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은 한국에서만 해도 사망원인 2위와 암에 이어 사망률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도 의료기술의 발전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인공 심장박동기 등 인체삽입형 전자기기를 심은 환자 수가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인공 심장박동기의 배터리를 교체하려면 절개수술이 필요하며, 절개수술 자체도 부담이 됨은 물론 각종 합병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자재료연구센터 송현철 박사 연구팀은 인체는 물론 물속에서까지 무선 충전이 가능한 초음파 무선 충전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 ‘에너지 및 환경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저널 최신호(3월호)에 게재되었다.
왜 ‘초음파’여야 하는가?
일상에서 스마트폰과 무선이어폰 등의 무선충전에는 ‘전자기유도 방식’이 많이 쓰인다. 그러나 이런 충전 방식은 1cm만 멀어져도 충전이 안 되는 데다, 물이나 금속처럼 전기가 통하는 전도체는 통과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충전 중 발열이 있기 때문에 자칫 인체에 해가 될 수도 있다. 기존의 다른 무선충전 방식으로는 ‘자기공명 방식’이 있는데, 이 경우 장치의 주파수를 정확히 맞춰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다가,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등의 무선통신 주파수와 간섭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이에 연구팀은 전자기파도, 자기장도 아닌 ‘초음파’를 이용한 무선충전 방식을 채택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미 초음파검사를 흔하게 쓸 정도로 인체 내부를 파악하기 쉬우면서도 인체에 대한 안전성이 보장된 데다, 이미 바다에서 초음파를 이용한 장비가 보편화되어있어 의료 뿐 아니라 해저 충전에서도 쓰일 범용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전기’로 정말 충전이 된다고?
그럼에도 이제껏 초음파 무선충전이 상용화가 되지 않았던 것은, 충전 효율이 너무 낮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정전기, 즉 ‘마찰전기’를 이용한 발전 방식을 활용함으로써, 기존의 채 1%도 되지 않던 초음파 무선충전 효율을 4% 이상으로 크게 높였다. 강한 정전기(마찰전기)로부터 일어나는 아주 작은 진동 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변환되는 원리이다.
연구팀은 초음파를 수신하고, 매우 작은 기계적 진동도 전기에너지로 변환해주는 소자를 개발해냈다. 직접적인 실험을 통해 6 cm 떨어진 거리에서 8 mW 이상의 전력을 충전함으로써 200개의 LED를 동시에 켜기도 하고, 물속에서 블루투스 무선 센서를 작동시키는 데에도 성공했다. 비결은 외부 전기장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강유전물질(강유전체)’를 발전기에 추가한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소자는 에너지 전환 효율이 높아 열 발생도 거의 없었음을 확인했다. 또한 기존의 다른 무선충전 방식처럼 충전을 위한 정확한 주파수의 조율이나 고정 등이 필요 없이, 위치나 각도에 상관없이 큰 효율의 무선충전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상용화를 위해서
초음파를 이용한 충전이 상용화된다면 인공 심장박동기의 도움을 받고 있는 많은 환자들이, 더 이상 주기적인 배터리 교체를 위해 절개 수술의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또한 물속에서도 충전이 가능하다는 것도 활용 가능성이 더욱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데이터양의 폭증과 해상풍력발전시설의 보급 등으로 해저케이블 설치가 늘어나고 있는데, 케이블 진단을 위한 센서도 더 이상 배터리 교체라는 번거로운 작업 없이 간편한 충전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수중 장비나 수중 드론 등 차세대 무인 로봇 기술에 적용되는 것도 기대되는 바이다.
연구의 교신저자인 송현철 박사 또한 “본 연구에서 초음파를 통한 무선 전력 충전으로 전자기기 구동이 가능함을 보였기에, 앞으로 소자의 안전성과 효율을 더 개선한다면 배터리 교체가 번거로운 체내 이식형 센서 또는 심해저 센서에 전력을 무선으로 공급하는 기술로의 적용이 기대된다”라며 연구 결과의 의의를 밝혔다.
물론 실제 체내에 활용을 위해서는 더욱 섬세한 개선이 수반되어야만 한다. 일단 현재 개발한 소자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년간 물속 또는 인체 속과 같은 환경에서 테스트를 해봐야할 것이다. 또한 인체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임상 테스트도 필요하며, 특히 본 연구에서 개발한 소자는 중금속 계열의 금속이기 때문에, 다른 재료를 활용한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인공 심장박동기를 착용해 주기적인 절개 수술이 불가피했던 환자들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루속히 상용화가 이루어지길 바라며, 추후로도 더 많은 기술이 사람들의 생활을 좀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어나갈 것을 기대한다.
- 김미경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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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2-04-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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