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원래부터 인종 차별주의자로 태어날까?
외국에 거주했거나 거주할 예정이라면 가장 먼저 걱정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인종 차별에 대한 걱정일 것이다. 또한 자녀와 함께 외국에 거주할 예정이라면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거주 국가가 선진국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인종 차별은 대부분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이는 주거 및 학문 수준과도 큰 관련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일 수 있다. 우리나라, 일본, 중국 등의 국가들과 같이 대부분 단일 민족으로 이루어진 경우 다른 인종을 보기 쉽지 않지만,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대부분 단일 민족으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이주해오는 인구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기에 인종차별이 계속해서 존재한다.
심지어는 유럽에서 주된 인종 차별 대상이 되는 흑인의 아이들조차도 인종 차별 관련 행동을 시작한다. 이 때문에 세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아이가 이를 직접적으로 인식하고 시작했다기보다는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다는 의견이 존재하지만, 부모가 없이 자란 고아의 경우에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점을 예로 들며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인종 차별주의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성악설’이 학문적으로 대두하곤 했다.
아이들은 인종 차별주의자로 태어나진 않지만, 인종에 대해서 비교적 일찍 인식한다
최근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아이들이 태어날 때는 인종 차별주의자가 아니긴 하지만, 인종에 대해 일찍 인식한다고 밝혀졌다. 아이들은 1살이 되기 전부터 인종의 차이를 인식하기 시작하는데, 구체적으로 아이들의 인종에 대한 인식은 대부분 생후 첫 달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2005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아기들은 생후 3개월부터 인종 차이를 인식하고 자신의 인종에 대한 선호도를 나타낸다고 한다. 이는 부모의 인종이 다른 경우에도 존재했으며 2017년 연구에서는 아이들이 생후 6~9개월이 되었을 때 같은 인종의 성인은 행복한 음악을, 다른 인종의 성인은 슬픈 음악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연구에서는 아이들이 7세 때 ‘약한 인종 편견(weak racial bias)’을 보였지만, 10세가 되었을 때는 편견이 ‘강하고 신뢰할 만한 것(strong and reliable)’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연구에 참여한 백인 아동은 같은 나이의 흑인 아동이 머리를 부딪치거나 혀를 깨물면 자신보다 고통을 덜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를 포함한 다른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인종적 편견이 한 번 생기면 해소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종에 대한 주제를 무시하기보다는 이에 관해서 자녀와 대화하는 것이 더 건강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자녀에게 인종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조기 교육에서의 긍정적 인종 정체성 개발(PRIDE: Positive Racial Identity Development in Early Education)’ 프로그램 디렉터인 아이샤 화이트(Aisha White)는 세상에 “왜 자녀에게 인종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녀는 우리가 이 세상에 살고 있다면 인종의 구별이 문제라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하며, 심지어 북아프리카 같은 곳에서도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한 차별은 피부색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피부색을 인식하는 방식 때문에 발생한다고 꼬집는다.

화이트는 심리학자 필리스 카츠(Phyllis Katz)와 제니퍼 코프킨(Jennifer Kofkin)의 연구를 인용하며 ‘부모는 그림책과 같은 이미지를 통해 아이가 말을 하기도 전에 인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997년 연구에서 카츠와 코프킨은 2세 반 어린이 대다수가 다른 인종의 이미지를 제시했을 때 같은 인종의 놀이 친구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3세가 되었을 때는 아이들의 선호도에 더 큰 변화가 있음을 발견했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유색인종보다 백인 놀이 친구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들은 미국에서 백인이 선호 됨을 관찰하게 되고 나아가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집단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유색인종 부모는 자녀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화이트는 설명한다. 그녀는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백인이 자신보다 나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도록 도와야 하고, 이에 따라서 백인 부모도 자녀와 대화할 필요가 있으며 백인 자녀와 유색인종 자녀 모두에게 공정하기 위해서는 인종적 차이를 좋고 나쁨으로 구별할 수 없음을 가르쳐야 한다고 덧붙인다.

유색인종 자녀에게 겁을 주지 않고 인종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화이트는 유색인종 부모가 자녀와 인종에 대해 이야기할 때 주로 네 가지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한다. 이는 주로 문화적 인식(Cultural awareness), 평등주의(Egalitarianism), 편견에 대한 대비 (Preparation for bias), 불신 조장(Promotion of mistrust)이다.
문화적 인식은 자신의 인종과 배경을 우월하다고 인식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평등주의는 아이들에게 자신은 똑똑하고 아름답고, 누구보다 우월하지 않으며 다른 누구도 자신보다 낫지 않다고 말하는 것을 포함한다. 물론 이러한 메시지는 모든 연령대의 어린이에게 필요할 수 있다. 편견에 대비하려면 아이들에게 자신이 아름답고 똑똑하지만, 세상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그렇게 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언젠가는 필요한 대화일 수 있지만 아주 어린아이들에게 가르칠 필요는 없다고 화이트는 설명한다.
불신 조장에는 부모가 자녀에게 자녀와 다른 사람에 대해 전하는 메시지가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서, 흑인 부모가 자신의 흑인 자녀에게 ‘백인 친구가 있어도 심각한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친구는 다르게 대할 것이고 널 지켜주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믿기는 어려울 수 있어’라는 말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어린아이들에게 적절하지 않은 메시지라고 화이트는 주장한다.
“하지만 제 아이는 너무 어려서 인종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 같은데요…?”
일부 부모는 이와 비슷하게 자신들의 자녀가 인종에 대해서 인식을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이런 태도를 장려하고 싶어서 자녀와 인종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화이트는 아이들이 아주 어린 나이에 인종을 인식하게 되며, 우리가 아이들과 인종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부모의 태도와는 전혀 다른 인종에 대한 태도’를 갖게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화이트는 이러한 연구와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인종에 대한 아이들의 태도는 10세 정도가 되면 굳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시점에서는 아이들의 생각을 바꾸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부모가 이러한 차이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인종에 차이가 존재하지만 그것이 좋고 나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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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4-04-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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