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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정승환 객원기자
2021-10-12

영국, 유전자 편집 작물 장벽 낮춘다 GE 시험 비용 줄이고…연구 활동 개방 GMO 정의에서 따로 분리한 법안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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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이제껏 규제하던 유전자편집(Genetic Editing, 이하 GE) 작물 장벽을 낮춘다. 브렉시트 이후 처음이다. 이 결정에 과학자들은 환영하는 반면, 환경 단체는 우려 섞인 목소리로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영국은 EU 탈퇴 후 유전자 편집 식물의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다. 법안이 만들어지면 유전자 편집 관련 연구에서 위험성 평가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 ⓒ게티이미지 뱅크

지난 9월 28일 영국은 “농업 및 환경 단체와 협력해 기후변화에 더 강하고 탄력적인 식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유전자 편집에 대한 규제 완화를 공식화했다.

영국 조지 유스티스 환경식품농림부(Department for Environment, Food & Rural Affairs) 장관은 “유전자 편집은 자연이 제공한 유전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며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라고 말했다. 여기서 문제는 식량난과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손실을 일컫는다.

이번 발표는 영국 정부가 GE 작물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들의 규제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외신들은 영국이 과학 강대국으로 나서는데 이번 결정을 발판으로 삼는다고 보도했다.

전통 육종법에 발생하는 위험성과 비슷한 정도로 판단

영국 환경식품농림부는 이번 발표에 앞서 올해 1월부터 2개월간 유전자 기술 규제에 관한 의견수렴을 하고 협의를 진행했다. 일반 시민, 기업, NGO, 학계 등으로부터 총 6,440건의 의견을 받았다.

올해 초 학술기관, 공공기관, 개인, 기업 등을 대상으로 유전자변형에 관한 응답결과 ⓒ사이언스타임즈, 망고보드(www.mangoboard.net)플랫폼으로 제작

접수된 의견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대다수 학술기관과 공공 연구기관은 ‘유전자 편집이 인간과 환경에 해를 끼칠 위험은 전통 육종법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또, 유전자 편집 생산물의 지속적인 규제를 반대했다. 하지만 일반 시민이나 기업은 ‘위험성에 관한 우려’에 GMO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전체적으로 GM이 GE 작물과 다르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GE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유전자 편집 작물과 원래 작물 간 교차 오염, 유전적 다양성 영향 등이다. 전통적인 육종은 자연적으로 발현한 유익한 유전적 형질을 반복 교배를 통해 작물을 개량한다. 유전자 편집은 돌연변이 유발을 위해 표적인자를 편집하는 방법이다. 다른 종에서 DNA를 도입하는 유전자변형과는 다르다.

이 문제에 관해 GMO 영향에 관한 전문가 기구인 독립과학자문위원회(ACRE)는 GE의 의도치 않은 영향은 전통 육종에서 발생하는 돌연변이 위험성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ACRE는 “종종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가끔 발생하지만 유해하지 않고, 분리해 제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기체의 유전물질은 고정되거나 불변하지 않고, 환경 자극이나 선택의 빈도 등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례를 증거로 인용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 Cas9)는 표적 외에 삽입하는 비율이 거의 없을 정도로 세밀해진 것도 GE 작물 규제 완화에 힘을 실었다.

영국왕립학회 과학자들도 “GE로 만든 유기체는 전통적 육종 방법을 통한 유기체와 같거나 비슷한 위험성 수준”이라며 ACRE 의견에 동의했다.

유전자변형(GM)과 유전자편집(GE) 기술의 비교 ⓒ사이언스타임즈

국가 간 유전자 편집 작물 유통은 아직 미정

하지만 시장 진입이 바로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영국은 유기체 사용에 대한 규제 개정을 위해 단계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우선, 1단계에서는 GE 작물의 안전성과 잠재적인 이점에 관해 연구를 수행하는 식물 과학자의 규제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기존에 연구 위험 평가서 제출을 하지 않도록 법안을 연말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2단계에서는 기존 GMO 규제에 관한 정의에서 GE를 따로 분리하는 수정 법안을 제출한다. 또, GE 가축의 윤리적 문제에 관한 협의 과정을 거칠 계획이다. 따라서 유전자 편집 가축은 식물에 관한 법안 변경보다 늦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절차를 거쳐야 제품 유통에 관한 협의가 이뤄지겠지만 상품 유통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택과 의견 등도 법안 마련에 중요 요소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식품농림부는 “유전자 편집 식품이 건강에 무해, 소비자에게 오도하지 않고 유전자 변형 식품보다 영양가가 낮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판매가 허용될 것”이라고 했다. 영국은 소비자가 올바른 정보를 제공받아 선택할 수 있도록 유전자편집 표시제 작업도 계획 중이다.

현재 아르헨티나, 호주, 일본, 브라질 등 일부 국가는 이미 GE 작물 재배 규제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추세다. 유전자 변형 제품이 어떻게 변형됐는지 사례별로 결정하는 체계를 개발했다. 특히, 올해 일본에서 유전자 편집기술로 만든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GABA 분해 효소 수치를 낮춘 토마토가 시장에 출시됐다. GABA가 포함된 토마토는 진정효과와 스트레스 및 수면을 개선할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일본 시나테크 시드(Sanatech Seed)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로 만든 토마토. 유전자 편집 기술로 만들어 시중에 판매된 작물 중 처음인 것으로 알려진다. ⓒ시나테크 시드

환경단체, 부정적 여론 무시한 결정

영국의 강한 의지에도 작물 무역과 관련해서는 EU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EU는 현재 GE와 GM작물 유통을 모두 금지하고 있다. 유전자 편집 종자가 EU에서 재배되고 판매된다면 출시되기 전에 EU에 승인을 따로 받아야 한다. GE로 개발된 식품, 동물 사료 제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EU 집행위원회가 최근 ‘모든 유전자 편집 유기체는 GMO로 규제’하는 내용의 2018년 사법재판소 결정을 재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지만, 규제 완화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져 영국 측에서는 기대되는 소식이다.

한편, 유전자 조작에 대한 거부감은 크다. 진와치(Genewatch) 그룹은 BBC 매체를 통해 “새로운 기술이든 상관없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오늘날 재배되는 GM작물의 90%는 나비와 개구리에 해를 입히는 제초제를 살포해도 견디도록 설계됐다. GE 작물도 다르지 않아 동일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토양협회가 영국 유전자편집 규제 완화 발표를 우려한 보도자료를 트위터를 통해 발표했다. 영국의 여러 환경 및 농업 단체가 이번 발표가 위험한 처사라고 밝혔다. ⓒ영국 토양협회 트위터 캡처

이번 영국 정부의 GE 작물 규제에 관한 협의에 참여한 환경단체인 지엠 프리즈(GM Freeze) 리즈 오닐 이사는 “지엠 프리즈가 협의 당시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은 발표”라고 비난했다. 이번 발표에서 개인과 기업들이 GE 작물의 위험성을 인식한 비율이 높았지만, 이번 결정에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영국 토양협회(Soil Association)도 이번 결정에 강하게 비난했다. 토양협회는 작물과 동물의 DNA를 변경해 질병에 내성을 갖게 하는 것은 장기적 해결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토양협회 루이스 페이톤 정책 책임자는 “질병이 내성 유전자를 극복하기 때문에 수정은 일시적”이라며 “동일한 작물 종을 반복적으로 재배해야 하는 시장 체계의 문제”를 지적했다. 협회는 다양한 작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승환 객원기자
biology_sh@daum.net
저작권자 2021-10-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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