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염전(鹽田)에서 피부보호 물질을 대량 함유하고 있는 ‘원생동물’이 발견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최근 충남과 제주도에서 5종의 원생동물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그 중 한 원생동물에는 엑토인(ectoine)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엑토인은 피부보호 기능이 탁월한 성분으로서, 현재 화장품 원료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고부가가치 물질이다.
피부보호 성분 함유 편모충류 발견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경북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자생생물 조사 및 발굴 연구’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신종(新種) 원생동물 5종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원생동물은 광합성을 하지 않는 단세포 생물을 가리킨다. 전 세계적으로 21만 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메바류나 편모충류, 섬모충류 등이 원생동물에 속하는 미생물들이다.
확인된 5종의 원생동물에는 충남 태안지역에 서식하는 편모충류 1종과 제주도에서 발견된 4종의 아메바류가 있다.
그중 편모충류의 속명은 ‘오렘하이퍼살리나(Aurem hypersalina)’다. 이번에 발견된 5종의 미생물 중에서도 유독 편모충류가 관심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염전에서 발견되었다는 점. 둘째, 피부보호 기능을 가진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염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원생동물이 거의 살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충남에서 발견된 편모충류는 염도가 일반 해수보다 10배(34.2%)나 높은 염전에서 발견됐다
따라서 이번 발견은 호염성(好鹽性) 미생물의 적응방산 연구에 큰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적응방산이란 생물의 한 분류군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진화적 과정을 가리킨다.
염전에서 발견된 사실이 학술적 가치를 가진다면, 엑토인의 발견은 상업적 가치를 보장해 주는 것이다.
엑토인은 원래 극한의 환경으로 이뤄져 있는 이집트의 한 소금호수에서 발견됐다. 이곳은 사막의 한 가운데 위치해 있어 강한 고온과 극심한 저습도 등 어떤 생물도 생존하기 어려운 장소이다.
그런데 미생물들만은 예외로 이곳에서 수백만 년을 생존했다. 이에 많은 과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게 됐다.
그리고 지난 1985년 미생물들이 외부의 해로운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생존물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이 물질의 이름을 엑토인이라 명명했다.
당시만 해도 학계에서는 엑토인을 미생물이 만드는 아미노산 유도체정도로만 여겼었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인 머크(merck)가 이를 상용화하면서 전 세계 화장품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엑토인은 세포를 보호하는 데 탁월한 성분을 갖고 있다.
수분을 형성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자외선은 물론 찬 공기와 더운 공기 그리고 건조 등 외부 스트레스 요인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한다. 이는 피부가 조기에 노화하는 것을 막아준다.
따라서 대다수의 화장품업체들은 건성이나 민감 피부용 화장품을 개발할 때 엑토인을 적극 사용하고 있다. 머크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엑토인은 ‘열쇼크단백질(HSP)’을 최대 3배 빠른 속도로 형성해 외부의 스트레스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수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새롭게 발굴한 편모충류에 대해 유전체 분석기법을 활용, 고염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규명하는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다. 그리고 엑토인의 평균 함량을 분석해 대량 생산체계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생물다양성과 생물 주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
한편 제주도의 성산읍 등지에서 발견된 4종의 신종 아메바류는 네글레이아(Naegleria)속 2종과 스코테드아메바(Schoutedamoeba)속 1종 그리고 테트라마이터스(Tetramitus)속 1종이다.
아메바류는 전 세계적으로 2만여 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국내에는 110여 종만이 보고되어 있기 때문에 발굴 가능성이 매우 높은 미개척 분류군이다.
다음은 신종 원생동물 발견과 관련해 조사 실무를 담당했던 국립생물자원관 유영현 연구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이번 조사를 통해 발견한 신종 미생물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언급해 달라
자생생물 조사 및 발굴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은 원생동물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높이고 생물 주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 미기록종과 신종의 차이가 헷갈린다. 차이점은 무엇인지?
국내에 살고 있는 생물을 찾아내면, 외국에서 이미 보고된 종이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된 생물일 수도 있고, 아예 새로운 종일 수도 있다. 이때 전자를 미기록종이라고 하고, 후자는 신종이라고 한다. 신종은 학술지에 발표되면 공식적으로 그 종의 이름을 인정받게 된다.
- 자생생물 발견이 중요한 까닭은 무엇인지?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면서 다른 나라의 생물을 이용해 이익을 내는 경우 원산국과 이익을 나누어야 하는 사항이 구체화됐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생물주권을 지키기 위하여 우리나라의 자생생물을 더 많이 찾고, 어떤 생물이 사는지 목록을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8-08-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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