은 연구자들이 조금씩 쌓아 올린 지식 조각들이 쌓이고 쌓이다가 어느 순간에 조금 더 기민한 연구자가 이를 대단한 ‘혁신’으로 엮어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뤄낸 연구 성과를 궁극적으로 누가 인용하고 활용할지 예상할 수 없다. 그러니 쓰임새를 기대하고 연구하기 보다는, 호기심에 이끌려 남들이 건드리지 못한 영역들을 건드리는 편이 과학계 전체적으로 볼 때는 훨씬 생산적이다. 전세계 곳곳에 있는 이름도 얼굴도 생소한 낯선 연구자들이 우연히 발견한 결과들이 누군가에게서는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영감을 제공한다.
호기심 기반의 연구는 아직 정의되지도 않은 문제를 찾아낼 때 진가를 발휘한다(Zajfman, 2018). 보통 문제는 식별되었으나 해답을 찾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이는 ‘known unknowns’를 위한 연구가 된다. 기존 문헌을 정리하여 공백을 찾고, 연구의 필요성을 도출하는 것은 이러한 형태의 연구를 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unknown unknowns’도 여전히 많다. 우리가 무엇을 아직 모르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를 의미한다. 오로지 어떤 현상이나 실험 결과로부터 ‘이건 왜 이럴까?’하고 궁금해하는 과정에서, 기존에는 아무도 문제삼거나 의문을 갖지 않던 것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다. 호기심 기반의 연구는 이처럼 문제를 최초로 정의하고, 다른 이들이 비로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연구다. 인류 역사를 진보시킨 과학적 발견 중에 의외로 이런 종류의 것들이 많다.
기초연구가 아닌 응용연구 중심의 출연(연)에서는 호기심 기반의 연구를 장려하는 데에 제약이 따를 것이다. 하지만 응용연구라고 하여 언제나 기존 기술의 개량이나 상용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응용연구를 수행하면서도 자연현상에 대한 의문을 품을 수 있으며, 기술이 상용화되거나 사용되는 방식을 구상함에 있어서도 호기심이 적용될 수 있는 여지는 많다. 아무도 하지 않은 연구를 선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호기심이 필요하다.
거대 주제 연구 (big science)
사전적인 의미에서 거대과학(big science/mega science)은 대형연구시설을 활용하며, 거액의 연구비와 많은 수의 연구 인력을 동원하는 대형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의미한다(OECD, 1993). 1900년대에 들어 추진된 우주개발, 지구관측, 인간유전체 분석, 핵융합, 입자가속기 등이 대표적인 거대과학으로 볼 수 있다(이원희 외, 2009). 대규모의 인력과 자본이 집중적으로 투입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획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고, 마련한 대형 연구장비 등은 이어지는 후속 연구들을 위한 훌륭한 인프라가 되기도 한다.
사실 거대과학에 대한 투자는 과거 국가 위상을 과시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냉전시대의 미국이나 소련은 물론 중국이나 EU 등에서도 국가의 위상 제고를 위해 거대과학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 분야가 다양화되고 민간 기업의 투자가 확대되면서 국가 중심의 거대과학은 점차 그 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대신 최근에는 거대과학의 개념이 기후변화나 에너지, 질병 등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한 대단위 연구로 확대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거대과학이라 하면, 대형 연구시설이 필요하거나 대규모의 협력연구가 필요한 연구들로 정의할 수 있다. 특히 기존의 실험실 단위에서는 할 수 없었던 연구들을 수행한다는 점이 큰 차별점이다. 이런 시설이나 협력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국가적 역량이 집중되어야 하기 때문에,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너무나 큰 예산 투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민사회의 반대에 부딪힐 우려도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우주탐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여론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절대적인 경제 규모와 R&D 투자 비용에 제약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거대과학은 오직 거대과학만이 내놓을 수 있는 답을 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류의 지식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림으로써 생각지도 못했던 분야가 파생될 수 있고, 때로는 신산업이 탄생하기도 한다. 인간게놈 프로젝트 이후 유전자의 기능에 대한 심오한 이해가 가능하게 되면서, 이제는 명실상부한 생명공학 기업들이 대거 탄생한 바 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출연(연)을 중심으로 거대과학을 수행하고자 한다면, 그 주체는 단일 기관이 아니라 출연(연) 전체, 혹은 대학이나 기업까지 포함한 대형 컨소시엄의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국외 기관과의 협력까지 추진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또 물리적인 대형 연구시설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온·오프라인 연구환경의 구축 또는 인문·사회과학과의 융합 등 다양한 범위에서 ‘거대함’을 추구하는 연구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
변혁적 연구 (challenging/transformative research)
연구과제의 평가 기준으로 ‘도전성’이 중요한 잣대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도전적인 연구라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도전적 연구는 기본적으로 높은 실패 위험성과 결과의 불확실성, 접근방법의 참신성 등의 속성을 지닌다고 알려져 있는데(정병규김태윤, 2021), 개념적으로는 돌파적 연구(breakthrough research), 획기적 연구(groundbreaking research), 프론티어 연구(frontier research) 등과 매우 유사하다. 이 중에서는 그나마 변혁적 연구(transformative research)라는 용어가, 분명한 정의를 가지고 있는 편이다.
2004년 12월, 미국과학위원회(National Science Board)는 변혁적 연구(transformative research)라는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National Science Foundation)에서는 연구비를 지원함에 있어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2007년 최종 보고서에서는 변혁적 연구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National Science Board, 2007).
“변혁적 연구란, 현존하는 과학적 또는 공학적 개념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뒤바꾸어 놓거나, 새로운 패러다임 및 분야를 창출할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연구를 의미한다. 이러한 연구는, 현재의 통념과 정설에 대한 도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길의 개척 등의 특징을 지닌다.”
도전적 혹은 변혁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위해서는, 결국에는 실패로 돌아갈 수백, 수천 가지 아이디어의 희생이 필요하다. ‘이런 게 가능할까?’ 싶은 아이디어 중 극소수만이 결국 살아남아 변혁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연구자들이 자칫 무모할 수 있는 연구 아이디어를 마음껏 내놓을 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문제는 무엇이 변혁적인 것인지 사전에 알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보통 우리가 변혁적인 연구라고 말하는 것들은, 연구가 종료되고 그 가치가 발현되는 한참 후에서야 비로소 ‘변혁적’이었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기존의 패러다임에 입각하여 연구 제안 내용을 평가하고,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야 하는 프로젝트 기반의 연구 방식으로는 변혁적 연구가 나오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도전적 연구를 무턱대고 장려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연구가 끝내 실패할 경우 연구자 개인 차원에서는 경력과 성과의 단절 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지적된다. 기관 차원에서도 연구비용 투입에 따른 성과 창출이 미진할 시 부처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는다. 과학기술계의 기존 패러다임에 반하는 연구내용일수록 학계에서 인정받기가 어렵다는 점도 도전적 연구의 어려운 점 중 하나다. 이러한 이유로, 출연(연)에서 도전적/변혁적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서는 비단 출연(연) 뿐 아니라 과학기술계 전체의 연구 성과 평가 체계를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임무 지향적 연구 (mission-oriented research)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많은 국가들에서 공공연구기관은 대학과 산업계를 연결함과 동시에 국가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왔다. 일례로 우리나라 헌법 제9장 제127조에서는 과학기술의 역할을 경제의 발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럽을 중심으로 분위기가 변모하고 있다. 덩치가 커진 민간 기업들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연구개발 활동들을 더 잘 해내기 시작하면서, 공적인 자금으로 이루어지는 R&D를 통해서는 시장 실패 영역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연구개발 분야로의 투자가 정체되고 있어 R&D의 방향성을 보다 분명하게 강조하려는 경향으로도 볼 수 있다.
이에 R&D의 문제 해결 기능을 강조하는 개념으로, 임무 지향적 연구(mission-oriented research)가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EU의 연구개발 지원사업인 Horizon 2020은 ‘임무 지향적 혁신 정책’을 키워드로 하면서 동시에 UN 회원국들이 협의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달성할 수 있는 문제 해결 중심의 연구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로부터 구체적인 임무를 도출하고,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과학기술들을 식별하여 필요한 연구를 추진하는 식이다.
임무 지향적 연구는 굉장히 난해한 문제의 해결을 임무로 설정하여 추진하는 연구로, 과거에는 달 탐사와 같이 국가 차원의 대형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기후변화나 질병 등 범지구적 혹은 국가사회적 난제들의 해결을 목표로 추진되는 경향을 보인다(이정원, 2019).
하지만 분야 중심으로 나뉘어진 현재의 출연(연) 체제에서 다학제적 협력이 필요한 임무 지향적 R&D를 수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연구자에게 기술 중심의 관점(technology push) 대신 수요 중심의 사고(demand pull)를 요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될 것이다.
책임 있는 연구 (responsible research)
‘책임있는 연구 및 혁신(RRI: responsible research & innovation)’이라는 용어는 EU의 연구개발사업체계인 Framework Programme에서 처음 제시한 것으로, 연구의 설계 단계부터 사회 및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접근 방식이다. 연구의 책임성까지 포괄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연구의 설계를 촉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과학기술이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의 책임이라는 주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적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박희제·성지은, 2018). 연구 결과의 책임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시점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연구의 윤리성이 논의되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다. 유전자 변형 식품, 인간 배아 연구 등의 위험성에 대해 시민사회의 우려가 증가하면서 연구 결과에 대해 연구자는 물론 연구를 승인해 준 사회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되었다.
보통 RRI에서는 윤리적 기준의 충족뿐 아니라 과학계 내에서의 성평등, 혁신으로 인해 소외된 계층에 대한 배려 등 다양한 측면들이 고려된다. RRI의 구현을 위해서는 연구자 외에도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시민, 기업, 정책전문가 등)이 연구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여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는 연구 행위 자체를 같이 수행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연구의 수행과정과 결과가 RRI에 부합하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충족시켜야 할 RRI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혹은 서로 다른 RRI 간 충돌 시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할지 등에 관해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아직은 없다. 게다가 연구자의 자유로운 사고 제한, 경쟁적/단기 프로젝트 기반의 연구 문화에서 RRI 수용의 어려운 점 등은 여전히 문제라고 볼 수 있다(Pain, 2017).
공공 R&D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앞서 문헌 정리를 통해 공공 R&D에 요구되는 지향점들을 특성에 따라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었다. 1) 호기심 기반의 연구(curiosity-driven research), 2) 거대 주제 연구(big science), 3) 변혁적 연구(transformative research), 4) 임무중심형 연구(mission-oriented research), 5) 책임있는 연구(responsble research) 등이다. 이 지향점들은 각각의 구체적인 정의는 조금씩 다르지만 일부 특성들은 중복되며 넓게 보면 하나의 큰 틀 안에서 논의될 수 있는 성격을 지녔다.

어떤 연구는 거대 주제면서 동시에 임무 지향적 성격을 지닐 수 있다. 또 변혁적인 주제를 지향하면서도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최대한 배제하는 연구를 수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의 연구가 위에서 언급된 지향점 모두를 다 충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이다. 공공 R&D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가에 대해 정해진 답은 없다. 다만 위에서 언급된 속성들을 최소한 한 가지라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할 따름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연구를 추진하는 팀, 기관 차원에서 연구의 지향점을 마구 흔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연구의 방향성에 맞게 조직의 구조와 인적 자원이 구성되었으면 이를 유지하여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출연(연)을 비롯한 공공 R&D의 연구주체들에게 시시각각 바뀌는 다양한 요구들을 자주 경험한다. 그렇게 해서는 어느 한 가지 지향점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발간하는 ‘TePRI Report 가을호’ 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송창현 KIST 미래전략팀 연구원
- ch.song@kist.re.kr
- 저작권자 2021-11-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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