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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리포터
2026-05-04

VR 교육의 ‘동상이몽’, 혁신의 온도는 아프리카가 더 뜨거워 인프라보다 절실함이 앞섰다… 교육 혁신의 고정관념을 뒤집는 VR 수용성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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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컴퓨터 그래픽스의 선구자 이반 서덜랜드(Ivan Sutherland)는 논문은 ‘궁극의 디스플레이(The Ultimate Display)’를 통해 혁신적인 인터페이스의 개념을 제안했다. 컴퓨터가 가상 세계의 물질을 물리적으로 제어하여 사용자가 그 안의 의자에 직접 앉을 수 있고, 가상의 총알이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 ‘완벽한 몰입’의 공간을 구축하겠다는 비전이었다. 

반세기가 흐른 지금, 그의 통찰은 상상의 영역과 실험실의 문턱을 넘어 교육 현장의 지형도를 재편하는 실전적 도구로 진화했다. 특히 고난도 수술 실습부터 위험천만한 화학 실험 시뮬레이션에 이르기까지 VR은 이제 단순한 시각 장치를 넘어 경험 중심 학습의 정점을 구현하고 있다.

하지만 하드웨어의 보급과 기술적 성숙도가 현장의 실질적인 수용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연구는 기술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가 간, 세대 간 인식 차이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중국과 아프리카라는 상이한 경제권을 대조군으로 설정한 이번 연구는 기술 인프라 수준과 교육 주체들의 수용 의지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기술 인프라의 풍요가 반드시 혁신의 속도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devdiscourse.com
기술 인프라의 풍요가 반드시 혁신의 속도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devdiscourse.com


결핍이 낳은 혁신, 아프리카의 ‘기술적 도약’ 

통념상 기술 수용은 자본과 네트워크가 집중된 지역에서 가속화된다고 판단하기 쉽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교육 주체들은 인프라 강국인 중국에 비해 VR 도입에 대해 유의미하게 높은 수용 의사와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연구진은 이 같은 현상을 물리적 자원의 한계를 디지털 기술로 단숨에 만회하려는 ‘기술적 개구리 점프(Technological Leapfrogging)’ 현상의 전형이라고 분석했다. 실험실과 고가의 장비,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아프리카의 대학 환경에서 가상현실은 교육 격차를 해소할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이룬(Yilun Ji) 중국 커틴대학교 박사는 논문을 통해 “아프리카 응답자들의 높은 수용도는 물리적 학습 자원의 부족을 보완하려는 강력한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기술적 인프라가 미비한 지역일수록 역설적으로 신기술을 통한 혁신에 더 개방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결국 기술 수용의 결정적 변수는 인프라의 절대적 수준보다 기술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현장의 결핍이라는 해석이다.

글로벌 AR·VR 교육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29.6% 성장해 142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marketsandmarkets
글로벌 AR·VR 교육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29.6% 성장해 142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marketsandmarkets


‘유용성’이 가르는 인식의 단절

한편, 이번 연구는 교육 현장의 주요 주체인 교사와 학생 사이에 나타나는 인식의 온도차를 제시했다. 연구진이 기술수용모델(TAM)을 통해 교사와 학생의 심리적 경로를 분석한 결과, 두 집단이 VR을 받아들이는 논리 구조가 크게 달랐다. 

학생 집단에서는 VR의 ‘사용 편의성’이 ‘지각된 유용성’과 ‘사용 태도’에 미치는 경로계수가 교사 집단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이는 학생들이 기술적 장벽을 낮게 인식할수록 해당 기술을 학습에 유익하다고 판단하며, 이것이 즉각적인 수용 열망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반면, 교사 집단은 기술의 편리함보다는 철저히 ‘유용성’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교사들에게는 VR 도입이 기존 커리큘럼과의 정합성을 확보해야 하는 ‘추가적인 직무 과업’으로 인식된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했다. 

지이룬 박사는 “학생들은 VR이 제공하는 몰입감과 상호작용성 자체를 혁신적인 학습 경로로 받아들이지만, 교사들은 이 기술이 실제 학습 성과를 보장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한다”고 분석했다. 즉, 학생에게 VR은 ‘탐색의 대상’인 반면, 교사에게는 ‘검증의 대상’으로 실질적인 교육적 효과에 대한 확신이 도입의 선결 과제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식의 괴리는 기술 보급 정책이 교사의 실질적인 교수 학습 효율 개선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현장에서의 적극적인 활용이 제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에 앞서 진행된 사전 조사 결과 교사들은 VR 시스템의 조작 편의성보다 ‘교수 학습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핵심 수용 지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UTAUT2 기반 예비 교사 VR 채택 요인 분석) ⒸNature 
본 연구에 앞서 진행된 사전 조사 결과 교사들은 VR 시스템의 조작 편의성보다 ‘교수 학습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핵심 수용 지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UTAUT2 기반 예비 교사 VR 채택 요인 분석) ⒸNature 


‘혁신성’과 ‘불안’의 역학관계

VR 교육의 안착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로는 복잡한 인터페이스와 더불어 시각 유도 신체 불일치(Visual-Vestibular Conflict)로 인한 어지럼증 등 신체적 부적응 증상이 꼽힌다. 연구진은 이러한 기술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수용을 지속하고, 누군가는 포기하는 차이가 개인의 ‘혁신성(Innovativeness)’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혁신성이 높은 집단은 기술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거부감이나 기기 조작의 복잡성을 ‘해결해야 할 일시적 과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들은 기술의 불완전함보다 그 기술이 선사할 교육적 미래 가치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두었으며, 이 과정에서 혁신성은 기술적 저항감을 상쇄하는 심리적 기제로 작용했다.

반면 혁신성이 낮은 그룹은 기술의 유용성을 인지하더라도, 실제 체험 시 마주하는 미세한 오류나 신체적 불편함에 직면하면 수용 의사가 급격히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즉, 혁신성이 낮은 사용자들에게는 기술적 완성도가 수용의 절대적 전제 조건이 되지만, 혁신성이 높은 사용자들에게는 기술적 한계가 수용의 결정적 방해 요소가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공동 저자인 안드류 인디에카(Andrew S. Indieka) 나이로비 대학교 교수는 “개인의 혁신적 성향은 신기술 수용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물리적·심리적 불안을 상쇄하는 강력한 완충 장치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술의 완성도만큼이나 사용자의 수용 탄력성을 높이는 교육적 처방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에듀테크 정책이 하드웨어 보급이라는 물량 공세에 매몰되기보다 사용자가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고 그 과정의 불편함을 수용할 수 있는 ‘디지털 혁신 역량’을 배양하는 소프트웨어적 접근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고등교육 기관들이 디지털 전환의 파고를 넘고 있는 지금, 이번 연구는 현지 전략에 대한 고찰이 정책의 성패를 가름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교육용용 VR의 성공적 도입은 기술의 우수성보다 해당 지역의 문화적 배경과 교육 주체들의 심리적 태도를 얼마나 정교하게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6-05-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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