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과학박물관을 찾는 중국인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중국의 과학정책은 어떤 것이고, 이공계 우대라는 사회인식을 만들어낸 중국과학정책은 어떤 특별한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중국의 과학정책은 공룡알처럼 스케일이 크다.
북경과학기술관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우리를 압도한 것은 중국이 쏘아올린 인공위성이었다. 모형이 아니라 실제 사용하고 폐기된 위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실제 인공위성을 과학기술관에 옮겨놓다니’ 중국의 첨단과학기술도 놀라웠지만, 그들의 스케일은 더 놀라웠다.
거대한 스케일은 이미 중국에 남겨진 유물에 더 잘 드러난다.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건축물이자 가장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지어졌다는 만리장성의 끝없이 펼쳐진 모습에 감탄만 나왔다. 자금성 또한 과거 중국의 국력을 말해주듯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두 번째, 중국의 과학은 장기적인 계획 아래 진행된다.
이를 엿볼 수 있는 곳은 우리가 처음 방문한 북경과학기술협회(BAST)였다. BAST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KOFST)와 한국과학문화재단(KSF)의 역할을 모두 맡아서 하는 중국과학기술협회(CAST)의 북경지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과학문화재단이 ‘사이언스 코리아’ 운동을 시작한 것처럼 중국에서도 1999년부터 ‘2049 실행계획’을 추진해오고 있다. ‘2049 실행계획’은 건국 1백주년인 2049년까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개발도상국 이상 수준의 과학적 소양을 보급하는 것인데, 이 계획을 주관하는 곳이 바로 이 협회이다.
우리 팀은 ‘2049 실행계획’의 정책과 비전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이미 7년째 시행해 오고 있고, 2002년 과학기술보급법이 마련된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된 게 4년째이므로 전체적인 마스터플랜이 있을 것을 가정하고 한 질문이었다.
그런데 담당자가 머뭇머뭇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북경 시민들의 과학적 소양을 어떻게 증진시킬지, 또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과학관 운영에 관한 정책이나 방향은 아직 수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담당자의 표정은 마치 그러한 정책과 방향이 어떻게 벌써 정해질 수 있냐고 반문하는 듯했다.
세부적인 항목 하나하나에 대한 계획이 모두 수립되어 있는 사이언스 코리아 운동과 비교해, 중국인은 시간에 대한 스케일도 우리와 다를 수 있다는 느낌이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중국인 특유의 만만디 정신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중국을 돌아다니면서 ‘2049 실행계획’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만만디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세심하게 준비하여 계획을 수립하고 끈질기게 추진하려는 모습은 무엇이든 빨리빨리 짧은 기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으려 하는 우리들이 참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과학정책은 실용적이다. 실용적인 중국인의 성격은 정책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어디를 가든지 ‘직접’, ‘만지는’, ‘경험’이 중시된다.
박물관에 유물과 유물을 설명하는 패널만이 덩그러니 전시되어 있는 한국과 달리 중국의 박물관에는 패널 대신 컴퓨터를 이용해 전시물에 대한 설명과 게임이 제공됐다. 전시물 가운데 그 어느 하나도 눈으로만 보고 지나치는 것은 없었다. 대부분이 직접 조작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직접 조작이 어려운 경우에는 전시물의 모양이나 움직임이 관람객의 발길을 잡기에 충분히 흥미로웠다.
그리고 북경을 돌아다니다 보면 길거리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차 가운데 하나가 엘란트라이다. 현대에서 만든 아반테XD가 북경에서는 엘란트라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고 한다. 숙소로 돌아오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역시나 엘란트라였다.
통역을 통해 기사 아저씨에게 차 성능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매우 만족한다면서 북경 올림픽을 맞아 중국은 낡은 폭스바겐 택시를 없애고 엘란트라로 교체하는 중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가 나서서 일본 혼다 차를 택시로 지정하는 격이라 생각하니, 중국의 정책이 어느 정도로 실용적인지 느낄 수 있었다.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한 채로 자본주의 경제원리를 받아들인 중국을 보면서 이제 육식을 시작하는 코끼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번 일정에서 우리가 본 것은 코끼리 다리 중에서도 일부분에 불과하겠지만, 이번 탐험이 세계적인 경제대국이라는 일본과 어마어마한 잠재력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짊어져야 할지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아무쪼록 많은 젊은이들이 미래를 치열하게 준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허남영 북경과학탐험대원
- 저작권자 2005-12-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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