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생명과학·의학
권예슬 리포터
2025-01-17

돼지→인간 장기 이식, 거부 반응 극복할 수 있을까 美 메릴랜드대 연구진, 세계 두 번째 이종 심장 이식 사례 결과 보고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 기증 장기의 세계적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종 이식이 주목 받는다.ⒸGettyImages

▲ 기증 장기의 세계적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종 이식이 주목 받는다.ⒸGettyImages

의학 기술이 발달해도 어려운 분야가 있다. 바로 장기 기증이다. 2023년 기준 장기 이식 대기자 수는 5만 명이 넘는 데 반해, 기증자 수는 483명을 기록했다. 이종 장기 이식은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로 뽑힌다. 인류 역사상 돼지의 심장을 인간에게 이식한 사례는 단 두 번. 이식 수술 자체는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안타깝게도 두 환자는 모두 사망했다. 두 수술을 진행했던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진은 지난 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두 번째 이종 심장 이식 사례 결과를 총괄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종 장기 이식의 장애물

이종 장기 이식은 사람이 아닌 다른 종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말한다. 다른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려는 시도는 1964년 처음 이뤄졌다. 의술이 발전하며 현재는 각막이나 피부, 판막 등 일부 장기에 대해서는 이종 장기가 활용된다. 하지만 신장, 심장 등 고형 장기의 경우 아직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

▲ 유전자 편집 돼지 심장 이식 수술 과정. ⒸThe Innovation

▲ 유전자 편집 돼지 심장 이식 수술 과정. ⒸThe Innovation

면역 거부, 혈액 응고, 내인성 바이러스 등이 넘어야 할 산이다. 돼지의 세포 표면에는 ‘알파갈’이라는 단백질이 있는데, 인체의 면역 시스템은 이 알파갈에 대한 항체를 갖고 있다. 항체가 이식된 장기와 결합해 급격하게 장기를 파괴하는 것을 초급성 면역반응이라고 한다. 초급성 면역반응을 이겨낸다고 해도 급성면역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급성면역반응은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은 경우에도 나타난다. 이식한 돼지의 장기에 사람의 혈액이 흐르며 나타날 수 있는 혈액 응고 장애, 돼지 유전체 내부의 바이러스 유전자로 인한 감염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최초의 이종 심장 이식 수술 수혜자는 당시 57세였던 환자 데이비드 베넷이었다. 알파갈을 발현하는 유전자 등 10개의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의 심장을 이식했다. 수술은 수혜자가 초급성 면역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48시간을 넘겨 생존해 성공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약 베넷은 약 60일 뒤 사망했다. 

▲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 연구진은 2022년 유전자 교정한 돼지의 심장을 첫 번째 이식 수술 수혜자인 데이비드 베넷 씨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University of Maryland School of Medicine

▲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 연구진은 2022년 유전자 교정한 돼지의 심장을 첫 번째 이식 수술 수혜자인 데이비드 베넷 씨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University of Maryland School of Medicine

수술을 담당했던 무함마드 모히우딘 교수는 2024년 ‘네이처(Nature)’와의 인터뷰에서 베넷이 사망하기 몇 주부터 감염 증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베넷이 사망한 뒤 장기에서 돼지 거대세포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돼지 심장에서는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고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환자에 해를 끼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의 이종 심장 이식 수술이 남긴 교훈

2023년 9월 두 번째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이 진행됐다. 21개월 만에 이뤄진 시도였다. 첫 시도의 실패를 발판 삼아 합병증이 적고, 기능적 상태가 더 나은 수혜자를 찾았다. 말기 심부전 환자였던 58세의 로렌스 포셋이 수술을 받았다. 포셋 씨의 경우 혈관 질환과 내부 출혈로 인한 합병증도 발생해 인간 심장 이식의 자격을 얻지 못했기에 이종 심장 이식이 유일한 선택이었다. 수술은 첫 사례와 동일한 의료진이 맡았다. 수술 이후 우수한 수축 및 이완 기능을 보였지만, 40일 동안 생존하다 끝내 사망했다. 지난 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는 수술 2주 후에 수행된 검사에서 유전자 편집 돼지 심장에 대한 초기 거부 반응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가 실렸다. 

항돼지 항체가 낮은 환자를 이식 수술 수혜자로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분석 결과 이식 이후 항체가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항체의 급증은 심장에 손상을 입히고, 궁극적으로 이식 실패로 이어졌다. 다만, 첫 수술과 달리 돼지 거대세포 바이러스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 두 번째 이종 심장 이식 수술 수혜자인 로렌스 포셋은 수술 40여 일 후 면역 거부 반응으로 인해 사망했다. ⒸUniversity of Maryland School of Medicine

▲ 두 번째 이종 심장 이식 수술 수혜자인 로렌스 포셋은 수술 40여 일 후 면역 거부 반응으로 인해 사망했다. ⒸUniversity of Maryland School of Medicine

공동 책임자인 발트리 그리프스 교수는 “두 번의 이식 수술이 끝내 실패로 종료됐지만, 이는 미래의 이종 이식에서 실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점에서 과학적 통찰력을 제공한다”며 “두 환자 그리고 가족의 용기 덕분에 장기적 성공을 위한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5-01-17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